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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율 Sep 30. 2024

글쓰기 습관, 독서는 글쓰기-책 쓰기로 발전한다

제2장 독서를 재테크로 연결하는 5가지 습관 만들기

  독서는 글쓰기로 전이된다. 필자는 독서를 통해서 글쓰기 방법을 배우고, 쓰는 습관을 만들었다. 글쓰기 공모전에 참가하여 상금을 받기도 하였고, 네이버 블로그에 북리뷰를 비롯하여 브런치스토리 글쓰기, 티스토리 블로그에 경제·부동산·재테크 관련 글을 써서 소액이지만 광고 수익을 벌고 있다. 그리고 글 쓰는 습관이 모여 책 출간 계약을 하였다. 이 책은 이렇게 쓰기 습관의 결과물이다. 독서 메모 습관이 발전하여 글쓰기 습관이 되는 것이다. 지금부터 필자가 경험한 독서는 어떻게 글쓰기 습관으로 발전하여 작가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하였는지 알아보자.




■ 생각의 확장은 메모로부터메모 독서법

  여러분은 책을 읽고 독서 노트를 쓰는가? 그러면 왜 독서 노트를 쓰는가? 사람마다 이유야 다 다르겠지만 궁극적으로 책의 내용을 오래 기억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생각의 확장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얹고 자 한다. 이런 이유에서 필자에게 가장 혁신적인 독서법을 가르쳐 준 책 중 하나가 신정철 작가의 《메모 독서법》이다. 독서를 통한 변화를 희망하는 독자라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1장 메모 독서 준비 단계부터 7장 메모 독서 경험 리뷰까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이 책의 활용법도 친절하게 안내한다. 이 책을 안내서 삼아 『메모 독서 실천 7주 과정』을 실천해 볼 것을 권한다. 필자는 이 책을 읽고 체계적으로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다. 독서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글쓰기가 재밌어진 것이다. 책을 보다 이런저런 생각이 막 떠오른다. 그러면 독서 노트에 메모한다. 이런 메모가 모여 보고서, 제안서, 사업계획서, 이메일 편지, 책 쓰기 등에 활용되고 있다. 메모 독서법을 실천하면서 머리가 좋아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메모 습관의 핵심은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 때 바로 적어 두는 습관’이다. 바로 적지 않고 나중에 적어야지 하는 순간 떠 올랐던 아이디어는 대부분 휘발된다. 나중에 잘 정리해야지 한들 생각나는 것이 없다. 그래서 순간순간 키워드 중심으로 적어 두는 것을 추천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메모 독서에 익숙하지 않을까? 독서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이유다. 사실 읽다 보면 쭉 읽어 내려가고 싶다. 이야기 흐름을 끊기는 행위를 피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독서 중 메모하는 행위는 읽기 속도에 방해가 된다. 읽을 책이 얼마나 많은가. 혹자는 1년에 백 권 읽기가 목표인데 독서 일지 쓸 시간이 어딨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래저래 독서 메모는 귀찮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서 메모의 필요성과 효율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나온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메모 독서법》은 독서를 통한 메모 습관 만들기 5단계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1단계는 ‘책에 메모하기’다. 밑줄을 친다. 색을 달리하여 중요도를 분류한다. 책의 여백에 질문하고, 답을 찾는다. 2단계는 ‘독서 노트 쓰기’다. 중요한 문장,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필사한다. 떠오르는 생각과 질문을 적는다. 독서 노트를 다시 읽는다. 3단계는 ‘독서 마인드맵 작성하기’다. 키워드를 뽑는다. 범주화를 통해 계층형 목록을 만든다. 색상이나 기호로 강조 표시한다. 4단계는 ‘메모 독서로 글쓰기’다. 질문을 찾는다. 핵심 문장을 쓴다. 글의 설계도를 그린다. 5단계는 ‘메모 독서 습관 만들기’다. 규칙적으로 읽는 습관을 들인다. 독서모임에 참여한다. 완벽하게 쓰려고 하지 않는다. 《메모 독서법》을 읽으며 저자의 방법을 똑같이 따라 했다. 책을 읽는 동안 떠오르는 생각, 질문을 메모했다. 책을 읽는 도중에 해야 할 일이 떠오르면 체크박스에 할 일을 메모하고 실행하면 체크박스를 지워나갔다. 이렇게 점차 책 내용을 옮겨 적는 수준의 수동적 독서 노트에서 생각과 의견, 견해를 밝히는 능동적 글쓰기 노트로 바뀌어 갔다. 그래서 나의 독서 노트에는 일기, 일정계획, 책 내용, 글쓰기 주제, 글쓰기 메모장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이렇듯 《메모 독서법》은 필자의 독서 발전에 혁혁한 공을 제공한 책이다. 독서 발전 단계는 이 책을 만나기 전화 후로 나뉜다. 이 책을 읽은 후 독서의 질이 확 바뀌었다. 읽기만 하는 독서에서 생각을 메모로 확장하여 글쓰기로 연결하게 된 것이다.



