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8 초역 채근담
채근담은 말합니다.
진한 술과 기름진 고기,
몹시 맵거나 단 것은 진정한 맛이 아니다.
진정한 맛이란 놀랄 만큼 담백하다.
얼마 전, 소문난 맛집을 찾았습니다.
겉으로는 화려한 색감과 멋진 플레이팅.
첫 입에 느껴지는 강한 매운맛과 단맛.
그 순간은 마치 ‘와, 맛있다’라는 감탄이 나올 만큼 자극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맛은 쉽게 중독됩니다.
그리고 중독된 맛은 몸과 마음을 조금씩 무너뜨립니다.
그날 이후, 저는 한동안 배앓이를 했습니다.
입에서는 유혹하는 맛에 홀려 먹었지만,
속은 이를 소화시키느라 고생을 했지요.
생각해 보니, 그것은 진정한 맛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악마가 유혹하는 맛처럼,
순간의 쾌락 뒤에 불편함과 피로를 남겼습니다.
진정한 맛은 다릅니다.
먹는 순간도, 먹고 난 뒤도 편안하며,
천천히 음미할수록 깊이가 느껴지는 맛입니다.
채근담은 또 이렇게 전합니다.
남보다 신기하고 뛰어난 재주를 가졌다고 해서 달인은 아니다.
진정 높은 경지에 오른 사람은 그저 평범할 뿐이다.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그들은 하루아침에 달인이 된 것이 아닙니다.
수십 년간 묵묵히 한 길을 걸으며 온 마음을 다해 기술을 다듬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지만,
그 속에는 남다른 땀과 철학이 녹아 있습니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있습니다.
겉은 번지르르해도 속은 시고 떫은 경우를 말합니다.
요즘 우리 주변에도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겉으로 화려하고 자극적인 음식,
SNS에서 반짝 인기 끄는 메뉴.
그런 것들이 잠깐의 즐거움을 줄 수는 있지만,
결국 몸을 지치게 하고 마음을 피로하게 합니다.
진정한 맛은 겉으로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저 평범하게 보이지만,
먹을수록 건강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어느 날, 마님과 함께 찾은 오래된 중식당.
짜장면과 짬뽕이라는 평범한 메뉴를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첫 숟가락을 뜨는 순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고 묵직한 맛이 입안에 퍼졌습니다.
그 안에는 요리하는 사람의 철학과 정성이 차곡차곡 스며 있었습니다.
달인이란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숨긴 사람입니다.
누구나 흉내 낼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묵묵히 걸어온 길에서만 나오는 깊이를 지닌 사람.
그가 바로 진정한 달인입니다.
화려한 맛보다 담백한 맛을 찾는 것.
자극적인 인생보다 평범 속의 깊이를 쌓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맛’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