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색 공원

쓴맛이 다하면 반드시 단맛이 찾아옵니다

고진감래(苦盡甘來)

by 무공 김낙범

쓴맛 뒤에 찾아오는 단맛

공원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맞은편에 힘없이 앉아 있는 중년 남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에게 어떤 사연이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사서 다가갔습니다.

“옆에 앉아도 될까요?”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서려 했습니다. 나는 커피를 건네며, 그냥 같이 앉아 이야기나 하자고 했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으신가요?”

그는 한숨을 내쉬며 사업이 망해 빚만 지고 가족에게 면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쓸쓸한 웃음이 스쳤습니다.

“커피 맛이 쓰지요?” 내가 말을 건넸습니다.

“하지만 쓴맛을 음미하다 보면, 그 뒤에 단맛이 찾아오더군요.”

바로 고진감래(苦盡甘來), 쓴맛이 다하면 단맛이 온다는 말. 그것은 위로하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삶의 진리였습니다.


바닥을 치던 날들

승진을 기다리던 어느 날, 어항이 깨지는 꿈을 꾸었습니다.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었고, 결국 승진에서 탈락했습니다. 이제 선택지는 명예퇴직뿐.

아직 한창 일할 나이였지만, 사회는 냉정했습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었지만 취업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자원봉사로 기회를 엿보았지만, “나이가 많다"라는 이유로 번번이 탈락했습니다.

그때의 절망감은 깊은 우물에 빠진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며, “기회가 있을 거야”라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어둠 속에서 만난 작은 빛

비 오는 날, 카페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데, 한 노인이 슬며시 다가와 앞에 앉았습니다.

“무슨 고민이 있수?”

온화한 눈빛을 바라보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사정을 이야기하자, 노인은 차분히 듣고 말씀했습니다.

“나도 중년에 명예퇴직하고 방황하다가 도서관에서 세월을 보냈지요. 그리고 지금은 작가로 살고 있답니다.”

그의 눈에서 나온 온화한 빛은 삶의 지혜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지혜를 얻으세요. 반드시 길이 열릴 겁니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을 만난 듯 앞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 걸음씩, 꾸준히, 천천히

그날 이후, 큰 성공보다 작은 발걸음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대학원에 등록하고 상담 심리를 전공하며, 서울역 노숙자 센터와 병원에서 상담 봉사를 이어갔습니다. 10여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상담하며 그들에게 작은 빛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또한 역학을 연구하며, 각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의 운명을 스스로 풀어보고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역학서 10권을 출간했습니다.

지금은 사자성어의 지혜를 발굴하고, 자기 계발서를 집필하며 누군가에게 작은 등불이 되고자 합니다.

고진감래(苦盡甘來), 쓴맛이 다하면 반드시 단맛이 찾아옵니다.

삶의 고통은 끝내 달콤한 열매로 이어지게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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