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049 초역 채근담

by 무공 김낙범

채근담은 말합니다.
“초라한 집도 말끔하게 쓸고 닦고,
가난한 사람도 차림새를 정갈하게 하면,
겉모양은 분명 화려하지 않아도 나름의 멋이 있다.”


가난한 집이라고, 허름한 차림이라고
모두가 비루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성껏 쓸고 닦은 공간에

정갈한 차림의 사람이 내뿜는 향기는
어떤 부유함보다 따뜻한 감동을 줍니다.


성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이다.”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은
비우고 낮추고, 자족하는 삶을 말합니다.
오유지족(吾唯知足),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삶이지요.
그런 사람은 언제나 배우려는 자세를 갖고,
스스로를 갈고닦아 정갈한 마음을 유지하려 합니다.


가난했지만 품위는 잃지 않았던 사람

조선의 유학자, 화담 서경덕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가난했지만 학문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컸고,
송도삼절로 불릴 만큼 인덕과 학식이 깊은 선비였습니다.


기생 황진이가 온갖 수단을 써서 그의 마음을 얻으려 했지만,
결국 서경덕의 경건한 마음에 들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유혹 앞에서도 품위를 지켰고,
마음의 중심을 흐트러뜨리지 않았습니다.


채근담은 다시금 우리에게 이렇게 일러줍니다.

“궁핍한 처지에 놓이거나 실의에 빠져도
자포자기해서는 안 된다.
품위만큼은 잃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서경덕은 가난했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18세에 이미 ‘격물치지(格物致知)’에 뜻을 두고
우주의 이치를 탐구하며 자신을 단련했습니다.


그는 진정 ‘마음이 가난한 자’였습니다.
물질은 부족했지만, 마음은 누구보다도 단단했습니다.


오늘 나의 마음은 어떠한가

오늘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는가’보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조금 초라한 공간이어도 괜찮습니다.
가난한 형편이어도 상관없습니다.


정갈한 태도와 품위 있는 마음이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