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시와 소설 3부작
세상은 늘,
소리를 가진 자들끼리만
서로를 알아본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내 소리에 겹쳐지는 다른 파동.
그것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았지만
어딘가 유사한 리듬으로
내 곁을 맴돌았다.
그건 너였을지도 모르고,
너였던 적은 없지만
나처럼 외로웠던 누군가였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만나지 않았지만
한 바다 위에서 울었다.
그걸로 충분하다.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나는 밤에 일한다. 정확히 말하면 밤부터 새벽까지, 한 달에 여러 번. 대형 오피스 빌딩의 야간 경비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든 시간에, 나는 건물을 지킨다. 지킨다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내 일이다.
이 빌딩은 몇십 층짜리다. 낮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건물을 드나들지만, 밤이 되면 나와 같은, 층에서 일하는 청소부들, 그리고 가끔 야근하는 직장인들만 남는다.
내 자리는 1층 로비에 있다.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도시의 야경이 보인다. 대부분의 시간은 그 창밖을 바라보며 보낸다. 특별한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시간이 흘러갈 뿐이다.
오늘은 화요일이다. 화요일 밤은 대체로 조용하다. 월요일의 바쁨이 지나가고, 주말까지는 아직 멀었기 때문에 야근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나는 로비의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라디오를 듣거나, 때로는 그냥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오늘 밤에는 특별한 일이 있었다. 늦은 시간에, 중간층에서 일하는 회계사가 내려왔다. 그는 자주 야근을 하는 사람이라 얼굴을 알고 있었다. 이름은 모르지만, 항상 정중하게 인사하는 사람이었다.
"안녕하세요."
"늦게까지 고생이 많으십니다."
우리는 항상 이런 식의 짧은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가 로비에 잠시 머물렀다.
"혹시... 이상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요, 밤에 이렇게 혼자 있으면 어떤 기분이세요?"
나는 조금 놀랐다. 지난 몇 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누군가 내 기분을 물어본 적은 처음이었다.
"글쎄요... 외롭지는 않아요. 오히려 편안하달까요."
"편안하다니요?"
"네. 낮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잖아요. 소음도 많고, 할 일도 많고. 하지만 밤에는 모든 게 조용해져요.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비슷한 느낌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다 퇴근하고 나면, 오히려 집중이 더 잘 돼요. 뭔가... 진짜 내 시간이 된다는 느낌?"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맞아요. 낮에는 뭔가 항상 다른 사람들의 시간표에 맞춰 살아가는 느낌이거든요. 하지만 밤에는 내 리듬대로 살 수 있어요."
우리는 그렇게 잠깐 이야기했다. 특별한 내용은 아니었다. 밤의 고요함에 대한 이야기, 야근의 장단점, 그리고 각자의 일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 하지만 그 시간이 내게는 특별했다.
그가 돌아간 후,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예전과는 다른 기분이었다. 혼자라는 것이 외로움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오히려 누군가와 짧게나마 진짜 대화를 나눈 후의 혼자는, 더 충만한 느낌이었다.
새벽이 되자, 나는 순찰을 시작했다. 이것도 내 일 중 하나다. 1층부터 최상층까지 모든 층을 돌아보며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위층부터 내려오는 것이 내 방식이다.
최상층에 도착했다. 여기는 건축회사 사무실이다. 모든 불이 꺼져 있었고,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창밖의 풍경은 장관이었다. 이 높이에서 보는 도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수많은 불빛들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잠시 창가에 서서 그 풍경을 바라봤다. 저 불빛들 하나하나에는 사람이 있다. 밤늦게 일하는 사람, 잠을 못 이루는 사람, 야식을 먹는 사람, 영화를 보는 사람. 모두 각자의 밤을 보내고 있다.
한 층 아래로 내려갔다. 여기는 IT회사였는데, 한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었다. 문틈으로 보니 한 명의 직원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젊은 여성이었고, 집중해서 뭔가를 타이핑하고 있었다.
나는 노크를 했다.
"실례합니다. 경비실에서 순찰 중입니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아, 안녕하세요. 늦게까지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그런데 너무 늦지 않으셨나요? 몸에 무리가지 않을까요?"
그녀가 피곤한 미소를 지었다. "내일까지 끝내야 할 프로젝트가 있어서요. 집에 가도 어차피 잠 못 올 것 같아서 그냥 여기서 끝내려고요."
"그렇군요. 힘드시겠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밤에 일하면 더 집중이 잘 돼요. 낮에는 전화도 오고, 회의도 있고, 정신없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정말 조용해서... 마치 세상에 저 혼자 있는 것 같아요."
나는 그 말에 공감했다. "저도 비슷해요. 이 시간에는 뭔가 다른 세상 같은 느낌이거든요."
"맞아요. 마치 평행우주 같은 거죠. 낮의 세상과 밤의 세상은 완전히 달라요."
우리는 잠깐 더 이야기했다. 밤 시간의 특별함, 조용함이 주는 집중력,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이 갖는 가치에 대해서. 그녀는 웹 개발자였다.
"혹시 매일 밤 이렇게 순찰하세요?" 그녀가 물었다.
