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를 걷다: 재건축의 바람이 불어오는 한강 위의 섬

서울답사기 영등포구

by 김율



영등포구 여의도 임장 코스.jpg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도시답사 및 임장 코스


지난 토요일 아침, 우리는 신길역 2번 출구에서 시작된 특별한 여행에 나섰다. 목적지는 여의도, 그리고 이 여행의 주체는 '재건축'이었다. 약 6km의 도보 여정을 통해 이 작은 섬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의 의미는 무엇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한강을 건너며 시작된 이야기

KakaoTalk_20250807_093009239_02.jpg 대방역 2번출구에서 출발하여 여의도 샛강위의 문화다리를 건너고 있다.


문화다리를 건너 여의도 샛강에 발을 디디는 순간, 이곳이 단순한 주거지역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멀리 보이는 63 빌딩과 IFC, 파크원 빌딩,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솟아오른 아파트들이 만들어내는 스카이라인은 서울의 다른 어떤 곳과도 다른 독특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여의도는 세 개의 다리를 통해 강북과 연결되어 있다. 1970년 개통한 마포대교, 1981년 완공된 원효대교, 그리고 1996년 개통한 서강대교가 그것이다. 각각 다른 시대에 지어진 이 다리들은 여의도 개발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마포대교는 여의도를 '서울의 맨해튼'으로 비약시키는 발판이 되었고, 원효대교는 민간 자본으로 건설된 최초의 한강 다리로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서강대교는 10년간 교각만 남겨진 채 방치되었다가 완성된 곡절 많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로 마주한 것은 광장아파트였다.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이곳은 이미 재건축의 출발선에 서 있었다. 건물 외벽에 붙은 현수막들이 그들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고, 주민들의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느껴졌다. 1970년대에 지어진 이 아파트는 여의도 개발 초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이제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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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속도, 그리고 온도차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만나는 아파트들은 각각 다른 단계의 재건축 과정을 보여주었다. 미성아파트는 아직 추진위원회 승인 단계였고, 자이아파트는 이미 현대적인 모습으로 우뚝 서 있었다. 이러한 대조는 여의도 재건축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대우트럼프월드 2차를 지나면서 과거 선배들한테 들었던 기억이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 1990년대 말 완공된 이 아파트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이름과 규모로 화제를 모았던 곳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브랜드를 내걸고 지어진 이 아파트는 여의도에 고급 주거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한몫했다. 지금은 주변의 재건축 바람 속에서도 여전히 프리미엄을 유지하며 여의도 부동산 시장의 기준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샛강역을 지나 진주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구역지정이 완료된 이곳의 분위기는 또 달랐다. 주민들은 조심스럽게 미래를 기대하고 있었고,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벌써부터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재건축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파도가 이 작은 섬 전체를 덮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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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풍경

삼익아파트, 은하맨션아파트, 화랑아파트를 차례로 지나면서 안전진단 단계에 있는 아파트들의 모습을 관찰했다. 이들은 아직 재건축의 초기 단계에 있었지만, 주민들의 관심과 기대는 이미 뜨거웠다. 각 아파트 단지마다 붙어있는 안내문과 현수막들이 그들의 간절함을 대변하고 있었다. 여의도여자고등학교를 지나 장미아파트에 이르렀을 때, 이곳 역시 안전진단 단계에 있었다. 학교 주변의 조용한 주거환경과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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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준비가 만나는 지점

대교아파트와 한양아파트, 수정아파트를 지나면서 조합설립인가와 구역지정 단계의 차이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들은 이미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구역지정 단계의 아파트들은 아직 조심스러운 준비 과정에 있었다.


브라이튼여의도에 도착했을 때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MBC 부지에 지어진 이 주상복합 건물은 이미 완공되어 여의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었다. 방송국 부지라는 특별한 입지를 활용한 성공적인 개발 사례였고, 다른 재건축 단지들이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기도 했다.

