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색 공원

사람이나 책을 분별하는 관점

물취이모(勿取以貌)

by 무공 김낙범

프로젝트 미팅을 강남에서 열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도중 어느 역에서 기품 있어 보이는 한 부인이 올라탔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비어 있는 임산부 좌석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앉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겉보기와는 다르다고 느꼈다. 기품 있어 보여도 경우와 예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역에서 한 노인이 올라탔다. 그는 빈 좌석이 없자 조금 전에 임산부 좌석에 앉은 그 부인 옆에 기대어 서 있었다. 이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허름한 복장의 중년 여인이 일어나 노인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노인은 괜찮다고 했지만, 그녀는 노인의 팔을 이끌어 자리에 앉히고 자신은 그 앞에 서서 손잡이를 잡았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물취이모(勿取以貌)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거나 선택하지 말라는 뜻이다. 한 여인은 기품 있는 외모였지만 경우 없는 행동을 했고, 한 여인은 소박한 차림이었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배려를 실천했다. 이 두 여인을 보면서 눈에 보이는 겉모습이나 화려한 포장보다는 그 사람의 내면과 성품을 잘 살펴야 한다는 깨닫게 되었다.


사람은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상대방의 호감을 얻기 위해 자연스레 외모에 신경을 쓰게 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외모가 좋은 사람도 어느 정도 사귀다 보면 그 사람의 내면은 외모와 달리 추한 모습을 많이 발견하였다. 그래서 그 후에는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책도 마찬가지다. 겉포장이 화려하고 제목이 그럴듯해도 실제 내용이 조잡하면 책으로서의 가치를 갖지 못한다. 책은 내용이 중요하다. 그런데 요즘 서점에 진열된 책들을 보면 제목에만 너무 신경을 많이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독자들이 내용을 보지 않고 제목만 보고 책을 고르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출판사 역시 수익에 신경을 써야 하므로 자연스레 제목으로 독자의 시선을 끌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멋진 제목에 비해 내용이 뒤떨어지면 독자는 책을 읽다 결국 덮어버리게 된다. 내용이 충실한 책은 독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으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오늘은 물취이모가 주는 메시지를 가슴에 새기며, 사람이나 책을 분별하는 관점을 새롭게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지하철에서 본 경우가 없는 기품 있는 여인과 소박하지만 배려 깊은 여인에게서 얻은 깨달음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함을 절실하게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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