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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깜냥깜냥 May 07. 2020

투머치토커 : 이름 편

written by 범쥬, 세화

깜냥깜냥의 새로운 시리즈 ‘투머치토커’! 에세이팀 범쥬와 세화 에디터의 감춰뒀던 TMI들을 여과없이 만나볼 수 있는 시리즈입니다. 공감할 수 있는 친숙한 이야기부터 독특하고 특색 있는 이야기로, 두 에디터의 재미있는 삶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또다른 매력은, 분명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 마치 선물처럼요 (!!)  

그럼,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넌센스 퀴즈 중에 이런 문제가 있어요. ‘분명 내 것인데 남이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은?’ 퀴즈의 정답은 ‘이름’ 이랍니다.

나의 이름은 보통 나보다는, 다른 사람에 의해서 더 많이 불려지곤 해요. 그래서 나의 이름과, 별명을 포함한 모든 호칭을 살펴보면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시선을 알 수 있어요. ‘우리 똥강아지’가 좋은 예시가 될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서 사랑과 귀여움을 듬뿍 받고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호칭이죠.

이번엔 ‘이름’ 이라는 주제로 두 에디터가 대화를 나누어 보았어요. 이름에 대해 이렇게 상세하게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것은 처음이라 참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답니다. 이름에 관한 각종 ‘TMI’들을 들려드릴게요! 


 

당신의 이름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범쥬 : 제 이름에는 ‘미’자가 들어가 있는데, 한자로 ‘눈썹 미(眉)’자를 써요. 진짜 특이한 한자라고 생각해요. 이름에 원래 이 한자를 많이 쓰나요? 보통 ‘아름다울 미(美)’ 같은 걸 많이 쓰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렸을 때 이름 지어 주시는 분이 제가 ‘아름다울 미(美)’ 를 쓰면 커서 팔자가 사납다고 해서, ‘눈썹 미(眉)’를 쓰게 됐대요. 아름다울 운명이 아니었던 것인가!

세화 : 제 이름은 ‘예지’인데요, 한자는 ‘밝을 예(叡)’, ‘지혜로울 지(智)’를 써요. 밝은 제 성격이 이름을 따라갔나 할 정도로 지인들 모두 뜻을 들으면 잘 어울린다고들 얘기해요. 그런데 사실은 한자 뜻 전에, 종교적인 뜻이 먼저라고 부모님께서 말씀하시더라고요. ‘예수님의 지혜’라는 뜻이래요. 아마 교회를 다니는 가정에서는 흔한 이름인 것 같아요. 그게 아니더라도 보편적이기도 하고요. 중학생 때는 같은 반에 동명이인이 셋이나 있었더니 선생님께서 각자의 성을 따서 ‘깡지’, ‘김지’, ‘임지’라고 부르셨어요. 


누군가에게 받은 이름 말고 불렸으면 했던 이름이 있나요?

범쥬 ; 아뇨, 전 제 이름에 너무 만족하고 살아서…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희’자가 들어가는 이름이 예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름을 바꾸고 싶다거나 한 적은 없습니다.
세화 : ‘예지’라는 제 이름에 크게 불만이 없었기 때문에 깊게 고민해 보지는 않았지만, 막연히 순우리말 이름이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용’이라는 뜻의 ‘미르’, 혹은 바람이라는 의미의 ‘가람’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뭔가 청명한 푸른 빛이 떠오르지 않나요? 지금 생각해보니 푸른 하늘을 날고 싶다는 속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이름이 있나요?

범쥬 : 음… 어머니 성하고 아버지 성을 같이 쓰는 분들, 또는 어머니 성을 따르는 분들을 몇 번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어요. 어머니 성이 ‘이’, 아버지 성이 ‘최’ 라면 이 두 개를 붙여 쓰는 방식인 거죠. 요즘엔 그런 이름이 예전보다 많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들었어요!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세화 : 제가 다니는 교회에 계시는 교회학교 선생님의 자제분들 이름이 독특해서 인상적이에요. 성씨는 ‘오’인데 아이들 이름이 각각 ‘늘’, ‘션’ 외자에요. 첫째인 늘이는 성경 구절인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18절)”에서 항상, 범사에라는 의미의 ‘늘’이라는 이름을 붙여줬고, 둘째인 션이는 대양처럼 넓게 생각하고 태양처럼 빛나라고 ocean, shine에서 따와서 ‘션’이라고 이름 붙여 줬다고 해요. 


별명이 있나요?

범쥬 : 있죠. 제가 중학교 다녔을 때엔 이름 뒤에 ‘스’, 또는 ‘쓰’를 붙이는 게 유행이었어요. 그래서 ‘봄쓰’ 같은 별명이 탄생했어요. 그런데 저는 이름과 관련된 별명보다는 제 행동과 관련된 별명이 많은 편이에요. 예를 들면 ‘잠구데기’ 같은… 주말에 침대를 벗어나지 않아서 생긴 별명이죠.

세화 : 네. 엄청 많아요. 하나하나 풀어 볼게요.

