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보은(反哺報恩) – 은혜를 갚는 삶

자아실현 – 나를 완성하고 나누다

by 무공 김낙범

반포보은 反哺報恩

까마귀가 자라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


까마귀도 은혜를 갚는다

반포보은은 ‘까마귀가 성장해서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는 뜻입니다.

『후한서』 양진 전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까마귀는 자라서 어미에게 먹이를 늘어다 주고, 어린양은 젖을 먹을 때 무릎을 꿇는다. 그런데 사람이 은혜를 갚지 않는다면 짐승만도 못하다.”

우리는 스스로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손길과 사랑, 배려가 깃들어 있습니다. 은혜는 기억을 넘어 반드시 되돌아가야 할 책임으로 남습니다.


은혜는 자아실현의 토양이다

사람은 홀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내가 일군 모든 성취에는 누군가의 인내, 배려, 희생이 스며 있습니다. 자아실현은 ‘나’를 위한 여정만이 아닙니다. 나를 키운 세상에 대한 응답이기도 합니다.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으론 결코 깊은 자아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되갚는 삶, 돌려주는 삶이 자아의 품격을 결정합니다.


나무는 뿌리를 잊지 않는다

성장했다는 건 돌려줄 준비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부모뿐 아니라, 스승, 친구, 동료, 그리고 세상에 대해서도 우리는 빚을 지고 살아갑니다. 그 빚은 짐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더하는 선순환입니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누구 덕분에 여기에 서 있는가?’

이 질문을 품은 사람만이, 자기 중심성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자아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던지는 세 가지 질문

1.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사람은 누구인가? 그 은혜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

2. 도움을 받았던 그때, 마음속에 품었던 다짐은 아직 살아 있는가?

3. 지금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은 누군가에게 다시 ‘은혜’가 되고 있는가?


반포보은은 인간다움의 뿌리다.

자신을 만들어 준 관계의 선물에 응답하는 삶은

자아실현을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든다.


돌아갈 줄 아는 사람만이, 앞으로도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다.



★ 금성여자 이야기


《반포보은 4행시》

반: 반드시 갚아야 해요.

포: 포유류인 동물도 모두 은혜를 갚고 사네요.

보: 보은 할 줄 알아야 죠! 우리도

은: 은혜 갚는 인생 까마귀처럼 반포 보은합시다!


지난 4월 14일 아버지께서 천국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4일장을 치르고, 아버지께서 미리 준비해 놓으신 선산에 모셨습니다. 유품을 정리하고 비가 많이 오던 날, 법적 절차인 사망신고서를 아버지께서 거주하셨던 동사무소에 제출했습니다.

처음 경험하는 일들, 마음속에서 폭우가 내렸습니다. 그 사이에 5월 8일 어버이날도 지나갔습니다. 아버지께서 떠나고 안 계신 어버이날, 회한으로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버지 살아 계실 때, 충분히 보은 하지 못한 죄송함이 밀려왔습니다.


어린 시절 어미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먹고 자란 까마귀는, 늙은 어미가 활동을 못 하게 되면 먹이를 물어다 주어 어미 까마귀에게 보은을 한다고 합니다.

“조류인 까마귀도 부모님 은혜에 보답하는데, 나는 어떻게 했나?”

회상해 보니 은혜를 갚기는커녕, 아버지를 원망하고 대들어 마음 아프게 해 드린 불효막심한 딸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부부 싸움하실 때 아버지는 가해자, 엄마는 피해자라 생각하고 연약한 엄마 편을 들면서 아버지를 미워했습니다. 부모님 사랑싸움이었는데~~


2021년 1월, 요양 시설에 계시던 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병원으로 가시는 앰뷸런스 안에서 산소 호흡기에 의존해서 누워 계신 아버지 손을 잡고 "아버지! 사랑해요. 사랑한다고 너무 늦게 말씀드려서 죄송해요!" 사죄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너무 늦게 아버지를 존재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까마귀처럼 반포보은하고 살고 싶은데 너무 늦었네요.

아버지와 마지막 외출하던 날, 병원에 계신 어머니 면회를 마치고 커피숍에 모시고 가서 좋아하시는 라테를 사 드렸습니다. 대화하기 좋아하시는 아버지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오랜만에 외출하니 참 좋구나!"

오랜만의 외출에 좋아하시는 아버지께 불효 막심한 딸은 "아버지! 저 바빠요. 빨리 집으로 가요!"라며 아버지를 집으로 모시고 갔습니다.

명절이 되어 엄마가 퇴원해서 집에 오시던 날 저녁에 아버지께서 쓰러지셨습니다. 그날 아버지와 충분히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한이 될 정도로 후회됩니다.

울 아버지 즐겨 드시던 설렁탕 한 그릇, 좋아하며 부르시던 트로트 한 곡, 영어로 전화 소통하시고 싶어 하셨던 아버지의 목소리!



오늘, 아버지를 생각하며

살아 계신 친정어머니께 반포 보은하리라 다짐해 봅니다.


아버지 그립습니다.

“살아 계신 부모님께 효도합시다!”



★ 화성남자 이야기


어버이날이 되면, 하늘에 계신 부모님 생각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생전에 다하지 못한 효도, 바쁘다는 핑계로 1 년에 겨우 한두 번 찾아뵌 그 시절의 무심함이 지금도 마음 한편에 회한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시속 150km로 달리는 차 안에서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 모습이 스스로도 가증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어머니에게 내가 해드린 게 무엇이 있었던가?”

그 질문 앞에서,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듬해, 아버지도 제 곁을 떠나셨습니다. 두 분을 나란히 모셨고, 작년에는 공원묘지 방침에 따라 파묘를 하고 산천에 유골을 뿌려드렸습니다.


삶의 무게를 다 내려놓으시고,

이제는 하늘에서 평안히 지내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비록 이 땅에서 다하지 못한 효도였지만,

이제라도 마음 깊이 다짐합니다.

하늘에서라도 반드시 반포보은하겠습니다.


당신들이 제게 주셨던 사랑과 인내를

이제는 제가 누군가에게 되돌려줄 차례입니다. 그것이 부모님께 드리는 마지막 효도라 믿습니다.



반포보은이 주는 자아실현 지혜


1. 자아실현은 뿌리의 자각에서 시작된다

지금의 나는 결코 혼자 이루어진 존재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희생과 사랑, 묵묵한 뒷받침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가능했습니다. 자아실현은 자기 자신만을 바라보는 여정이 아니라, 나를 길러낸 뿌리를 자각하고 그 사랑을 기억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뿌리를 모르는 자아는 결코 깊게 뻗을 수 없습니다.


2. 후회 없는 삶을 원한다면 지금 표현하라

감사는 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고마움은 생각이 아닌 행동으로 완성됩니다. “내일 하면 되겠지”라는 미루는 마음은, 종종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남깁니다. 후회는 가장 늦은 반성이고, 보은은 가장 빠른 사랑입니다. 사랑은 지금 말하고, 지금 건네야 합니다.


3. 보은은 갚음보다는 다짐이다

보은은 과거의 은혜를 갚는 것보다 그 사랑을 내 삶 속에서 다시 피워내는 일입니다. 부모가 떠난 후에도, 우리는 살아 있는 방식으로 효도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받은 은혜를 세상에 돌려주는 마음, 그 다짐이 자아를 더욱 단단하고 깊은 존재로 성숙하게 만듭니다. 보은은 삶을 빚은 사랑에 대한 책임이며, 미래를 향한 약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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