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엄마는 모종 타령이었다. 고추모종도 좀 사야하고 가지랑 토마토 모종도 좀 사야 한다는 말이 전화 끄트머리에 길게 자리했다. 빨리 시간을 내라는 재촉임을 안다. 그주 토요일, 수업과 수업 사이 모종 가게를 찾아나섰다. 보성시장 근처를 몇 번을 돌고돌아 화장품 가게 앞에 나란히나란히 줄 선 모종들을 만났다. 아직은 많이 나오지 않아 아쉬운 대로 고추와 가지, 상추, 수박 모종 두어개씩을 샀다. 토마토는 취급하지 않는다는 주인장 말에 엄마의 낙심이 크다.
텃밭, 말이 좋아 텃밭이지 마당 한구석에 콘테이너 세 개가 전부다. 그런데도 엄마는 올망졸망 모종들을 심어놓고 강아지 보듯 하신다. 내가 집에 가면 고추 모종이고 가지 모종이고 그저 똑같이만 보이는 이 딸에게 굳이 아픈 다리로 콘테이너 앞까지 나와 서서는 하나하나 설명을 해 주신다.
어찌된 일인지 고춧잎이 벌레 먹었다며 약을 좀 해줘야겠다고 속상해서 이야기하신다. 요 가지는 무심하게 혼자서 조금씩 컸다고 대견타 하시며 자랑하신다. 저 수박은 줄기 탈 수 있게 담쪽으로 두툼한 쇠막대기도 같이 심어 놓으셨다며 이미 수박 수확을 하신 듯 웃음이 번지신다. 그 모습을 보면 진짜 이 초록이들 어딘가에 살랑살랑 흔드는 꼬리라도 있는 건 아닐까 살펴보게 된다.
어느 한 날 밤엔 마당에서 삐끗 넘어졌는데 그 바람에 수박 모종 하나가 꺾였다고 낭패다 하셔서 딸의 마음을 덜컥하게 하신다.
'지금 수박 모종이 문제꽈? 큰일 날 뻔 해신게'
이만큼 나오려는 잔소리를 기특하게도 꿀꺽 삼킨다.
엄마의 4월을 고사리 코인사가 함께 해왔다면 이제 더는 할 수 없다는 헛헛한 마음에 들어차 앉은 것이 콘테이너 텃밭일 터였다. 벌레 먹은 고춧잎을 애지중지 살펴보다가 달팽이가 범인인 것을 알고는 달 기우는 봄밤에 달팽이들을 잡아냈다며, 아무래도 고추는 틀렸지 하시는 모습은 또 그렇게 애달플 수 가 없다. 친정 엄마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주는 초록임을 알기에 갈 때마다 나도 덕담 한 마디씩 해 본다.
"너른 들판인듯 여겨 잘 크소서."
"이제 노지딸기 나왔을 건디이."
친정 엄마의 전화다. 이제 노지딸기의 시간 5월이구나. 친정엄마표 딸기 주물러가 등장할 타이밍이다. 당분간 제주에서 알아주는 아라노지딸기를 찾느라 또 바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