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을 푸니 일어난 사고

039 초역 채근담

by 무공 김낙범

채근담은 말합니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무탈할 때일수록
긴장을 늦추지 말고 유사시에 대비해야 한다."


일이 잘 풀릴 때,
마음도 함께 느슨해지기 쉽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면
그제야 비로소 한숨 돌리고 싶어 지니까요.

하지만, 사고는 그런 틈을 비집고 들어옵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설날, 부모님을 모시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이었습니다.
연휴 차량이 몰려 정체는 심했지만,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나오자
거짓말처럼 도로가 뻥 뚫려 있었습니다.


속이 후련했습니다.
"이제 좀 여유 있게 갈 수 있겠구나."
그 순간, 마음도 함께 풀어졌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 너머 갑자기 나타난 정차 차량.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추돌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차량은 파손되고,
부모님도 놀라 큰 충격을 받으셨습니다.
몸보다 더 아팠던 건
내 안의 후회였습니다.


"왜 조금만 더 조심하지 않았을까?"
"왜 그 순간, 방심했을까?"


채근담은 또 이렇게 일깨웁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서 바쁠 때는 오히려
여유를 갖고 대처하려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도로가 뚫렸다고 해서
길이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빙판길은 여전히 녹지 않았고,
나는 그 사실을 잊은 채 속도를 냈습니다.


여유 없이 달렸던 나,
무엇보다 스스로의 안일함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순조로움’을 믿지 않기로 했습니다.
겉으로 아무리 평탄해 보여도
삶은 언제나 변수로 가득하니까요.


방심은 작은 틈을 타고 들어와
중심을 무너뜨리고,
예기치 못한 상처를 남깁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여유롭게 살아보려 합니다.


일이 잘 풀릴 때일수록
마음을 단단히 붙들어 매고,
조심스럽게 다음 걸음을 내딛는 연습.


그것이
삶의 빙판길 위에서도
넘어지지 않는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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