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함'에 대한 일상의 단상
'공정함'에 대한 일상의 단상
그 전 회사 탕비실에는 늘 물티슈가 있었다.
투명한 플라스틱 케이스에 꽂힌 하얀 물티슈 팩. 누가 사다 놓는지도 몰랐지만, 어쩐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마치 공기처럼, 전등처럼, 당연히 있어야 할 것처럼 존재하고 있었다.
전자레인지 옆 선반에 자리 잡은 그 물티슈는 점심시간 무렵이면 자주 꺼내 쓰였다. 사람들이 김치볶음밥을 해먹거나 컵라면을 끓인 후,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한 장씩 뽑아냈다. 그 동작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마치 자기 집에서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가끔 누군가는 물었다.
"이거 누가 사는 거예요?"
대답은 늘 비슷했다. "몰라요, 그냥 늘 있길래…" "아마 팀장님?" "그런 거 신경 쓰면 지는 거야."
마지막 대답을 한 사람은 보통 아무렇지도 않게 물티슈를 세 장씩 뽑아 쓰는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정말로 신경 쓸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물티슈는 그냥 거기 있는 것이고, 필요하면 쓰는 것이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나는 쓰지 않았다. 아니, 가끔 썼다. 누가 안 볼 때.
정확히 말하면, 물티슈를 쓰고 싶을 때마다 주위를 둘러보는 습관이 있었다. 누군가 보고 있으면 그냥 손을 주머니에 넣은 휴지로 닦았다. 조금 불편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김치 국물로 손이 번들거릴 때나, 플라스틱 숟가락이 미심쩍을 때,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도 없을 때. 그런 조건이 맞아떨어져야만 나는 물티슈에 손을 뻗었다.
물티슈라는 것도 이상한 존재다. 필수품은 아니지만 있으면 편리하고,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모두가 쓰는 애매한 물건. 그리고 그 애매함 때문에 사람들마다 다른 거리감을 갖게 되는 것 같았다.
한 번은 그런 적이 있다.
점심을 먹고 물티슈를 꺼내는데, 마케팅팀 직원 하나가 지나가며 말했다. "오, 이사님도 쓰는구나? 그거 우리 팀 막내가 사는 거던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손에 들린 물티슈가 갑자기 무겁게 느껴졌다.
벌어진 일은 없었다. 그 직원도 별뜻 없이 한 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뭔가를 빚진 느낌이 들었다. 사지도 않은 걸 쓰는 데에도 묘한 거리감과 눈치가 스며 있었다.
팀 막내라는 게 웃겼다. 월급으로 따지면 나보다 훨씬 적게 받는 사람이 자기 돈으로 사무용품을 사다 놓는다는 것이.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이 그것을 얻어 쓰고 있다는 것이.
그날 이후로, 나는 물티슈를 쓰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누가 보는 앞에서는' 쓰지 않았다.
조용히 꺼내 쓰고 조용히 버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마치 몰래 하는 일처럼. 언제나 그랬듯이, 내가 무언가를 누릴 때는 그걸 누려도 되는 사람인가를 먼저 따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누구도 나에게 쓰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 누구도 물티슈 사용 규칙을 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냈다.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놓고 그 안에서만 행동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내 성격이었을 것이다. 애매한 것들에 대해서는 항상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혹시 모를 갈등을 미리 피하려고 하는. 그런 성향이 물티슈 같은 사소한 것에도 적용되었다.
우리는 그 탕비실에서 같은 전자레인지를 쓰고, 같은 물을 마시고, 같은 물티슈 앞에서 서로 다른 거리를 계산했다.
전자레인지는 공용이라는 게 명확했다. 물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물티슈는 달랐다. 누군가 개인적으로 사다 놓은 것인지, 회사에서 제공하는 것인지 애매했다. 그리고 그 애매함이 사람들 사이에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냈다.
어떤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썼다. 어떤 사람은 조심스럽게 썼다. 어떤 사람은 아예 쓰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나처럼 몰래 썼다.
같은 물건 앞에서 이렇게 다른 행동이 나오는 게 신기했다. 마치 각자의 가치관이나 성격이 물티슈 하나로 드러나는 것 같았다.
공정이란 말은 거창하지만, 이런 게 작은 불공정일까.
'아무렇지 않게 쓰는 사람'과 '괜히 신경 쓰이는 사람' 사이의 눈치의 거리. 그 거리가 공정함의 문제인지, 아니면 단순히 성격의 차이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이 다르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사소한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은근한 스트레스가 되는 것.
오늘도 누군가는 말한다. "그런 건 그냥 쓰면 되지."
하지만 그 말의 '그냥'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무게는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정말로 '그냥'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냥'이 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얽혀 있다.
물티슈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새로운 회사의 탕비실에도, 다른 사무실에도. 그리고 그곳에서도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것과 거리를 재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작은 일상의 눈치들이 모여서 사회의 분위기를 만드는 건 아닐까. 명문화되지 않은 규칙들, 말하지 않는 선들, 각자가 정하는 경계들. 그런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실제 모습을 결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티슈 한 장을 두고 벌어지는 이런 작은 드라마들. 그것이 우리 일상의 진짜 모습인 것 같다. 거창한 공정함의 원칙보다는, 이런 사소한 눈치와 배려가 더 많은 것을 좌우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