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독서를 재테크로 연결한 7가지 사례
때는 2011년 봄, 직장생활이 재미가 없었다. 성과도 없는 일을 반복적으로 해야 하며, 비전이 보이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 속에서 지식산업센터 개발을 위한 1만 평의 토지계약이 해지 처리되었고, 계약금 75억 원을 날려 버리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직장 상사와도 갈등이 심했다. 직급에 따른 자기 할 일을 하지 않고 농땡이 치며 불필요한 일을 시키는 사례가 많아지니 마찰이 생긴 것이다. 월요일 주간회의 시간에 I 부사장이 자기 성질에 못 이겨 흥분하여 나한테 쌍욕을 하고 회사를 나가 버렸다. 몇 달 후 B 이사도 내 책상을 발로 차더니 퇴사했다. 아무튼, 그 당시 나의 직장생활은 정말 거지 같았다. 이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고, 책이 대화 상대로 친구로 점점 다가왔다. 매주 책을 주문했다. 다 읽지 못하더라도 책을 샀다.
■ 책 한 권의 영향, 우리 카페나 할까?
이 지긋지긋한 직장을 떠나 카페나 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던 시점에, 《우리 카페나 할까》란 제목의 책을 구매하여 단숨에 읽었다. 그때부터 서울 가볼 만한 카페를 소개하는 책, 커피, 인테리어, 건축, 창업 관련 책들을 주로 보며 막연하게 나만의 ‘북카페’를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으로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이겨 내고 있었다.
그리고 퇴근 후 종각역 인근의 한 요리학원 바리스타 과정을 등록하여 두 달간 커피 이론과 실습내용을 배웠다. 2개월 과정으로 수강료도 꽤 비쌌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때가 바리스타 수강생도 많았고 카페창업도 많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바리스타 자격증 이론 시험을 보는데, 서울시험장은 모두 차서 강원도 춘천의 한림대학에 가서 시험을 치른 것이다. 실기시험은 10분 안에 에스프레소 4잔, 카페라테 4잔을 만들어 심사위원에게 시연하고 뒷정리까지 마무리하는 과정을 평가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게 자격증을 땄고, 직장생활에 치어 까맣게 잊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카페나 할까》를 2011년 여름에 읽었고, 2012년 봄에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3년 후 브런치 카페를 창업했다.
■ 나만의 슈펠리움, 브런치 카페창업
내 카페를 갖고 싶다는 열망이 커져만 갈 때 모 대학교에서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지인이 이런 말을 해줬다. “대학교에 있는 카페가 장사가 얼마나 잘되는지 아니, 임대료 싸지. 방학 때는 영업할 필요도 없지.” 영업이익률이 매우 높고 관리가 쉽다는 것이다. 시장조사를 해봤다. 많은 시설투자 없이 저렴한 임대료와 투자비, 운영이 쉽다는 장점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객단가가 높지 않아 큰 수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사업 제안서를 만들어 대학교 부대시설 카페 운영 입찰공고에 입찰도 해봤고, 시청 시설관리공단 카페 입찰도 시도해 봤다. 결과야 매번 미끄러졌다. 카페 운영에 대한 미련의 끈을 버리지 못하고 있을 즈음. 기회는 엉뚱한 곳에서 우연히 왔다.
때는 2015년 7월 동생이 “오빠 좋은 카페가 매물로 나왔는데 한번 와볼래.” 해서 구경이나 할 겸 한걸음에 달려가 보았고 마음에 쏙 들었다. 여기에 빠른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 것은 그 당시 메르스가 확산할 때라 가계 인수 가격을 많이 낮출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시설인수자금과 임대료로 보증금 및 월세, 최소한의 운영자금이 필요했다. 긴급하게 투자할 경우를 대비한 예비금으로, 그 당시 세종시 미분양아파트 2채 계약을 고려하고 있었다. 4년 된 청약통장과 5년간 납부한 연금보험을 해지하여 카페창업 비용에 충당했다. 이렇게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고 3년 반 만에 나의 브런치 카페가 생긴 것이다.
