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작년 이맘때였다. 한 무리의 여자 아이들의 심상찮은 움직임을 포착한 것은.
수업 시간에 빠듯하게 도착해서 마음은 바쁜데 뭔가를 기다리는 듯한 작은 그녀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뭘 기다리는 걸까? 이 쓸데없는 궁금증, 또 발동했다.
영락없는 가을빛을 한 나무를 바라보다가, 앞으로 뒤로 왔다 갔다 하다가, 허공에 휘젓는 팔짓까지. 도대체 저들은 무엇을 하는 걸까?
한참을 들여다보니 아하! 그녀들의 몸을 움직이는 건 바람에 불리는 나뭇잎이었다. 일관되게 곧장 떨어지지 못하고 낙하 중 슬쩍 바람의 방향에 온몸을 맡기는 나뭇잎의 움직임에 따라 그녀들의 몸도 예상치 못한 위치 선정에 당혹스러웠던 것이다.
느닷없이 떨어지는 나뭇잎을 잡으려는 그녀들의 뒷모습이 너무나 진지하고도 아꼬와서 한참을 차에서 구경을 했더랬다. 마음으로는 그녀들의 가을 잡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면서.
팔 벌려 기다리는 모습에 잠시 함께 긴장하고, 팽그르르 돌며 떨어지는 가을을 잡고서는 놓치지 않으려고 두 손을 꼭 쥐고 뱅 돌아오는 모습에 괜스레 마음이 쫄깃해지기도 했다.
한 해 시간을 보낸 그녀들이 저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까. 제발 어디에서건 이 가을을 만끽하고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
사는 것도 떨어지는 나뭇잎 잡는 듯하지 않던가?
제자리를 잘 잡고 있는 듯했는데 그것이 아니었구나 무릎을 치기 일쑤이고, 다 잡은 듯하다가 놓치고 마는 낭패감도 적지 않다. 그 하나를 잡고 놓치지 않으려고 뱅글뱅글 안간힘을 쏟기도 했겠지. 그런데도 져버릴 수 없는 기대감이 또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삶.
가을은 이런 계절이구나.
누구라도 기다리게 하고 스친 인연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계절, 그 기다림과 안부가 쓸쓸하면서도 설레고 그리고 살아가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계절.
가을밤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