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하늘의 이름을 지우는 법
『하늘 수집가』
그 후로도 나는 몇 개의 다리를 더 건넜다.
그 다리들엔 이제 이름이 없다.
나는 그곳을 그냥 '건넌 곳'이라고만 기억한다.
편의점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었다.
간판은 바뀌었고,
조명은 더 밝아졌으며,
누군가의 손때가 닿지 않은 것처럼 깨끗해졌다.
편의점아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내 그림자 위로 누군가의 걸음이 겹쳐질 때
나는 문득 그녀가 지나갔다고 느낀다.
그럴 때면
나는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본다.
*
나는 더 이상
누구의 하늘도 수집하지 않는다.
그건 생각보다 무거운 일이었고,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대신
가끔,
하늘의 이름을 지운다.
건물 벽에 붙어버린 감정의 파편,
버스 창 너머 흔들리는 기억의 빛깔,
버려진 옥상 난간에 매달린 후회들.
그 위에
작게, 조용히
연필로 선을 그어 지운다.
지우개는 사용하지 않는다.
감정은 지워지지 않으니까.
그저 이름만 지운다.
이름이 사라진 하늘은
그제야 진짜 하늘이 된다.
누구의 것도 아닌,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나는 그것을
잠시 바라보고
걸음을 옮긴다.
*
이제는 물 한 병도 사지 않는다.
우유도, 에너지바도 필요 없다.
그 대신
가끔 나를 멈춰 세우는
이름 없는 하늘 아래에서
나는 아주 작은 숨을 쉰다.
그 하늘은
때로 내 것이었다가,
때로는 그녀의 것이었다가,
그리고 지금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그건 좋은 일이다.
그건,
충분히 좋은 일이다.
*
『하늘 수집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