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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깜냥깜냥 May 07. 2020

수국 ; Hydrangea macrophylla

written by 최 채아

외할머니댁 뒷산엔 넓은 잔디밭 한 가운데 커다란 수국나무가 한 그루 서있다. 옅은 푸른 색을 띄는 그 나무는 6월이 시작되면 탐스러운 꽃을 피웠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인지라 어린 필자의 기억에 인상깊게 남았는데 이 때문에 가장 좋아하는 꽃을 말하라 하면 어렸을 적부터 항상 수국이라 외쳤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런 수국에 대해 얼마전 굉장히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이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수국이라 하면 다들 무슨 색을 떠올리는가? 필자는 푸른 색이 가장 먼저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 생각없이 가장 먼저 생각난 수국의 색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때문에 꽃의 색이 굉장히 다양하며 필때부터 질때까지 변한다는 것은 쉽게 관찰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바로 수국의 색은 종으로 명확하게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꽃의 색상이 씨앗일때부터 한가지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수국의 색은 어떻게 변화하고 정해지는 것일까?


처음 꽃이 필 때는 모두 녹색빛이 도는 흰색에서 시작한다. 이후엔 청색이 되었다가 여기에 붉은 색이 점차 더해져 질 때쯤 보라색으로 변한다. 이때 수국이 자리잡은 토양이 알칼리성이라면 분홍빛이 강해져 최종적으로 붉은 빛이 돌고 토양이 산성이라면 푸른 빛이 강해 최종적으로 남색이 된다.



이것은 수국 꽃에 있는 ‘안토시아닌’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안토시아닌’이 땅 속 알루미늄이온 (토양에 알루미늄이 많을수록 산성) 과 많이 결합하게 되면 푸른 색을 띄고 적게 결합하게 되면 알루미늄이 부족하여 붉은 색을 띈다고 한다. 이는 마치 어렸을 적 리트머스 시험지를 통해 산과 염기를 구별하던 과학실험과 유사하다. 

물론 리트머스 시험지는 염기일 때 파란색, 산성일 때 붉은 색을 띄므로 수국 꽃 색과는 반대이다! 별개로 흰 수국은 안토시아닌이 포함되지 않은 꽃으로 색이 변하지 않고 흰색으로 유지된다고 한다.


이를 이용하여 신기하게도 수국의 색을 임의로 바꿔줄 수 있는데 토양에 석회가루나 잿물을 뿌리면 알칼리성으로 변하여 색이 분홍색으로 변하고 백반이나 피트모스(peatmoss) 비료를 주면 산성으로 변하여 푸른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한 가지에서 다양한 색이 나오기도 하는데 뿌리가 내린 토양이 각자 달라서이다. 때문에 이런 원리를 응용한 재배방식도 존재한다. (현재는 유전자조작으로인해 토양의 산성도와 상관없는 색을 피우는 종도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가 과학이나 꽃에 큰 관심이 없다면 그저 그런, 별거 아닌 이야기일수도 있다. 또한 안토시아닌 같이 어려운 단어도 벌써 잊었을지도 모른다. 살아가는데 크게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니 넘겨버리는게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와 수국을 마주쳤을 때, 혹은 문득 수국이 떠올랐을 때 가벼운 대화 주제로 수국의 색이 변한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나쁘지 않을 듯하다. 어쩌면 상대방에게 이런 것도 알고 있냐는 선망의 눈빛을 받을지도 모른다.



뒷 이야기, 안토시아닌과 색

본래 안토시아닌 성분은 산성일때 붉은색, 염기성일때 푸른색을 띈다. 그럼 수국은 어째서 색이 반대로 나타나는 것인가. 이는 알루미늄이 이온화되어 뿌리에 흡수될때 델피니딘(안토시아닌의 한 종류) 청색으로 착색되기 때문이고, 염기성 토양에선 수산화알루미늄Al(OH)3이 형성되어 이온상태로 흡수되지 않아 청색으로 착색되지 않는다고 한다. (필자의 전공분야가 아니라 정확한 원리를 알지 못해 정보전달의 부족함이 있는 것을 양해해주시길 바란다.)  



____ 최채아 wirtercha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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