■ 나의 독서 노트

  처음 독서 노트를 쓸 때는 매우 단순했다. 책을 읽으며 밑줄 친 몇 개의 단어나 문장을 필사하는 정도였다. 십여 년 전 독서 노트를 다시 보니 민망하다. 책 제목만 써놓고 한 줄 쓰지 못한 것, 일기를 대신 쓴 것, 제목과 독서 날짜 그리고 한 줄 평만 쓴 것 등. 뭔가는 쓰고 싶은데 쓰는 방법을 몰랐던 건지, 쓸 내용이 없었던 건지, 열 줄도 쓰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책을 읽으면 독서 일지를 쓰려는 마음은 항상 작동했던 것 같다. 독서법과 메모 관련 책들을 읽게 되면서 점점 책을 읽고 독서 노트 쓰는 분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민망하지만 필자의 '독서 노트'를 간략히 소개하겠다. 노트 크기는 B5, 줄 간격 8㎜, 총 40페이지로 가격은 2천 원, 제품명 ARTBOX의 ‘NOTEBOOK’을 사용한다. 가운데 스프링이 있어 양쪽 페이지 모두 글쓰기 편하다. 오른쪽 페이지에는 '독서 일지'로, 왼쪽 페이지는 책을 읽으며 떠오른 아이디어와 메모를 을 써 놓은 ‘생각 일지’로 사용한다. 읽은 책의 기본 정보를 독서 일지 상단에 쓴다. 책의 제목, 저자, 출판사, 독서 날짜를 적는다. 그리고 하단에 책을 읽고 난 간략한 소감을 한 줄 평, 핵심 문장, 실천하기, 키워드까지 한 줄로 기록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하나의 책을 읽으면 최소한 한 가지를 실행하는 '실천하기'를 적어보는 것이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독서의 궁극적 목적은 '실천'이지 않는가. 그리고 아래부터는 책을 읽으며 필사하고 싶은 단어나 문장을 페이지와 함께 써 내려간다.

  독서 노트의 왼쪽 페이지에는 책을 읽을 때 번쩍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는다. 예를 들어 집필 중인 책 제목의 일부 소재가 생각나서 메모해 놓거나, 사업 기획에 써먹을 아이디어, 누구한테 어떤 내용을 연락할지, 여행지나 방문할 곳, 소설에 대한 구상, 협업이 필요한 단체나 대상자의 설득 방법, 어릴 적 추억들, 공모전 글쓰기 일정 및 아이디어, 여행 계획, 독서모임에 관한 것 등 다양하다. 인간은 매 순간 잡다한 생각을 한다. 캐나다 퀸스대 조던 포팽크 박사는 ‘인간이 하루 평균 6,200번의 생각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잠자는 8시간을 빼면 1분에 6.5번의 생각 전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책 읽는 과정에도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독서 노트를 펴 놓고 책을 읽는 이유는 ‘책 내용과 연관되어 떠오르는 순간의 생각을 메모하기 위함’이다. 노트에 기록하는 순간 생각은 내 것이 되어, 또 다른 생각으로 가지치기하며 확장해 나간다. 나와 직면한 문제해결 방법일 수도 있고, 설득하거나 제안해야 할 아이디어 일 수도 있다. 시간이 쌓일수록 독서 노트에 기록한 단순한 메모들을 활용하여 글쓰기로 연결하는 경험이 많아지고 있다. 나중에 독서 노트를 보면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때 읽었던 감정까지 느낄 수 있어 좋다. 남들은 독서 노트를 어떻게 쓰고 활용하는지 궁금한 점도 많다. 독서모임에서 독서 노트 쓰기 방법과 사례, 메모 독서에 좋은 노트와 문구류 등에 대한 소개도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 독서가 글이 되는 과정

