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 배가 되는 날을 기다리며
큰 아들의 학교 입학 추첨이 지난 토요일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방송되면서 입학 일정이 마무리됐다. 아들이 원서를 낸 학교는 하노이 한국 국제학교로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학생들을 위한 학교다. 2022학년도 1학년 신입생 정원은 175명, 지원자는 183명, 1차 서류에서 탈락한 3명을 제외한 180명이 2차 추점 대상자가 되었다. 5명은 당분간 한시적 대기자가 되어 중간에 입학을 포기한 학생이 나오면 순서대로 입학이 결정된다.
복권 당첨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시간에 맞춰 유튜브 방송을 시청했다. 한국에는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추첨이 이뤄 질지 궁금했다. 공에는 각각 지원자의 접수번호가 적혀 있었고 카메라 감독님(?)은 번호가 적힌 공을 하나씩 카메라에 담아주셨다. 드디어 뽑기 통이 등장했다. 동그란 구 모양의 통, 그러니깐 다람쥐가 놀이 삼아 돌리는 쳇바퀴 모양의 통인데 그 보다 크기는 큰 통이었다. 손잡이를 잡고 힘껏 돌리고 아래에 난 구멍에 달린 문을 살짝 열어주면 구멍 입구에 대기 중인 공이 하나 떨어지는 형식이다. 초등학교 시절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복권 뽑기 방법과 흡사했다. 형형색색의 테니스공 모양에 번호가 적혀있고 아래에 난 구멍으로 공이 하나 또르르 굴러오면 당첨되는 그 모습.
예전 같으면 신입생 지원자 학부모들이 모두 홀에 모여 한 명씩 단상에 올라 자기 자식의 운명을 가르는 뽑기를 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희비가 갈리기 때문에 뽑기를 잘 한 부모는 세상 떠나갈 듯 환호하고 아쉽게 탈락한 학생의 부모는 펑펑 울었다고 한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는 대학 합격 현장이 아니다. 해외에 있는 한국 국제학교 초등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떨어지는 학생들은 학비가 세 배 이상 비싼 국제학교로 눈을 돌려 다시 ‘대기자-서류 접수-영어 테스트’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부모들은 입학이 상대적으로 쉬운 한국 학교를 많이 선호한다.
신입생 입학 추첨은 학생들의 운명을 가르는 큰 행사이기에 선생님들이 얼마나 공정성을 염두에 두고 추첨 과정을 준비하셨는지 여실히 느껴졌다. 1번부터 183번의 번호(1차 서류에서 불합격한 3명의 공은 중간에 뺌)가 적힌 공이 모두 있는지, 뽑기 통에 공을 넣을 때 모든 번호가 다 들어가는지 하나씩 카메라에 클로즈업해주셨다. 선생님들은 적힌 공들이 잘 섞이도록 몇 회를 돌릴 건지 미리 결정하고 연습하신 것 같았다. 힘차게 이리저리 몇 회를 돌리셨고 이걸로 추첨 준비는 모두 끝마쳤다. 이제 선생님의 손에 운명을 맡길 차례다. 선생님의 손에 뽑힌 5명은 한시적 대기자가 되고 나머지는 모두 합격이다. 만약 합격생 중 입학 포기하는 학생이 나오면 대기자 순서대로 합격이 된다.
180명 중 5명, 대기자가 될 확률은 2.7%. 충분히 내가 2.7%의 확률에 들 수도 있기에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되면 좋고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냥 운명에 맡기기로 한 거다. 편안하게 마음먹은 덕분일까? 결국 아들은 그 5명 번호에 뽑히지 않아 자동적으로 합격이 되었다. 초등학교 합격! 한국이었으면 그냥 당연하듯 받았을 입학통지서를 해외에서 살다 보니 힘들게 받았다. 14가지나 되는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대사관을 방문하여 긴 대기시간을 견뎌야 했고, 학교로 가서 정해진 접수 시간에 맞춰 접수하고, ZOOM 면접에 유튜브 생중계 뽑기까지. 힘든 과정을 거친 만큼 기쁨도 배가 되는 것 같다. 아들 축하해!!
아들도 이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해외에서 한국어로 된 수업을 듣는 것이 이렇게 어렵고 감사한 일인지 잘 느끼길 바란다. 나 또한 한국에서 못해보는 이런 경험들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이 되는 줄 알기에 감사히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 한국 학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코로나로 모든 게 올 스톱된 지금 우리 가족은 또 다른 색다른 경험을 위해 계획에 나섰다. “코로나가 지금보다 나아지면 뭐 하고 싶어?”라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식당에 가서 짜장면 먹고 싶어.”
“푸쿠웍, 다낭, 나짱 바닷가로 다시 여행 가고 싶어! 거기서 조개도 잡고 모래성도 쌓고 놀고 싶어.”
아이들은 상상만으로도 벌써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식당이 문을 닫은 지 벌써 몇 주. 식당에 가서 갓 나온 짜장면 하나 먹는 것도, 바닷가에서 물놀이하는 것도 소중한 추억이 되어 버렸다. 상황이 좋아지면 우리 짜장면도 먹으러 가고 바닷가로 여행도 가자! 남편과 상의 끝에 다음 여행지는 '꼰다오'로 잠정적으로 정했다. 얼마 전에 하노이에서 가는 직항 편이 새로 생겼단다. 그날이 올 때까지 기쁨을 잠시만 미뤄 보자! 미루다 보면 언젠간 배로 느낄 날이 올 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