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한 집은 작고 아담했다. 세 식구가 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고, 딸아이는 학교가 코 앞이고, 엘리베이터가 딸려있는 신축빌라라 맘에 들어했다.
구로구 궁동... 난생 처음 들어오는 지명이다. 7개의 중고등학교가 밀집되어 있고, 아시아에서 제법 크다는 연세중앙교회를 사이로 수많은 빌라촌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동네를 그려보자면 초등학교 미술책에서 봤던 '우리동네 새동네' 같은 모양이다. 실내화와 고무줄을 현관입구 오른쪽에 걸어놓은 문방구가 있고, 작은 소방서와 아담한 주민센터 사이로 신식 편의점보다 공판장 이름을 단 할인마트 간판이 더 많이 보인다. 낡은 간판의 수선집과 허름한 세탁소, 그리고 홀에서 먹으면 천원을 할인해 준다는 중국집과 골목 큰길에는 치킨집과 정육점이 즐비하다,
동네는 너무나 조용해서 내가 서울특별시민임을 실감할 수 없다.
수십년을 아파트만 살았으니 빌라 생활이 낯설다. 분리수거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관리비는 어떻게 내야하는지, 보일러는 어떻게 점검해야 하는지 자잘한 것에 대한 궁금함이 앞선다. 딸 아이를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니 3년만 무탈하면 그만이다.
오늘도 슬리퍼를 신고 동네를 어슬렁 거린다. 언덕을 넘고 코너를 돌면 학습해야 할 새로운 길과 상점들이 있으니 눈이 흥미롭다. 3년의 시간이 기나긴 날이 될지, 후딱 지나갈지는 다 내 하기 나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