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면접 보기

좋은 추억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세월이 참 빠름을 실감한다. 학부모로서 그를 가장 절실히 느낄 때는 바로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마냥 어리기만 하고 어리광을 부릴 것 같은 아이가 어느새 초등학생이 되어 스스로 척척 해내는 아이가 된다니 부모로서는 놀라운 일이다. 잘 커줘서 뿌듯한 마음과 과연 학교에 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도 함께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교사로서 그런 부모들을 만나왔다면 이젠 내가 진짜로 학부모가 되어 선생님들을 만나야 한다니 기분이 묘했다.


보통 외국에 사는 한국 부모들은 아이가 6살이 되면 학교를 어디로 보낼지가 최대 관심사다. 국제학교는 Grade 1이 7세 가을부터 시작이고 한국 국제학교는 한국에서와 같이 8세 3월에 새 학기가 시작된다. 입학 전 대기를 걸어놔야 하고 각종 서류 준비 및 면접, 영어 test 등을 감안하면 몇 개월이 걸리므로 아이가 6세가 되면 학교를 결정하고 준비과정에 들어간다.


내년에 8세가 되는 첫째 덕분에 우리 부부도 입학 준비에 동참했다. 우리 가족은 고민 끝에 한국어로 공부하고 싶다는 아이의 바람과 한국으로 돌아가서의 적응 문제 등을 고려하여 학교를 ‘하노이 한국 국제학교’로 결정했다. 하노이 한국 국제학교는 1학년부터 12학년까지 있으며 한국어를 할 수 있는 학생들이 한국 교육과정으로 교육할 수 있는 곳이다. 한국에서의 교육과정과 다른 점이 있다면 1학년부터 주 10시간의 영어수업과 주 2시간의 베트남 수업이 진행된다. 또한 초등 기준 연간 $1,200의 입학금과 $775의 수업료(2020년 기준)를 납부해야 한다.


여러 가지 서류를 준비하여 원서접수를 위해 학교로 향했다. 처음 보는 학교 모습은 파란색 건물이 깔끔한 인상을 풍겼고 푸르른 잔디밭은 햇볕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아이들의 눈빛에서 당장이라도 잔디밭으로 뛰어가 놀고 싶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학교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경비원 아저씨 말에 우리는 정문 앞에 매달려 학교 구석구석의 모습을 차근차근 눈에 담았다.


“엄마 학교 진짜 좋다.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 건물이야. 저기서 축구할 수도 있겠다.”

“학교 좋지? 앞으로 네가 다닐 수도 있는 학교야.”

아들은 다행히 학교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원서접수가 끝난 후 곧 면접 일정이 잡혔다. 원래대로라면 직접 얼굴을 보는 대면 면접으로 5분 동안 진행되야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가 심해지는 현지 사정을 감안하여 zoom으로 면접이 진행됐다. 입학 면접을 본다기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에게 무슨 면접을 보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면접 선생님께서 무엇을 물어보실지,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아이를 보실지 궁금해졌다.


드디어 면접 시간. 면접 보는 건 아이인데 괜히 내가 더 긴장이 됐다. 혹시나 선생님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은지, 중간에 인터넷이 끊기지는 않은지 등이 걱정됐다. 10명씩 배정된 방으로 접속한 후 대기실에서 순서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 한 명씩 진행되므로 다른 친구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선생님께서 아들의 이름을 부르셨다.


“안녕하세요? 여권 사진 좀 보여주시겠어요? 카메라 가까이에 보여주세요.”

아들은 카메라 가까이 여권사진을 들이댔고 선생님은 여권 사진과 생년월일로 본인이 맞는지 확인하셨다. 신분 확인을 마친 후 선생님의 몇 가지 질문이 이어졌다. ‘일어서 보세요’, ‘뒤로 몇 발자국만 가보세요’, ‘박수 3번 치세요’, ‘그림 속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등을 물어보셨다. 질문을 묻고 대답하는 시간은 5분이 채 걸리지 않았고 선생님의 ‘잘했어요. 수고했어요.’ 말로 면접은 끝이 났다. 아들은 '엄마 면접 벌써 끝난 거야? 너무 쉬운데?'라는 말로 무사히 면접을 마친 자신에 뿌듯해하는 것 같았다. 면접이 끝난 후 학교의 면접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한-베 가정이 많고 외국에 사는 환경 탓에 한국어에 미숙할 수 있으므로 한국어를 잘 알아듣고 이해하는지,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에 잘 따라올 수 있는지 등을 미리 파악하려는 것 같다.


한국이라면 입학 통지서가 집으로 날아오면 그걸 들고 배정된 집 근처 초등학교에 가면 끝이다. 하지만 외국이라는 특수한 환경 탓에 초등학교 입학때부터 준비할 서류가 많고 ‘서류통과-면접- 추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직 추첨이라는 과정이 남아있지만 한국에서 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은 나나 아이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추첨에서도 행운을 기대해 보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영어유치원에 다닌 후 영어가 싫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