전용 50평에 점심시간에는 파스타, 샌드위치, 커피 메뉴와 저녁에는 와인과 수입 맥주까지 판매했다. 카페 공간은 아늑했고 인테리어는 빈티지풍의 멋스러움을 풍겼다. 겨울엔 벽난로가 운치를 더했고, 앞뒤로 실외 테라스가 두 개나 있어서 4월부터 11월 중순까지 여러 종류의 꽃이 피었다. 테이블 세팅이 완벽했고 음식은 눈으로도 맛나 보였다. 원두, 샌드위치 빵, 채소 등 식자재는 최상급을 사용했고, 단골손님은 개인 취향에 맞는 와인을 가져와서 마시기도 했다.
■ 카페창업으로 얻은 것들
카페는 전적으로 동생이 운영했다. 난 여전히 직장인이었고 부업으로 4년간 카페영업을 지속했다. 월급쟁이로 내 카페에 주말 또는 반 차를 내고 금요일 오후에 들렸다. 퇴근 시간에 몇몇 친구들에게 전화하여 카페에 놀러 오라고 했고, 영업 매출에 일부 기여했다. 내 공간에서 책도 읽고 카페 운영계획, 매출 증대 방안을 고민하였다. 남들 근무할 때 카페에서 와인 한잔하는 허세도 부려보았던 기억이 새롭다. 이렇게 한 권의 책은 나만의 로망을 실현해 주는 계기가 되었고 값진 인생 경험을 갖도록 해주었다.
이쯤 되면 여러분은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장사는 잘되어 돈은 벌었는지, 그 이후에 세종시 아파트가 폭등했다는데 카페 할 돈으로 미분양아파트를 분양받았으면 어땠을까. 그렇다. 결론적으로 자영업은 참 어렵고 변수가 많다. 요식업을 하면서 공간 예쁘고 음식 맛나고 분위기 좋으면 잘될 거라는 막연함으로 시작하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임을 내 카페를 운영해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처음에야 오픈빨이 있고 경쟁자가 없어 장사가 잘 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생업체가 생겨나고, 트렌드가 바뀌는 등 카페 운영은 녹녹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아쉬움도 많다. 그래도 좋은 추억이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왜냐고? 해봤기 때문이다.
내 인생 처음으로 모험을 쫓아 시도한 일이 브런치 카페를 인수한 것이다. 그 당시 이것저것 재지 않았다. 자금 계획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동생 지인을 통해서 매물로 나온 카페가 그냥 마음에 들었다. 카페 관리운영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열망했던 공간을 소유하고 내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것이 현실에서 부딪쳐야 할 여러 난관을 상쇄시킨 것 같다. 투자 측면에서 분석해 보면 큰 수익을 내지 못했다. 이로 인해 다른 투자 기회를 잡지 못한 것에 대한 기회비용이 더 크다. 하지만 후회나 아쉬움이 없는 것은 조금 더 젊은 날의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이왕에 할 거면 빨리 결정하고 시도하고 망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본인이 감당할 만한 수준에서 말이다. 해봤기에 어쩌다 늦은 나이에 퇴직금 또는 빚내어 자영업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카페창업을 희망하는 분께 해주고 싶은 말
우선 창업 전, 카페 아르바이트 먼저 해봐라. 필자는 부끄럽게도 지금껏 편의점, 식당, 카페 등 아르바이트를 한번 해본 적이 없다. 고객 응대, 테이블 정리, 서빙, 청소, 결재 방법 등 장사에 대한 실무경험이 전혀 없이 카페를 창업한 것이다. 어쩌다 카운터에 서 있을 때면 고객과 눈 마주치는 것이 두려웠다. 그때 알았다.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그래서 카페창업을 희망하는 분께 해주고 싶은 말을 정리해 봤다.
그다음은 본인과 잘 맞는 카페 컨셉 정하기다. 카페창업 시 본인과 잘 맞는 카페 컨셉을 정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카페의 성공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는 브랜드 정체성 확립이라고 할 수 있다. 손님들이 카페를 인식하고 기억하는 방법에 영향을 미치며, 카페가 어떤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는지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프랜차이즈 카페 중 스타벅스가 잘하는 것이 이 부분이다. 시장에는 다양한 카페가 존재하기 때문에, 본인만의 독특한 컨셉을 통해 경쟁에서 눈에 띄는 것이 중요하다.