삼부아파트, 목화아파트, 서울아파트, 공작아파트를 차례로 지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 모두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여의도 한 지역에 이렇게 많은 재건축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이 지역의 잠재력과 주민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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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통일교 부지의 극적인 히스토리

이 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71년으로 돌아간다. 통일교 신도들의 성금으로 취득한 '성지'였던 이 부지에는 오랫동안 통일교 주차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통일교는 이곳에 세계본부를 건설하려 했지만, 인근 종교단체들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되었고, 결국 주차장으로만 활용되어 왔다.


2007년, 마침내 통일교 세계본부 건설을 목적으로 대규모 개발 계획이 시작되었다. 야심 찬 출발이었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2010년 토지 소유주인 통일교 재단과 시행사 간의 지상권 분쟁이 터져 나왔다. 사업 주체를 둘러싼 복잡한 갈등과 소송으로 공사는 전면 중단되었고, 철골만 앙상하게 남은 채 무려 10년간 방치되었다. 이 기간 동안 파크원은 '여의도의 흉물'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어야 했다.


전환점은 2016년에 찾아왔다. NH투자증권이 금융주관사로 나서면서 상황이 급반전되었다. 누구도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순수 국내 자본만으로 국내 상업용 부동산 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인 2조 1000억 원을 프로젝트파이낸싱을 통해 조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마침내 2020년 완공된 파크원은 높이 333m로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 되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건물의 디자인이었다. 멀리서도 시선을 끄는 빨간색 외부 골조는 우리나라 전통 문양인 '단청'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의 주관적 느낌은 십자가의 빨간색이 연상되기도 한다. 아무튼 10년간의 흉물이 이제는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은 '랜드마크'이자 '핫플레이스'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극적인 반전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여의도는 상업시설들과 금융기관들이 주거 수요의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었다. 13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파크원의 성공 스토리는 여의도가 여전히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땅임을 증명하는 상징적 사례였다. 성지에서 주차장으로, 주차장에서 흉물로, 그리고 마침내 랜드마크로 변신한 이 땅의 여정은 여의도 전체의 변화상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듯했다.



미래를 향한 전망대

답사의 마지막 구간에서 만난 앙사나레지던스여의도서울과 아크로여의도더원은 한창 공사 중이다. 2026년 10월 준공 예정인 이 두 하이엔드 생활형 숙박시설과 오피스텔은 여의도의 미래를 보여주는 전망대 같았다. 57층이라는 높이는 이 작은 섬의 스카이라인에 또 하나의 변화를 줄 것이다.


이번 임장을 통해 확인한 것은 여의도가 단순한 재건축 붐이 아닌,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도시 재생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안전진단부터 조합설립인가까지 다양한 단계의 사업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고, 이는 향후 5-10년간 이 지역의 지속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금융중심지로서의 기능과 주거지역으로서의 매력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강이라는 자연환경과 도심의 편의시설, 그리고 미래를 향한 비전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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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사나 레지던스 여의도 서울 건축개요 및 공사현장



투자자의 관점에서 본 여의도

부동산 투자자의 관점에서 여의도는 분명 매력적인 지역이다. 하지만 재건축이라는 변수는 기회인 동시에 리스크이기도 하다.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단지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안전진단 단계의 아파트들은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개별 단지의 상황보다는 여의도 전체의 변화 방향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 작은 섬이 서울의 핵심 지역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단기적 변동성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신길역에서 시작해 여의도역에서 끝난 이번 답사는 단순한 부동산 임장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것은 한 지역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는지를 직접 목격하는 시간이었다.


여의도는 지금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고 있다. 1970년대의 계획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21세기의 요구에 맞는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려 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성공한다면, 여의도는 서울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도심 주거지역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여의도의 변화를 지켜보고 싶다. 재건축 사업들이 어떻게 진행될지, 새로운 건물들이 어떤 풍경을 만들어낼지, 그리고 그 변화가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옛날 넓은 섬을 뜻하는 '너벌섬'이라고도 하고, 홍수가 났을 때 쓸모없어서 '너 나가져 섬'이라 불렸다는 여의도는 지금 서울의 고밀도 개발의 최정점에 섰다. 너 나가져 섬이 나도 갖고 싶은 주거지로 변모하고 있으니, 상전벽해란 말이 절로 느껴진다. 분명한 것은 여의도가 서울의 미래를 보여주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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