  우선 읽고 싶은 책을 산다. 모든 책은 구매해서 읽는 편이다. 주로 인터넷 서점을 이용한다. 그래야 밑줄도 긋고 메모도 할 수 있다. 또 보고 싶을 때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다. 책을 사서 보는 또 다른 이유는 가족에게 유산으로 남겨 주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같이 세대 간 격차가 커지고 AI가 실생활에 사용될 미래에 책이란 처치 곤란한 골동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책 읽는 습관을 자녀에게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책이 가득한 서재에 책상, 만년필, 독서 노트와 메모장, 내가 쓴 책을 물려준다면 그 어떤 것보다 큰 유산이지 않을까. 부모로서 자녀에게 물려줄 자산은 돈이 아니라, 내 서재라고 답하고 싶다. 책은 소중한 유산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교육의 가장 큰 가치는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는 역량과 자립심을 키워주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올바른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립적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관심 분야 책 서너 권을 함께 읽는 편이다. 예를 들어 ‘글쓰기 관련 책’이라면 남들이 추천하는 책 중에서 읽기 쉽고 따라 하기 어렵지 않은 책 위주로 몇 권을 고른다. 그리고 함께 집중적으로 읽는 편이다. 보통은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을 이용해서 읽는다. 토요일 오전 시간엔 집에서, 오후 또는 저녁 시간엔 동네 카페에서 책을 읽기도 한다. 유사한 주제로 여러 권을 한 번에 읽어가면 좋은 점이 있다. 중복되는 부분은 건너뛸 수 있어 책 읽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여러 권의 책에서 주장하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그리고 차이점도 있다. 이렇게 여러 권을 함께 읽으면 생각이 정리되는 효과가 크다. ‘아 이런 거구나’ 하는 깨달음과 명료하게 정리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책 읽기가 지루하지 않다. 아시다시피 책 한 권이 모두 흥미로울 수는 없다. 읽던 책이 지루하다 느껴질 때는 다른 책을 집어 들고 흥미 가는 부분부터 읽어가는 것이다. 같은 주제의 책이라서 상호 보완적이고 지식의 연결성이 유지된다. 정보를 얻을 부분, 깨달음을 주는 부분, 인용할 부분, 생활에 적용할 부분 등.

  여러 권을 한 번에 같이 읽기는 일정 부분 독서 습관이 생겼을 때 효과가 있고, 실용서 또는 자기계발서 위주로 읽을 때 유익한 것 같다. 모든 독자는 개인차가 있으니 본인 독서 수준에 맞게 선택해서 모아 읽기 또는 병렬독서를 권한다.


