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 초역 채근담
"검소함도 미덕이지만,
지나치면 쩨쩨하고 인색해져 도리에서 벗어난다." - 채근담
박봉에 허덕이며 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한 푼이 아쉬운 형편이었고,
지출을 줄이기 위해 모임 한 번 나가는 일도 사치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연락이 왔습니다.
"요즘 너무 안 보인다, 얼굴 좀 보자."
마음은 불편했지만 억지로 나가보았습니다.
다른 이들은 자연스럽게 지갑을 열고
술잔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끝내 지갑을 꺼내지 못하는 나.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작아졌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쩨쩨한가.’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었고,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와 버렸습니다.
돌이켜보면,
검소함이라는 이름 아래
나는 사람들과의 온기를 자꾸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지극히 개인적인 미덕이
타인에게는 냉정함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가끔 선물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고마움보다 먼저 떠오른 감정은 ‘부담’이었습니다.
받았으니 나도 언젠가 줘야 한다는 계산이 앞섰고,
그래서 곧잘 정중히 사양하곤 했습니다.
그런 내 태도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했고,
어떤 이들은 내 마음을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 맴도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겸양은 훌륭한 태도이지만, 지나치면 비굴해지고
무슨 꿍꿍이가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 채근담
겸손도, 검소함도,
적당함을 넘으면 진심이 왜곡될 수 있다는 걸
살아오며 몸으로 배웠습니다.
이제는 알겠습니다.
미덕은 홀로 빛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있을 때, 그 온기를 더한다는 것을.
한 잔의 차를 건네고,
작은 선물을 나누고,
밥값을 함께 내며 웃는 그 순간에
비로소 관계는 깊어집니다.
검소함이 나를 지켜주는 방패였다면,
배려는 타인과 나를 이어주는 다리였습니다.
이제는 조금 더 따뜻한 다리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