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달무리는 지는데...

2013. 6. 17. 3:38*

# 오늘도 달무리는 지는데...*

*망치든건축가 hyojoon*

*2013. 6. 17. 3:38*


*


이 시절이 지나고 단풍이 지는 밤이 곧 찾아오리라


낮을 배반한 서늘한 정적이 흐르는 밤

달무리 지는 서편에 외로이 빛나는 달


날 위해 울던 노을도 어둠 속으로 떠나고

기울어가는 잔달 그림자에 밤을 물들인다


저 하늘에 달무리 지거들랑 이제는 잊으리라


가여운 찬 이슬 내리는 그날이 오면 잊어야지

단풍이 지는 밤하늘이 찾아오면 그때


근데 말이지 뭔가 많이 부족해


밤하늘에 빛나는 달이 둥그런 달무리로 우산을 쓰니

저녁에 보았던 달무리 지금의 어둠에선 볼 수가 없다


달무리가 지는 중인가


*


어슴푸레한 달빛에 흥건히 젖은 아스팔트 위에

적황색 빛의 가로등 하나가 밝게 걸려 있었다

그 등 아래에 외로운 듯 홀로 서성이는

늘씬한 처녀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뭐 하냐고

그냥 멍


길바닥 멍 잡은 제사장

어둠하늘 한번 보고 또 길 보며 걷다


*


새벽 세시 삼십팔 분

도시는 잠들어가고

나는 여전히 깨어 있다


망치든 건축가

일당 받는 디자이너

설계하는 목수


그 모든 이름들이

달무리처럼 희미해진다


일상이란 게 그런 거지

매일 차 마시고 밥 먹듯

똑같은 하루를 살면서

가끔씩 달무리를 보는 것


그리고 그것이 사라져도

또 다른 달무리를 기다리는 것


길바닥에서

멍하니

서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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