  세 번째는 읽으며 필요한 부분에 밑줄 긋거나 메모하는 등의 표식을 남기는 것이다. 필자는 책을 읽을 때 자와 연필을 들고 읽는 습관이 있다. 여기에 형광펜과 북마크, 포스트잇, 독서 노트를 항시 지참한다. 그러다 보니 독서는 책상에서 하는 편이다. 즉 쓸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읽어야 효율적인 독서가 된다는 쓸데없는 고정관념이 있다. 독서의 기록이 남아 글쓰기로 연결되는 환경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네 번째는 블로그 글쓰기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독서와 재테크란 주제로 ‘도서 리뷰’를 쓰고 있다. 티스토리 블로그에는 경제와 부동산을 주제로, 브런치스토리에는 책 출간을 염두하고 기획된 내용으로 정제된 글을 쓰고 있다. 블로그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는 내 글이 독자에게 노출된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한 글쓰기 연습에 블로그 글쓰기만큼 유용한 도구는 없는 것 같다. 작고 하찮은 경험이라도 자주 써서 전체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글쓰기 공모전에 소설이나 수필, 시 등을 출품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필자는 2022년 8월 생활체육 이야기 공모전에 “매일 읽고 쓰고 달리기로 했다”란 주제로 당선되어 상금 50만 원과 국민체육진흥공단 잡지 ‘KSPO 매거진’ 꽃보다 운동 러닝 편에 인터뷰가 실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전 직장에서 업무와 관련한 글쓰기로 ‘위클리 리포트’를 매주 발간하는 작업을 기획하며 글쓰기의 중요성을 많이 느꼈다. 한 번은 필자의 글 ‘구미 부동산 시장과 대기업 공장의 해외 이전’이 신문사 기자의 눈에 띄어 기사로 인용 보도되기도 하였다. 자신의 업무와 전문성을 살린 글쓰기는 돈도 되고, 개인의 브랜딩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다섯 번째는 책 쓰기다. 앞에서 언급한 독서 메모와 독서 노트의 내용들을 모아 한 편의 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즉 책을 읽으며 떠오른 조각난 생각들이 한 곳에 모아질 때 글이 된다. 요즘은 독서 중 떠오른 다양한 생각들을 포스트잇에 메모하여 같은 주제로 분류하고 모아 놓은 ‘독서 카드’를 많이 활용한다. 김정운 저자의 《에디톨리지》에 언급된 독서 카드 작성 및 활용법과 같은 원리다. 지금 쓰고 있는 ‘독서와 재테크 불변의 법칙’ 원고는 이러한 과정으로 탄생한 것이다. 그 외에 4권의 책 집필을 진행 중이다. 인간의 욕망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장편 소설 ‘모델하우스 속 사람들’과 시골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성장소설 ‘느티골 토끼 아빠’, 일반인에게 부동산 마케팅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한 ‘부동산 마케팅의 8원칙’, 등산 여행을 통해서 세대 차이를 극복하는 여행 에세이 ‘장인어른과 함께하는 여행의 기술’을 집필하여 1년에 한 권씩 출간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서가 글이 되는 과정에서 책 쓰기는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재구성하는 핵심적인 활동이다. 독서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사고방식을 접하며 사고의 폭을 넓혀 주고, 책 쓰기는 이러한 생각들을 논리적이고 구조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이다. 독서 중에 쌓인 통찰과 영감은 책 쓰기를 통해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가 되고, 독자의 시각에서 출발한 내용이 결국 작가의 목소리로 재탄생하게 된다. 


■ 글쓰기 습관 만들기

  뭐든지 처음이 어렵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한글파일의 깜빡이는 커서를 보고 있자면 모든 생각이 흡수되어 쓸 거리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곤 한다. 쓰고 싶은 것이 많아 안 쓰면 죽을 것 같다가도 빈 노트가 공포로 다가오는 경험을 다들 해봤을 것 같다. 왜 안 써질까? 그래서 여러 글쓰기 책을 읽고 실천해 봤다. 그런데도 잘 안된다. 그래서 내 방법대로 했다.

  처음엔 한글파일을 열어 제목부터 적고 파일명을 저장한다. 내가 보고서나 제안서를 작성할 때 하는 습관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처럼 써야 할 제목을 적으면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써야 할 주제와 관련된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어 작성한다. 순서는 상관없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 내려간다. 이때 타이머를 이용하곤 한다. 15분 또는 30분으로 시간을 설정해 놓으면 집중력이 크게 상승한다. 그리고 그 시간이 다 할 동안 포기하지 않고 쓰면 뭐가 되든 써진다는 것을 알았다. “마감은 어떻게든 쓰게 한다.” 이 말은 진리인 것 같다. 그렇게 우선 한 꼭지를 쓰고 나면 쓸거리가 더 이상 없다. 지식이 바닥난 것이다.