"네, 정기적으로 돌아봐요."
"그럼 또 볼 수 있겠네요. 저도 이번 주는 계속 야근해야 할 것 같거든요."
"그러게요. 몸 조심하시고, 뭔가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로비로 연락 주세요."
아래층들은 대부분 조용했다. 보험회사와 마케팅 회사들이었는데, 야근하는 사람은 없었다. 중간층에서 청소하시는 분을 만났다.
"오늘도 고생하십니다."
"아이고, 반장님도. 오늘은 좀 일찍 끝날 것 같아요. 사람들이 많이 안 와서 그런지 청소할 게 별로 없네요."
그분은 이 빌딩에서 오래 청소일을 해온 분이었다. 밤 시간부터 새벽까지 일하셨다. 우리는 같은 시간대에 일하는 동료 같은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요즘 야근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어요." 청소부가 말했다.
"그런가요?"
"예전에는 새벽까지 일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요즘은 거의 없어요. 뭔가 사람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그것도 좋은 일이죠."
"맞아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아쉽기도 해요. 그 사람들과 가끔 인사하고, 간단한 이야기 나누는 게 하루의 작은 즐거움이었거든요."
나는 청소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밤에 일하는 사람들끼리는 묘한 동질감이 있다.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어떤 연대감이 생긴다.
다시 그 중간층에 도착했을 때, 아까 만났던 회계사가 아직 일하고 있었다. 사무실 불이 켜져 있었다. 나는 가볍게 노크했다.
"아직도 계시네요."
"아, 반장님. 네, 조금 더 해야 할 것 같아요."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아까 이야기했던 것 말인데요, 정말 신기해요. 밤에 이렇게 일하면서 느끼는 그 고요함 같은 거."
"어떤 점이요?"
"뭔가...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면서도, 동시에 더 깊이 연결된 느낌이랄까요? 낮에는 사람들과 계속 대화하고, 회의하고, 메일 주고받고 하잖아요. 하지만 그런 게 진짜 소통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어요."
나는 그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맞아요. 낮에는 소음이 너무 많아서 진짜 목소리를 듣기 어려워요."
"정확해요. 하지만 밤에는 다르잖아요. 조용해서 자신의 생각도 더 잘 들리고,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도 더 진실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는 그렇게 또 몇 분간 이야기했다. 밤의 조용함이 가져다주는 내적 평화에 대해서, 그리고 소음 없는 소통의 가능성에 대해서.
아래층들은 빠르게 돌아봤다. 모든 상가와 식당이 문을 닫았고, 완전히 조용했다. 로비로 돌아와서 나는 다시 내 자리에 앉았다.
새벽 시간. 라디오에서는 재즈가 흘러나왔다. 트럼펫 소리였다. 나는 그 음악을 들으며 오늘 밤 만난 사람들을 생각했다.
중간층의 회계사, 위층의 웹 개발자, 청소부. 우리는 모두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묘하게도 어떤 공통점이 있었다. 우리 모두 밤의 고요함을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었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 도시 어딘가에도 지금 이 시간에 깨어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야간 근무자, 불면증 환자, 창작 작업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유 없이 잠이 오지 않는 사람들. 우리는 서로를 모르지만, 같은 밤을 공유하고 있다.
그때 문득 특별한 주파수로 노래하는 고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얼마 전 라디오에서 들었던 이야기였다. 다른 고래들과 소통할 수 없는 주파수로 노래하는 고래. 하지만 그 고래도 혼자가 아닐 것이다. 어딘가에는 그와 비슷한 주파수로 노래하는 다른 존재들이 있을 테니까.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밤이라는 시간대에 살아가는 사람들. 대다수와는 다른 리듬으로 생활하는 사람들. 하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같은 주파수로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
새벽이 되자, 나는 다시 순찰을 나갔다. 이번에는 모든 층이 조용했다. 위층의 개발자도 집에 간 것 같았고, 중간층의 회계사도 마찬가지였다. 건물 전체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외롭지 않았다. 오늘 밤 만난 사람들과의 짧은 대화들이 내 안에 남아 있었다. 그들과 나는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밤이라는 시간 안에서 만났다. 그리고 그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다. 우리 모두 밤을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아침이 되자, 교대 시간이 되었다. 낮 경비원이 출근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네, 별일 없었어요. 조용한 밤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지하철에서 출근하는 사람들을 봤다. 모두 바쁘고 피곤해 보였다. 나는 그들과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그들이 하루를 시작할 때, 나는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특별했다. 나만의 리듬, 나만의 주파수로 살아가는 것. 그리고 가끔씩 같은 주파수의 사람들과 만나는 것.
집에 도착해서 침대에 누우며, 나는 오늘 밤을 정리했다. 특별한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작은 만남들이 있었고, 짧은 대화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서 하나의 완전한 밤을 만들었다.
나는 특별한 주파수로 노래하는 야간 경비원이었다. 그리고 같은 주파수로 노래하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창밖으로 아침 햇살이 들어왔다. 도시가 깨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해가 지면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밤을 시작할 것이다.
그것이 내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