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색 공원

조용히 가꾸는 내면의 정원

피갈회옥(被褐懷玉)

by 무공 김낙범

내면의 보석을 발견하는 기회

어느 날, 남산 도서관으로 오르는 길에서 허름한 옷차림의 할아버지를 만났던 기억이 납니다. 공원 의자에 쓸쓸히 앉아 계시기에 조심스럽게 옆에 앉았습니다. 가지고 있던 빵을 건네자, 할아버지는 환하게 웃으며 맛있게 드셨습니다. 말없이 빵을 드신 뒤, 고맙다며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장자에 나오는 ‘소요유’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흥미롭게 듣던 중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공부를 많이 하셨나 봐요.” 할아버지는 빙긋이 웃으며, 평소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읽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화려한 경력이나 명함 없이도, 그분의 깊은 내면은 짧은 대화만으로도 충분히 빛났습니다.

‘피갈회옥(被褐懷玉)’거친 옷을 입고 있지만 품속에는 옥을 지니고 있다는 이 말은 그날 이후 제 삶의 지침이 되었습니다. 겉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진정한 가치는 드러나지 않는 곳에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구나 품속에 자신만의 옥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마라

하버드 대학교 정문에 붙어 있는 글귀,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표지로 책을 판단하지 마라)”에는 깊은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어느 날, 허름한 옷차림의 노부부가 하버드 총장을 만나기 위해 학교를 방문했습니다. 비서는 이들의 외모를 보고 하루 종일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했지만, 끈질긴 요청 끝에 총장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총장님, 이 학교에 1년간 다니다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이를 위한 기념물을 하나 세우고 싶습니다.”라는 말에 총장은 퉁명스럽게 대답했습니다. “하버드에 다니다 죽은 사람 모두를 위해 동상을 세울 수는 없습니다.”

노부부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동상을 세워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아들 명의로 된 건물 하나를 기증하고 싶을 뿐입니다.” 총장은 비웃듯이 말했습니다. “하버드에는 750만 달러가 넘는 건물이 여러 채 있어요.”

그때 부인이 남편을 향해 조용히 말했습니다. “여보, 건물 하나 짓는 데 그 정도밖에 안 드는가 봐요. 그러지 말고 우리가 대학교 하나를 세우지 그래요.” 그러고는 말없이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총장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붉어졌고, 당혹감으로 일그러졌습니다.

이후 노부부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고향에 스탠퍼드 대학교를 설립했고, 그곳은 서부의 명문 대학교가 되었습니다.

이 일화는 우리가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고, 그 정신이 하버드 정문에 새겨진 것입니다.


도서관에서 찾은 나의 보석

도서관에 다니며 다양한 책을 읽었습니다. 처음엔 베스트셀러 코너를 맴돌다가, 예전에 관심 있었던 심리학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철학 책을 읽고, 동양 고전으로까지 독서의 폭을 넓혔습니다.

책을 읽을수록 내 안에서 무언가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호기심, 궁금증, 생각하는 즐거움이 되살아났습니다.

몇 달 후,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친구들과의 대화도 달라졌고, 책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나누며 삶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때 진정한 아름다움은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조용히 가꾸는 내면의 정원

아침 ‘미라클 모닝’의 첫 번째 순서로 명상에 들어갑니다. 그저 하늘을 바라보며 우주의 기운을 내면에 받아들일 뿐입니다. 멍하니 바라보는 그 순간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며, 내면의 정원을 가꾸는 시간입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깊은 생각, 조금 더 넓은 시야,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성장하고 있는 무언가로 내면의 정원을 가꿉니다.

명상으로 느낀 점은 블로그에 옮깁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누군가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피갈회옥’의 아름다움은 화려하게 드러나지 않아도,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해도, 진심을 담아 꾸준히 하는 일은 반드시 누군가에게 닿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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