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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Oct 27. 2024

웰컴 투 아메리카

DAY2-3

집으로 돌아와서 점심메뉴를 골라야 했다. 

프리실라가 옐로우라이스를 먹고 싶다고 해서 메디테리안 푸드를 주문했다.

뭐? 9살 어린이가 샤프란을 넣고 지은 밥을 좋아한다고?

어린이가 골고루 잘 먹는다에서 ‘골고루’의 범위가 넘사벽이군.

유진이 가족은 워싱턴 근교 동네에 살고 있다. 

이웃들이 다양한 지역 출신이라 중동음식도 진작에 접했다고 했다.


“언니, 후무스 알아? 후무스 좋아해?”

낸시가 물었다.

“응, 난 먹어봤어” 코비드 팬데믹 시대 전이긴 하지만.

“선율이는 한 번도 안 먹어봤어. 우리나라에선 여기만큼 이슬람 식당이 흔하지 않거든. 

근데 미국에 왔을 때 이런 음식도 맛봐야지. 또 언제 먹어보겠어? 그치? 하하하”

웃으면서 선율이의 축 처진 어깨를 감싸 안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선율이의 입에 안 맞으리라는 걸.

예상대로 선율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나 이거 안 먹을래 접시를 멀찍이 밀어냈고 

나는 또 선율이 가 남긴 것을 먹었다.


“어때, 누나? 맛있어?”

유진이 물었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짬처리를 위해 먹으면 식욕이 짜게 식는다. 그리고 실제로 음식도 짰다. 

짠 메인요리 위에 짠 소스까지 얹어져서 원래 내 식사량만큼 먹기 힘들었다.

“음, 맛있긴 한데 쫌 짜.”

내 대답을 듣고 유진이 웰컴 투 아메리칸 푸드라고  말하자 모두가 웃었다.

선율이만 빼고.

지금 생각하니 좀 미안하군.


식사를 마치고 테이블을 정리했다. 낸시는 잔치상에 놓을 음식을 사러 나갔다. 

저녁시간이 가까워오자 사람들이 하나 둘 오기 시작했다. 

고모가 아직 거동이 불편하셔서 집에서 생일파티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제부의 매형과 조카 둘, 유진이의 오랜 친구, 고모부의 조카 부부, 어떤 아가씨 한 명, 

그리고 고모부가 돌아가신 뒤 고모부의 반려견을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 돌봐주고 있는 이웃집 여자. 

그 집에 사는 두 명은 반려견을 그리워하는 고모를 위해 꽤 자주 개를 데리고 방문한다고 했다.

흥미로웠다. 

듣자 하니 여자 둘이 함께 살며 다섯 마리 이상의 유기견을 키우며 살고 있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듣는 당시엔 흠, 흔치 않겠지만 이런 인생을 택하는 인간도 있군 정도로 

생각을 마무리했지만 대략 한 달 뒤 나는 나의 편견을 수정해야 해야 했다.


때는 미국여행을 끝낸 8월 말, 

미국 대통령 후보 해리스를 지지하는 오프라 윈프리의 연설을 볼 때였다.

 

We are not so different from our neighbors. 

When a house is on fire, we don’t ask about the homeowner’s race of religion. 

We don’t wonder who the partner is, or how they vowed. 

No, we just try to do the best we can to save them and 

if the place happens to belong to a childless cat lady, 

well, we try to get that cat out too.


우리는 이웃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불이 나면 우리는 이웃의 인종, 종교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 구하려고 하겠죠. 

그 사람의 파트너가 누구인지, 그가 어느 쪽에 투표했는지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그저 최선을 다해 구조할 뿐이에요. 

만일 그 집에 아이가 없는 고양이 아줌마가 산다면,

물론 그 고양이까지 살리고요.


오프라 윈프리의 연설은 청중들에게 인간에 대한 믿음, 미래에 대한 희망 같은 긍정적 가치들이 

여전히 우리의 마음 안에 있으며 우리 사회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이렇게 우아한 이야기 끝에 캣레이디가 있다니. 그리고 그녀의 고양이까지 

당연히 구할 거라는 다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이 정도라면 캣레이디나, 독레이디들이 미국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임을 의미하는 거겠지.

한국에서도 동네마다 캣맘이 있듯이. 

요즘에는 캣할아버지나 캣할머니도 많아졌지만.


다시 고모생일파티 참석자 얘기로 돌아오자면, 

나는 손님 중 어떤 이에겐 악수를 청하며 고모의 한국에서 온 조카라고 소개를 했다. 

반면 어떤 사람과는 눈을 마주치고도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리기도 했다.

집이 넓으니까 접점이 없는 사람들이 한날한시에 이렇게 모일 수 있구나


이래서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 중에 사건현장이 큰 저택인 경우가 많았던 거구나!

무릎을 탁 쳤다. 

물론 마음으로만

사람들이 초대장을 받고 한자리에 모이려면 무도회장 같은 넓은 공간이 필수다. 

인물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도 여기저기 있을 테니 

파티가 벌어지는 와중에도 사각지대에서 살인사건이 날 수 있겠지. 

모두 초면이거나, 아니면 두세 명 정도끼리만 아는 사이니까 

사건이 벌어지고 나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서로를 범인으로 의심하게 되는 거지.


이 날은 제부의 친척이 직접 만든 생일케이크에 초를 꽂았다.

“한국에도 디즈니플러스 있어?”

“응, 근데 몇 년 안 됐어.”

“몇 년 전에(들었는데 기억 안 남) 디즈니플러스에서 청소년 케이크 만들기 대회를 열었거든. 

거기서 내 친척이 일 등을 했었어, 봐봐.”


엥? 디즈니플러스에서 청소년을 위한 콘텐츠도 만든다고?

갸우뚱하고 있는 나에게 데이비드가 휴대폰으로 그 당시 경연영상을 보여주었다. 

맞아! 원래 디즈니는 어린이가 주 고객인 엔터테인먼트 회사였지! 

빈말이 아니라 진짜로 머릿속이 댕- 하고 울렸다.


디즈니 플러스 코리아에선 어떤 것을 만들더라.

한국사람들이 디즈니플러스하면 뭘 제일 먼저 떠올릴까.

드라마 <무빙>, <카지노>, <최악의 악> 등등 모두 19세 이상 관람가네. 

그나마 <삼식이 삼촌>은 15세지만.

아무래도 디즈니플러스 한국지사장은 

미국 본토의 디즈니플러스의 제작방침과 약간 정도 방향이 다른 가봐, 핫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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