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꼰대는 말이 없다>2"/3

2. 꼰대의 연애

2. 꼰대의 연애


나는 수영장을 다닌다. 이유는 간단하다. 허리에 좋고, 관절에 무리가 없다. 그리고 혼자여도 괜찮다. 물속에서는 누구나 조용하니까. 조용함이라는 것은 나이 들어서 더욱 소중해지는 것 중 하나다.


그날도 평소처럼 8시 타임이었다. 같은 시간대에 오는 사람들끼리는 어렴풋한 얼굴 정도는 익힌다. 대화는 없지만, 물속에서 자주 마주친다. 그것도 나름의 인사다.


그녀도 그랬다. 짧은 머리에, 어깨까지 오는 물안경 자국. 푸른 수영모와 자주색 수영복. 자주 본 얼굴이었다. 나는 몇 번 눈인사를 했다. 그녀는 작게 웃었다.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 전부가 때로는 충분하기도 하다.


2

샤워장에서 그녀를 다시 마주쳤다. 젖은 수건을 털며, 그녀가 먼저 말했다. "늘 8시 타임이세요?"


나는 조금 놀랐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네. 7시는 너무 붐벼서요."


"맞아요. 저도요. 수영보다 사람 피하러 오는 기분이에요."


그녀가 웃었다. 나는 어색하게 따라 웃었다.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처럼 들렸다. 사람을 피한다는 것이 때로는 가장 정직한 욕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3

그다음부터는 간헐적으로 말을 주고받았다. 물에서 나올 때 인사, 신발장 앞에서 잠깐의 대화. 가벼운 농담, 날씨 얘기, 그리고 다음 주는 여행 간다는 말.


나는 기다리게 됐다. 월수금 아침 8시. 수영이 아니라, 그녀를. 그건 부끄럽지만 사실이었다. 부끄러운 사실들이 때로는 가장 진실한 감정의 증거가 되기도 한다.


그녀는 경쾌했고, 나는 무거웠다. 하지만 그녀는 내 말에 웃었고, 나는 그 웃음을 오래 기억했다. 기억한다는 것은 좋아한다는 뜻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4

내가 먼저 말을 꺼낸 건 아마 수요일이었다. 운동 끝나고 나오는 길, 자판기 앞에서 서 있던 그녀에게 나는 생수를 하나 더 꺼내 들고 말했다. "이거 드릴까요?"


그녀가 살짝 웃었다. "감사해요."


잠시 후, 그녀가 덧붙였다. "요즘, 저랑 비슷한 또래 분들이 가끔 이런 식으로 다가오시는데요…"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속에 담긴 조심스러움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한다는 것이 항상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 그냥, 제가 좀 조심스러워서요. 아무 의미 없으셨다면 괜찮고요."


나는 웃었다. 그 웃음은 반쯤 얼어 있었다. "아, 저도 아무 의미 없었어요. 그냥… 목마르실까 봐."


그녀는 "그럼 다행이에요."라며 웃었다. 그 말은 어딘가 사려 깊고, 동시에 단호했다. 사려 깊은 거절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걸, 나는 그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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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날 이후로 7시 타임으로 바꿨다. 사람이 많고, 정신없고, 물은 항상 넘쳐 있었지만, 그게 나았다. 때로는 복잡한 것이 단순한 것보다 편할 때가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요즘 같은 세상에선 자주 의심부터 받는 일이 되었다. 관심은 불편이 되었고, 호감은 해석의 대상이 되었다. 순수한 감정이라는 것이 사치가 되어버린 시대에, 나는 그저 수영만 했다.


그게 연애였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끝났다는 건 확실히 알겠다. 끝나지 않은 것들보다 끝난 것들이 더 명확하다는 것도, 나이 들어서 배우는 지혜 중 하나다.


"좋아한다는 것과 귀찮게 한다는 것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가깝다. 그래서 요즘에는 좋아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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