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파손된 구름의 조각
『하늘 수집가』
2부 ― 파손된 구름의 조각
편의점아이는 밤마다 카운터 뒤에 서 있다.
그녀는 말을 하지 않는다.
눈을 마주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매번 그녀가 나를 보고 있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치 등 뒤 어딘가에서 조용히 읽히는 이름처럼.
나는 그녀를 편의점아이로 기억하고 있었고,
그녀 역시 나를 어떤 방식으로든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단 한 마디도 나눈 적이 없었지만
그 이상한 정적 안에는
어떤 문장보다 더 많은 것이 들어 있었다.
*
그날 밤,
나는 다리를 세 번 건넜다.
매번 같은 다리, 같은 방향, 같은 보도.
하지만 발걸음은 조금씩 다르게 느껴졌다.
세 번째 건넜을 때,
나는 습관처럼 편의점으로 향하지 않았다.
대신 건너편 어두운 골목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지켜보았다.
조금 뒤,
편의점아이의 퇴근 장면을 처음으로 보았다.
그녀는 지퍼가 고장 난 검은 코트를 입고,
검은 천 가방을 어깨에 걸쳤다.
묶었던 머리를 풀고 나서
후드 모자를 천천히 눌러썼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조용한 발소리,
작은 손전등,
그리고… 목적이 있는 움직임.
나는 따라갔다.
멀찍이서, 마치 도시가 그녀의 발걸음을 숨겨주는 것처럼.
*
그녀는 오래된 골목으로 들어섰다.
노란 조명이 깨진 등 아래,
녹슨 컨테이너 벽과,
버스가 멈추지 않는 정류장.
그녀는 그곳에서 멈췄다.
가방에서 얇은 종이 같은 것을 꺼냈다.
아니, 그건 ‘구름’이었다.
아주 얇고, 거의 투명에 가까운… 부유하는 물성.
그녀는 그걸 벽에 붙였다.
손바닥으로 천천히 누르듯,
감정이라도 다독이듯.
손전등 불빛 아래,
그 구름은 벽에 얌전히 눌려 있었다.
몇 초간 그랬다가,
조용히 떠올랐다.
그건 움직이지 않았지만,
확실히 호흡하고 있었다.
숨을 쉬듯이,
벽에서 떨어져 나가 천천히 증발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도 내 존재를 모른 척했다.
그런데 그 순간,
마치 내가 ‘그녀의 하늘’을 본 것 같았다.
*
그녀는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좁은 계단, 오래된 담벼락,
철제 울타리가 부식된 놀이터 근처.
그곳에서도
편의점아이는 구름을 꺼내
벽에 붙였다.
그때 나는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단지 ‘기록’이 아니라
‘감정의 편린’이라는 걸 알았다.
누군가 울지 못한 날,
누군가 떠난 날,
누군가 말하지 못한 말들.
그녀는 그것들을
하늘 대신 벽에 붙이고 있었다.
*
세 번째 장소는 건물 옥상이었다.
도시의 무늬가 모두 지워진 곳,
소음도 빛도 없는 밤의 상부.
그녀는 마지막 구름을 꺼냈다.
이번엔 붙이지 않고,
손에 들고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그 구름은
그녀 손끝에서 아주 천천히 빛났다.
파란색,
연보라색,
그리고 미세하게 노란색의 그러데이션.
나는 그 장면을 멈춘 영화처럼 지켜보았다.
마치 그 하늘이
내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버린 순간,
나는 조용히 말을 꺼냈다.
“그건… 당신의 하늘이에요?”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낮게, 아주 낮게 말했다.
“아니요.
그건… 누군가 대신 잃어버린 하늘이에요.”
그녀의 목소리는,
내가 기억하는 어떤 음악보다 조용했다.
*
그날 밤,
나는 잠들지 못했다.
방 안 천장에
희미한 구름이 떠 있었다.
말도 없고, 빛도 없고,
공기 같은 그것이
내 머리맡을 맴돌았다.
그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알았다.
그것은
편의점아이의 하늘이었다.
울지 못한 날들의
파손된 구름의 조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