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범한 척, 고결한 척하는 사람

055 초역 채근담

by 무공 김낙범

비범한 척, 고결한 척, 그 끝에서 나를 들여다봅니다


채근담은 말합니다.

“속된 것을 멀리하고 무심하게 사는 사람은 비범하다.
그러나 짐짓 비범한 척하는 사람은 그저 괴짜일 뿐이다.”


이 문장을 읽다가 문득 생각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인가. 비범한가, 괴짜인가.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한때 도인이 되고 싶어 수행을 시작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번잡한 세상을 등지고 마음의 평안을 얻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내가 등을 돌린다고 멈춰주지 않았습니다.


일상 속에서 수행을 한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속된 일들은 자연스럽게 나를 먹칠했고,
직장이라는 질서 속에 종속되며
무심함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 나를 두고 사람들은 ‘괴짜’라 말했습니다.
속된 것에 물든 채, 마음엔 생각이 가득했으니
비범한 척한다고 여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채근담은 또 말합니다.

“세상의 나쁜 관습에 물들지 않는 사람은 고결하다.
그러나 세상을 등지고 고결한 척하는 사람은
단순히 비뚤어진 자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고결하지도 않으면서
고결한 척하며 살아온 건 아닐까?
수행이라는 이름 아래 고개를 높이 들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건 고결함이 아니라 외면과 회피가 만든 비뚤어짐이었습니다.


자아를 실현하겠다고 마음먹은 지금,
나는 더 이상 괴짜도 아니고
비뚤어진 자도 아닙니다.


그저, 진정한 나로 거듭나기 위해
속됨 속에서도 마음을 씻고,
관계 속에서도 나를 지키며,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살아가려 합니다.


오늘도 나의 하루는 그렇게,
도인 아닌 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시간의 흐름을 천천히 타고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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