  그다음은 용어나 개념에 대한 정의 내리기로 한 꼭지 더 작성해 본다. 깊이 있는 글을 쓰기 위한 테크닉 중 하나가 정의 내리기다. 정의 내리기에는 사전적 의미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글쓴이만의 정의가 있다. 다음 3장에서 필자가 ‘집이란 무엇인가?’에 답한 글쓰기는 집과 관련한 나만의 생각과 경험을 담아 하나의 단어로 정의 내린 것이다. 글쓰기에서 특정 사안에 대한 정의 내리기는 자신의 평소 생각, 가치관 등이 반영되기 때문에 같은 단어라 해도 사람마다 이해가 다르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글쓰기의 목적에 따라 정의 내리기도 달라질 수 있다. 글의 목적은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는 일이다. 스스로 선을 긋고 그 범위 안에서 정의하는 식으로 써나간다.


  여기에 경험이나 들은 이야기 또는 인용문을 찾아 글쓰기에 보탠다. 책에서 본 내용 중에 유사하거나 부연 설명이 가능한 부분들을 인용하는 것은 글쓰기의 핵심이면서 가장 쉬운 글쓰기 방법이다. 이때 독서 노트가 활용된다. 독서 중에 필사한 좋은 문구나 떠오른 생각들을 글쓰기에 가져와서 살을 붙이면 훨씬 충실한 글이 만들어진다.


  마지막으로 내일 쓸 거리를 미리 구상해 놓는 것이다. 내일 쓸 분량을 ‘독서 카드’에 메모하여 노트에 붙여 두었다가 아침 노트북을 켬과 동시에 작성하던 파일을 열어 거침없이 써 가는 것이다. A4 반장에서 한 장이면 쓸 거리가 바닥나지만 ‘내일 쓸 거리를 미리 작성’해 놓는 방법은 지속적 글쓰기에 매우 효과적이다. 다수의 작가가 이 방법을 쓴다고 한다. 글이 잘 써지는 날이라고 해서 한 번에 다 쓰지 않고, 매일 쓸 분량만큼만 쓰고 나면 내일 쓸 분량을 남겼다가 이어서 쓴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막연히 시작하려면 글쓰기가 어렵고 지속성이 떨어지는 경험을 필자도 해봤다. 매일매일 경험하는 글쓰기의 막막함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초반부를 미리 써놓고 내일 글쓰기를 기다리면 글쓰기 주제의 생각이 연상작용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아무튼, 나의 글쓰기 습관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 방법들은 글쓰기 책을 읽고 나에게 적용해 보면서 점차 글쓰기 습관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리고 산책이나 달리기를 통해서 글쓰기 연상작용을 실험해 보게 되었다.



■ 책 출간 계약과 해지 통보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란 말을 자주 인용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책 쓰기다. 

이 속담은 아무리 좋은 것들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글쓰기에서도 좋은 주제나 생각들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글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그 아이디어의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기 어렵다. 이번 기회에 여기저기 흩어진 구슬을 모아 꿰어 보련다.

  필자의 책 쓰기 욕구는 오래전 시작되었다. 하지만 생각뿐, 실천이 없었다. 또는 시작한 글쓰기도 지속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기를 여러 번 했다. 때는 2021년 여름. 뭐라도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책 쓰기 강좌에 등록했다. 7주 수업으로 주 1회 3시간씩 책 쓰기 수업을 진행하였다. 물론 유료 강좌다. 그것도 아주 큰 금액이다. 한 달 치 급여에 가까운 수강료를 납부했다. 비싼 만큼 효과는 있었다. 하루 수업이 70만 원이 넘으니 빠질 수도 없었다. 매주 과제도 열심히 했다. 그리고 7주 수업의 최종 목표는 출간기획서를 완성하여 출판사에 투고하는 것이다. 