 먼저 집에서 저를 부르는 애칭이 있는데, 다들 “둥이야” “둥!” “둥아” 이렇게 불러요. 제가 막내기도 하고, 이것저것 할 줄 아는 것도 많다 보니 막둥이, 귀염둥이(…), 재간둥이를 모두 합쳐서 부르는 거라며 굉장히 뿌듯해해요.

 동네 친구들은 저를 ‘둥구니’ 혹은 ‘에디’라고 불러요. 첫 번째 별명은 제 두상에서 나온 이름이에요. 우스갯소리로 “KTX 타고 지나가면서 봐도 동그랗다”라고 할 정도로 얼굴이 동그래서 그렇게 불러요. 두 번째 ‘에디’는 저희 언니 친구가 장난으로 불렀던 이름에서 따왔어요. 저희 언니가 그 친구들 사이에서 ‘강지’라는 애칭으로 불려요. 그래서 저랑 언니를 붙여 부를 때 “에릐강릐~” 이렇게 부르거든요. 정말 저 발음 그대로요. 이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전해줬더니 ‘Eddy’라는 영어이름 아니냐면서 그 후로 에디라고 부르게 됐어요.

 마지막으로 ‘장군이’라는 별명이에요. 제가 대학교 2학년에 올라갈 때 투블럭컷을 하고 있었어요. 1학년에는 전공을 많이 안 듣다가 2학년 때 많이 듣기 시작하잖아요. 그때 처음 뵀던 교수님께서 첫 출석 때 군대 다녀왔다 복학한 선배들을 쭉 부르시고 난 후에 제 이름을 부르고 저를 보시더니, “너는 어디 (군대) 다녀왔니~?” 라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당황해서 꽤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을 했더니 장군감이라며 저를 장군이라고 부르셨어요. 이제는 잊어버리신 것 같지만 이 별명을 못 잊을 것 같아요.  


다른 언어로 이름을 만들어본 적이 있나요? 

범쥬 : 어릴 때 영어교실에 잠깐 다녔던 적이 있는데요, 선생님께서 ‘jany’라는 이름을 지어 주셨어요. 그래서 제 아이디도 이 이름으로 시작한답니다. 그런데 제 이름에 받침이 없어서 외국인들도 쉽게 발음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난 뒤부터는 외국인들에게도 영어 이름이 아니라, 제 한글 이름을 소개하는 편이에요. 

세화 : 다들 한 번쯤 영어 이름을 지어보지 않나요? 저는 초등학생 때 동네 도서관에서 열리던 어린이 영어교실에서 첫 영어 이름을 지었는데, 당시 엄마 휴대전화의 브랜드가 ‘anycall’이었어요. 그래서 선생님께서 ‘애니’는 어떠냐며 제안했고 그게 제 이름이 됐죠. 훗날 영어학원에서 Annie 라고 쓰는 거라 알려주기 전까지는 계속 ‘any’ 썼던 기억이 있네요. 한국어로 굳이 번역하자면 제 이름은 ‘강 어떤’이 되겠네요.  


메신저나 연락처 이름은 어떻게 저장하는 편이에요?

범쥬 : 저는 보통 성까지 붙여서 저장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친한 친구들 같은 경우엔 꼭 웃긴 별명을 붙여서 저장한답니다. 예를 들어 세화씨 같은 경우에는 ‘강방구도옹반질3애호박’으로 저장돼 있죠. 태몽과 관련된 별명인데 채팅 중에 재밌는 말이 나온다! 싶으면 그 말을 바로 메신저 프로필 이름으로 등록해 버려요. 말하고 보니 이상하네요. 아무튼 이상하고 희한한 취미가 있습니다.

세화 : 저는 그냥 이름, 혹은 소속과 학번 등을 붙여서 저장해요. 간혹 친구들 본인이 제 핸드폰을 들고 가서 바꾸면 그냥 그대로 놔두는 편이고요. 흔히 ‘세젤예(세상에서 제일 예쁜)이라는 말이나 하트 혹은 이모티콘을 붙여 놓고 도망가요. 굳이 도망칠 이유는 없는데 말이예요. 최근 들어서는 메신저에서 나눴던 대화 중에 웃겼던 일이 있으면 그 때 그 친구가 사용했던 말을 붙여서 저장해요. 저는 범쥬씨가 저에게 보낸 GS25 편의점의 신상 아이스크림 리뷰 영상에서 따와서 ‘샴져눤임늳ㅑ’ 라고 저장했어요. 

저희 두 에디터는 오랫동안 친구였지만, 서로의 이름에 대해 이렇게 깊게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것은 처음이었어요. 이제까지 서로의 이름을 수도 없이 불렀지만, 이 친구가 왜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으니까요.  

세상을 이루는 모든 이름을 잘 살펴보고, 또 되새겨 보면, 그렇게 이름 붙여진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저희처럼 좋아하는 친구, 인물, 또는 장소들의 이름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소소한 즐거움을 찾을 수도 있으니까요!  



_____강세화 glorysehwa@gmail.com

____ 범쥬 its.me.bom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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