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캔버스에 그리는 알록달록 그림
뉴욕을 여행하면서 하루에 3~6만보는 거뜬히 걷곤 했다.
평소 생각 없이 가는 대로 걷는 것을 좋아하지만 여행지에선 날씨와 컨디션에 구애받지 않고 길 위에 더욱 머무는 편이다.
대중교통을 타고 스쳐 지나는 것과는 다른, 내 발밑으로 땅을 느끼며 여행지에 흡수되는 느낌이 좋다.
모든 것이 천천히, 생생하게 기억되기도 하고.
발걸음을 열 보 옮길 때마다 펼쳐지는 색다른 풍경, 개성 넘치는 사람들, 처음 맡아보는 냄새들
온도와 습도가 완벽한 7월의 뉴욕은 걷기에 완벽한 도시이다.
그렇게 걷다 지칠 때쯤, 센트럴파크라는 거대한 그늘이 나타난다.
그저 공원일뿐이겠지 라고 생각한 것은 큰 오산이었다.
센트럴파크에서 고즈넉한 곳을 찾아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 깔고 앉아 지르르 울리는 다리를 주물렀다.
친구의 어머니가 싸주신 삼각김밥을 한입 물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공원에 캔버스를 놓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과 비둘기에 둘러싸여 행복하게 허둥지둥하시는 할아버지, 저 멀리서 들려오는 재즈밴드의 소리,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부끄러운 듯 최선을 다해 사진 촬영을 하는 신랑 신부, 삼각김밥이 부러운 듯 쳐다보는 다람쥐 그리고 아이들이 몰려있던 공간에 가보니 거북이도 있었다.
순간 뉴욕이 이런 도시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귀엽고 웃긴 풍경이었다.
낯선 사람들이 모여 이렇게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다니!
나무와 풀들이 무성한 초록색 캔버스에 각자 자신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같았다.
덕분에 삼각김밥을 팝콘 삼아 공원 풍경을 넷플릭스 삼아 심심치 않게 점심시간을 보냈다.
뉴욕에는 굉장히 많은 공원들이 있다.
가봐야 할 공원은 대부분 가봤는데 그 많은 공원이 각자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중 센트럴파크가 압도적으로 좋았지만 뉴욕 공공 도서관 옆 브라이언트 공원도 굉장히 추천한다.
특히 밤에 노란색으로 빛나는 공공도서관을 구경하고 주변에서 음식을 포장해서 브라이언트 파크에 앉아 먹으면 환상적이다!
시골에 살아서 도시를 느껴보려 뉴욕에 왔건만, 역시나 나는 자연에서 안정을 찾는 사람인가 보다.
복작복작 거리를 다니다 만나는 센트럴 파크는 너무나 고마운 공간이었다.
콘크리트 빌딩 가운데 당당히 자기주장을 하는 이 공원은 뉴욕 사람들에게도 굉장히 고마운 장소가 아닐까?
이후, 주변에 일정이 있으면 무조건 센트럴 파크를 가로질러 갔다.
센트럴파크는 굉장히 규모가 커서 웬만하면 하루에 한 번씩은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와, 뉴욕에 눌러살고 싶다.'의 지분 70%는 센트럴파크가 당당히 차지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