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하늘 수집가
『하늘 수집가』
1부 ― 하늘 수집가
나는 요즘 같은 시간에 늘 같은 다리를 건넌다.
그 다리는 마포대교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분명 마포대교는 아니다.
난 분명히 동쪽으로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리를 건너면 다시 같은 쪽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결국은,
그 다리만을 반복해서 걷고 있는 셈이 된다.
다리는 이상하게도 바람이 거의 없다.
자전거도 오지 않고, 사람 그림자도 없다.
가끔 멀리서 새벽 첫차가 부르릉 울리지만,
그 소리는 어딘가에서 틀어놓은 스피커 같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지나가지 않는다.
*
다리를 건넌 후엔 늘 똑같은 편의점에 들른다.
간판은 흐릿한 민트색이고, 내부는 너무 환해서 눈이 시리다.
카운터에는 편의점아이가 서 있다.
긴 머리를 묶은 젊은 여자. 말은 없고, 움직임은 조용하다.
나는 그녀와 한 마디도 나눈 적이 없다.
“영수증은 필요하세요?” 같은 말조차 하지 않는다.
그녀는 늘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분명히 나를 알아볼 텐데, 인사도, 시선도 없다.
이상하게도, 그것이 조금 안심된다.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는 방식 중엔
그게 가장 나쁜 방식은 아닐 테니까.
나는 늘 우유 하나, 에너지바 하나, 그리고 물 한 병을 산다.
왜 그런 조합인지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면 하루가 어긋나는 느낌이다.
물론 하루라는 게 정확히 언제 시작하고 끝나는지는,
나조차도 잘 모르겠다.
*
며칠 전,
그 편의점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났다.
낡은 코트를 입고, 오래된 스케치북을 들고 있었다.
그는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말했다.
“당신은 하늘을 몇 개나 가지고 있습니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미친 사람이든 아니든, 대답할 이유는 없었다.
그는 스케치북을 펼쳐 나에게 보여줬다.
거기엔 하늘들이 있었다.
말 그대로.
페이지마다 다른 하늘이 붙어 있었다.
사진도, 그림도 아니었다.
그건 진짜 하늘의 파편 같았다.
어떤 건 비가 내리는 하늘이었고,
어떤 건 눈 내리는 고요한 하늘이었다.
한 장은, 누군가의 울음을 반사한 듯한 하늘이었다.
“이건 편의점아이의 하늘이에요.”
그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그 장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거기엔 내가 본 적 없는 하늘이 있었다.
잔잔하고, 울퉁불퉁하고, 이상하게 따뜻한 색이었고
그 안엔 나를 아는 누군가의 그림자가 있었다.
“이 하늘은 지우면 안 됩니다.”
그가 다시 말했다.
“지워지지 않거든요.”
*
그날 밤 나는 꿈을 꾸었다.
나는 다시 그 다리를 건넜다.
아무도 없었고, 바람은 불지 않았고,
나는 어느 순간부터
다리 위에 떠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건 내가 지금껏 본 어떤 하늘보다 낯익었다.
편의점 천장처럼 밝고
카운터 위에서 나를 바라보지 않던 누군가의 시선 같았다.
나는 문득
그 하늘에 이름을 붙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다음 날,
나는 평소처럼 편의점에 갔다.
편의점아이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계산을 마치고,
물 한 병을 들고,
잠시 그녀의 뒤편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작은 스케치북이 놓여 있었다.
나는 묻지 않았고, 그녀는 설명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하늘을
모른 척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