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청산일기〉Part.10

Part.10 – 첫 번째 햇살

〈우주의 청산일기〉

Part.10 – 첫 번째 햇살 by 망치든건축가



그날 아침, 나는 처음으로 이 집의 창문을 열었다.


정확히는 오전 7시 23분이었다. 새벽에 잠들었다가 몇 시간 후 자연스럽게 깨어난 시간이었다. 몸이 아직 이 집의 리듬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해서,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깬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새로운 곳에서의 첫 아침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으니까.


어제까지의 먼지가 살짝 남아 있는 창틀 너머로 조용한 빛이 들어왔다.


말 그대로 '들어왔다'는 표현이 맞았다. 빛은 단순히 비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초대받은 손님처럼 정중하게 걸어 들어와, 바닥을 조용히 밟고, 벽에 기댔다. 이전 집에서 보던 동쪽 아침 햇살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빛이었다.


남서향 창문에서 들어오는 아침빛은 더 부드럽고 따뜻했다. 동향의 날카로운 아침 햇살과 달리, 이미 공기 중에서 한 번 걸러진 것 같은 부드러운 질감이 있었다. 마치 오후의 햇살이 시간을 거슬러 아침에 나타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나는 멈춰 서서 그 장면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건 공간을 처음 짓던 시절, 도면 위에 그어 넣던 일조사선'과도 비슷했다. 하지만 훨씬 더 실제였고, 훨씬 더 조용했다. 설계도 위의 화살표는 빛의 방향만 표시할 뿐이었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은 살아 움직이는 진짜 빛이었다.


햇살은 냉장고 옆, 쌓여 있는 책박스의 모서리를 타고, 부엌 타일 위로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열여섯 개가 넘는 박스들이 만든 거대한 성벽 사이로 빛이 스며들면서, 임시적인 공간에 어떤 질서를 부여하는 것 같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저 혼란스러운 이삿짐 더미였는데, 햇살이 닿으니 마치 계획된 설치 작품처럼 보였다.


나는 그 빛을 따라 머그컵을 들고, 싱크대 앞에 섰다.


커피는 아직 없었고, 전기포트도 어딘가 박스 속에 박혀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괜찮았다. 머그컵에 찬물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 미지근하고 밋밋한 수돗물이었지만, 이 집에서 마시는 첫 물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왜냐하면 그 아침의 구조는 완벽하게 나를 품고 있었으니까.


이삿짐은 아직 덜 풀렸고, 책은 여전히 벽처럼 쌓여 있고, 창문은 조금 뻑뻑하게 열렸지만, 그 모든 것들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이 집에 '살고 있다'는 감각을 느꼈다.


그것은 주소지 변경이나 이사 신고서 같은 행정적 의미가 아니었다. 더 근본적이고 물리적인 감각이었다. 내 몸이 이 공간의 온도와 습도, 바람의 방향과 빛의 각도에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느낌. 이 집의 리듬에 내 생체시계가 조금씩 맞춰지기 시작했다는 신호.


라이언이 거실에서 기지개를 켜는 소리가 들렸다.


고양이 특유의 작고 낮은 "으아아" 소리. 새로운 집에서 맞는 첫 아침에 대한 라이언만의 인사인 것 같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녀석이, 이제는 좀 더 편안해진 모습이었다.


"좋은 아침, 라이언."


나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멀리서 발톱으로 스크레쳐를 긁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고양이도 나름의 방식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건 새로 산 조명보다, 비워낸 냉장고보다, 무거운 박스보다 더 확실했다.


조명은 어둠을 밝힐 뿐이고, 냉장고는 음식을 보관할 뿐이고, 박스는 물건을 담을 뿐이다. 하지만 햇살은 달랐다. 햇살은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무기물이었던 벽과 바닥과 천장을 살아있는 무언가로 바꾸어놓았다.


햇살이 처음으로, 이 집 안으로 '나를 비춘' 그 순간.


그 빛 속에서 나는 지난 며칠간의 과정들을 되돌아봤다. 주식을 정리하고, 감정적으로 이별하고, 냉장고를 비우고, 다시 채우는 방법을 고민하고, 첫날 밤을 견뎌내고, 책장을 버리고, 책들의 성벽을 만들고, 첫 불을 켜고, 새벽의 온기를 느끼는 것까지.


우주를 청산한다는 것은 결국 이런 과정이었다. 하나씩, 천천히, 정성스럽게 과거를 정리하고 현재를 받아들이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 그리고 마침내 새로운 빛이 새로운 공간을 비추는 순간을 맞이하는 것.


나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그 말은 라이언에게 하는 것이기도 했고, 이 집에게 하는 것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지난 모든 것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구조를 세우기 시작한다는 다짐.


창밖에서는 아직 세상이 깨어나고 있었다.


몇 층 아래에서 누군가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렸고, 멀리서 자동차 시동 소리가 났다. 이 동네 사람들의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나도 이제 그 일상의 리듬에 조금씩 합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온전히 내 시간이었다. 첫 햇살을 받으며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그런 개인적이고 소중한 시간.


나는 머그컵을 싱크대에 놓고 거실로 향했다.


라이언이 책박스 사이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치즈테비 털색이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따뜻해 보였다. 고양이와 나,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임시적이지만 완전한 공간.


이 모든 것이 이제 시작이었다. 우주를 청산하는 일의 마지막이자, 새로운 우주를 건설하는 일의 첫 걸음. 아직 정리할 것도 많고, 준비할 것도 많지만, 적어도 방향은 정해졌다.


남서향 햇살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동향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오래 지속되는 따뜻함. 저녁 늦게까지 이 빛이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새로운 하루를,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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