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순한 양 잡기

150707.

온순한 양 잡기


세계의 끝에서


초원은 꿈처럼 펼쳐지고

유목민의 손끝에는

의지할 것이라고는

가축의 숨소리뿐이었다.


그중에서도 '양'은

달빛 아래 흰 구름처럼

떠다니는 귀한 존재로,

특별한 순간에만

그 생명을 거둘 수 있었다.



의식


앞다리를 두 손으로 감싸면

양은 스르르 대지 위로 내려앉는다.

약간의 저항, 그러나

곧 체념의 정적이 흐른다.


주머니칼의 차가운 날이

앞가슴을 5센티미터 가른다.

그 틈새로 스며드는 손은

마치 꿈속을 헤엄치듯

서서히, 서서히

심장의 박동에 닿는다.


처음 가죽이 갈라질 때의

한 번의 떨림

그리고 고요.



순한양의 침묵


손이 심장동맥을 움켜쥐는 순간

세상은 잠시 멈춘다.

양은 비명도 없이

사지만 한 번 떨리고

그대로 잠들어간다.


5분, 아니 6분.

시간마저 몽롱해지는

그 경계의 순간들.



하루키의 꿈


만약 그가 이 광경을 보았다면

'양을 쫓는 모험'은

영원히 쓰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서

염소가 쓰러지는 순간을

목격하고 나서

고기는 더 이상

입술에 닿지 못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얼마나 섬세하고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그 선명한 피의 궤적이며,

그 손놀림의 춤사위.

그 마지막 순간의

아련한 눈동자



나의 순한양잡기


소위... 라고 중얼거리며

나는 '순한양잡기'를 떠올린다.

그저 이상하다,

다만 다른 건

내가 즉사한다는 것뿐.


주머니칼인지 장도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내 것이 되고

내 것이 아닌

그 경계의 무엇.


꿈과 현실 사이에서

양은 여전히 온순하게

내 안에서 잠들어간다.




150707. 제사장.
세계의 끝에서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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