— 그러나 그 무엇보다 공(空)한 방식으로
위 영상은 AI 입니다
그녀는 파도 앞에 서 있다.
모래 위에 놓인 흰 단상은 제단처럼,
스피커는 불전의 종처럼 서 있다.
소리와 파도가 뒤섞이며
공간은 하나의 의식(儀式)이 된다.
그녀의 몸은 미동도 없지만,
공기는 진동으로 가득 차 있다.
불교에서 소리는 ‘무자성(無自性)’의 상징이다.
나지 않으면 들리지 않고,
들리는 순간 이미 사라진다.
그녀의 음악도 그러하다.
재생과 소멸이 같은 박자로 이어지고,
모든 비트는 ‘생(生)과 멸(滅)’의 반복으로 순환한다.
그녀는 연주하지 않는다 —
그저 흐름을 허락한다.
멀리 보이는 바위 위의 십자가,
그것은 신앙이 아니라 기억의 상징이다.
그녀가 틀고 있는 건 음악이 아니라,
‘무상(無常)’의 파형이다.
매 비트마다 형체가 부서지고,
그 부서짐이 곧 생명의 박자가 된다.
그녀의 손끝에서 일어나는 진동은
결국 바다로 흩어지고,
바다는 다시 하늘로 번진다.
인간과 기계, 파도와 음향,
성스러움과 세속이 한 리듬으로 합쳐진다.
우리는 창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