컨셉은 카페를 차별화하는 요소가 되며, 이는 고객 유치와 충성도 향상에 기여한다. 또 컨셉은 카페 운영의 모든 측면에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 메뉴 개발, 마케팅 전략, 고객 서비스 방식 등이 컨셉에 맞춰 일관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관심사, 가치관, 열정이 반영된 컨셉을 선택하면 카페 운영 과정에서 개인적인 만족감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중요한 동기부여가 된다. 결론적으로, 카페 컨셉은 단순한 테마를 넘어서는 사업의 핵심이다. 본인과 잘 맞는 컨셉을 선택하는 것은 사업의 성공, 고객 만족도, 개인적 만족감 및 지속 가능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창업 초기 단계에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본인과 잘 맞는 컨셉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필자의 경우 영업 중이던 카페를 인수하다 보니 개성을 담은 카페 컨셉을 만들어 내기에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핵심은 수요 창출이다. 카페도 운영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즉 고객이 찾아오도록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이 진행될 때 객단가가 높아지는 것이다. 필자의 사례를 들어 보겠다. 우선 카페 운영에 있어 낮과 저녁 시간을 나눠서 공간 분위기와 메뉴를 달리했다. 즉 낮에는 커피와 샌드위치, 파스타 중심의 브런치 카페이고, 저녁 이후는 바인바 성격으로 수입 맥주, 와인, 위스키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카페 분위기를 바꾸는 방법은 간단하다. 음악과 조명만 바뀌면 찾아오는 고객층도 바뀐다. 거기에 맞게 메뉴는 따라가면 된다. 필요에 따라서는 배달 또는 외부 음식도 허용한다. 주말 또는 특정 기념일 등에는 대관을 하기도 한다. 파티룸의 성격을 함께 갖추고 카페 고객이 줄어드는 요일 즉 주말, 공휴일, 휴가철 그리고 시간대를 활용하여 매출 증가를 꾀하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카페에서 독서모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출구 전략을 미리 세우는 것이다. 카페와 같은 요식업을 시작할 때 출구 전략을 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출구 전략은 사업을 언제, 어떻게 종료하거나 이전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말한다. 사업 초기 또는 사업 계획 단계에서 출구 전략을 고려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사업을 운영하는 도중에도 출구 전략을 계획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
필자가 말하는 것은 영업 초기 단계부터 출구 전략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카페를 오픈하면 보통 오픈빨이란 것이 있다. 그래서 나름 장사가 잘 된다. 애초에 주변에 경쟁업체가 없었고, 새롭게 오픈하는 카페이니 신규고객에 지인에 단골도 생겨간다. 하지만 장사가 잘 된다 하면 인근에 다른 카페가 들어오게 마련이다. 우후죽순 경쟁업체가 생기는 것이다. 한 한정된 고객을 특별한 차별성이 없는 카페들이 나눠 먹는 꼴이 된다. 매출도 확실히 떨어진다. 그래서 카페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자영업이 어려운 것이다.
필자도 출구 전략을 세우지 않은 상황에서 3년 이상 운영하다가 결국 끝이 좋지 않았다. 오픈 초기의 매출은 해가 바뀔수록 떨어졌고, 노동 시간은 길어졌다. 매출이 줄어드니 직원을 고용하기 힘들고 집객 이벤트도 소극적일 수박에 없다. 그러다 매각을 결심했을 때는 늦은 것이다. 필자도 카페를 접으며 권리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리고 깨달은 것이 자영업은 어렵구나. 그래서 장사가 잘 될 때 권리금 받고 넘기라는 말이 있는 것 같다. 이왕 본인이 좋아하는 카페를 오픈했다면 손해는 보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출구 전략을 미리부터 세우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사업의 성공과 개인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출구 전략은 사업계획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