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도 위로가 되지 않는 밤이 있었다.
일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달라졌다. 달라지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하는 게 더 옳은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재겨디딜 여유도 타협의 여지도 없는 순간에서의 선택이 최선이었을 누군가의 고통에 대해서 생각했고, 어떤 부분에서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면서 아파하고 괴로워했다. 상실에 대해 부정했다가,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휩싸였다가, 스스로의 이런 낯선 모습에 당황했다가, 적막하게 침잠했다가. 어떤 날은 웃다가, 또 어떤 날은 웃는 낯을 하고 속으로 울었다.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내가 낯설었던 날, 그러고 돌아서기 무섭게 무너졌던 시간들.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생생한 사실인 '상실'만으로도 너무 아픈데, '괜찮냐'는 말이 너무 아파서 울었다. 분명 위로인 줄은 알지만 말끝 마디마디에 베어 생생하게 아팠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괜찮다."는 말을 전송하며 또 울었다. 그때에 나를 미치게 했던 것 중 하나는 내가 위로했던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너도 이런 마음을 하고서, 나를 위로했었겠구나. 그 마음은 대체 어땠을까. 나는 가슴에 손을 꾸욱 갖다 대고서 엉엉 울었다. 너무 아프다. 아프더라. 그리고 웃다가 괜찮다가 울다가 괜찮다가했다. 어느 날은 남겨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고, 그리고 또 어느 날은 또 남겨질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여지껏 남겨질 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로부터 약 삼 주쯤 지났을 것이다.
주어진 시간의 곱절만큼 매 분, 매 초가 다른 날들이 흘렀다. 매 순간 온갖 생각이 산란하는 빛처럼 나타났다 순식간에 사라지곤 한다. 아직도. 시시각각 변하는 생각들과 감정을 정리해서 기록하고 나누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생각의 실마리는 불현듯 내 눈을 가려 아득하게 만들고, 주워 담으려 손을 뻗으면 스르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려 그때의 그것을 그대로 잡아두기가 어렵다. 그러고 나서 생각을 휘-저어 다시금 퍼올리면, 그때마다 결이 다른 생각과 감정이 걸려올라와 나는 이렇게 계속 모든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나는 썩 아팠던 매일의 새벽을 의지했던 이, 누구보다 마음 가까이에 두었던 소중한 이를 떠나보내는 과정 중에 있다. 그때는, 사실은 그 후에도 그 시간이 나에게 이렇게나 큰 의미인 줄은 몰랐다. 이처럼 미숙한 나는 이제야 내 곁에 있어준 그 마음들에 깊이 감사한다. 그때의 내 마음은 거죽이 벗겨진 살갗 같아서, 스치는 상냥한 바람도 죽을 듯이 아팠다. 그게 너무나 견딜 수가 없어서 울었다. 다듬어지지 않은 모양을 하고 있던 걱정, 상냥한 말들, 때로는 무관심까지도. 이제야 볼 수 있다. 그 안에 담겨있던 온기 덕에 나는 얼어 죽어 버리지 않았고, 또 그것이 얼마나 나를 버티게 했는지. 그런 상냥함들이 고마워서, 사무치게 미안하고 고마워서 마음이 울멍울멍했다. 고맙습니다.
계속 꺼내어 곱씹으며 생각을 퍼올린다.
나는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조금 생각한다.
동시에, '이제 살만해지는가 보다.'
'근데, 그래도 되나' 하는 생각도 했다.
다만 앞으로 남은 길을 걸어가며, 표현하는 것을 나중의 일로 미루지 않으려고 한다.
네가 예쁘다는 말, 네가 나한테 소중하다는 말, 네가 좋다는 말. 잘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이유가 필요하지 않아. 네가 행복하면 그뿐이고, 그거면 나는 너무 좋겠다는 말을 아끼지 않아야지.
더 이야기하고 싶은 슬픔과 위로와 이야기가 있다.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1월 10일 밤 열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