  출간기획서에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서론에 해당하는 첫 페이지에 제목과 부제, 저자 인적 사항을 적는다. 본론 부분에 저자 소개, 기획 의도, 핵심 주제, 타깃 독자, 이 책의 장점 및 차별성, 비교 도서 분석, 홍보문구 및 마케팅 전략, 원고 완성 및 기타 사항, 목차를 쓴다. 마지막 결론 부분에 프롤로그와 샘플원고 정도의 순서로 내용을 담으면 된다. 많은 기획서를 써봐서 출간기획서 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샘플원고를 쓰며 ‘남에게 나를 내보이는’ 솔직한 글쓰기가 어렵다는 것을 경험했다. 내 글에 자기 감시를 하게 되니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아무튼, 20여 장 분량의 출간기획서를 800여 개의 출판사에 이메일로 투고하였다. 정말 떨리는 순간으로 기억된다. 어느 출판사가 내 출간기획서를 간택해 줄지, 800개 중에 한, 두 곳은 걸리겠지 하는 기대와 희망도 있었다. 그런데 웬걸 투고 다음 날 아침 8시 30분경에 문자가 하나 왔다. 투고해 주신 출간기획서 잘 봤고 이번 주 만나자며 출판사 대표님의 명함까지 보내주셨다. 사실 어안이 벙벙했다. 큰 상이라도 받은 것처럼 어딘가에 자랑하고 싶은 붕 뜨는 기분을 느껴 봤다. 그렇게 출간 제의 문자와 이메일을 몇 개 더 받았다.


  첫 번째 출판사 대표님과의 미팅은 빠르게 진행되었고, 출간계약서 초안을 주고받으며 너무 서두르는 느낌에 좀 께름칙했다. 나야 출간 계약이 처음이고 어디에 물어볼 곳도 없는 데다, 나를 간택해 준 고마움에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출간 계약을 하는 것도 하나의 과정이니 공부하는 셈 치고 세 곳 정도는 더 만나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첫 번째 출판사 대표님께 양해를 구하고 두 곳의 출판사를 더 만났다. 첫 번째는 작은 출판사였으나 대표님이 매우 적극적이었고, 두 번째는 경제 신문사의 출판사로 홍보가 강점으로 보였고, 세 번째 출판사는 가장 규모도 크고 체계적으로 일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세 번째 출판사의 담당 편집자와 출간계약서 초안을 협의 후 최종 날인을 위해 출판사로 향했다. 해당 출판사는 사옥을 갖고 있었고, 1층엔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카페가 있어 은은한 커피 향을 맡으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옥상 루프탑엔 독서모임이나 회의할 수 있는 공간으로 20여 명 앉을 수 있게 긴 원목 테이블, 음료 대, 대형 모니터가 준비되어 있었고, 양 벽면에는 출판사 책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출간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나니 난 작가님 또는 선생님으로 불렸다. 마치 작가가 된 듯한 착각에 들떠 마냥 좋았던 기억이 있다.


  출간계약서의 내용은 모두 비슷한 것 같다. 저작권, 인쇄 및 지급 조건, 판매 기간 및 계약 기간, 저작물의 사용 범위, 재판권, 수정 및 재출간 권리, 해지 조건 등이다. 필자의 경우 선 인쇄는 100~200만 원, 인쇄는 도서 정가의 10~12%, 그리고 특약 사항 중에 저자의 과실로 원고를 기간 내에 작성하지 못하여 본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위약금 납부 등의 페널티 조항 정도였다. 최종 계약 내용은 선 인쇄(계약금) 100만 원, 인쇄는 도서 정가의 12%, 기타 저자에게 불리한 페널티는 협의 후 삭제하였다. 초보 작가치고는 양호한 조건으로 출간 계약을 완료했다. 문제는 1년이 넘게 초고를 완성하지 못한 것이다. 그 사이 출판사 담당 편집자도 퇴사와 이직을 하면서 두 번이나 바뀌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작년 봄. 출판사 편집팀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출간 계약 해지 도장을 찍었다. 선 인쇄로 받은 돈은 그대로 반납했다. 게으름, 핑계, 남 탓, 미루기 이런 나쁜 습관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첫 출간 계약 이후 3년이 흘렀다. 그동안 부동산시장에 큰 변화가 왔고 처음 기획한 책 원고는 트렌드를 벗어났다. 새로운 주제로 다시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지금 독서와 재테크를 주제로 초고가 완성 중이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3년 전 뵈었던 출판사 대표님한테 전화가 왔다. 책 쓰는 것이 있으면 원고를 보내달라는 말씀이었다. 이번엔 뭔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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