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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크노크 Oct 22. 2015

너의 거짓말

아직 그녀를 잊지 못하는 너에게 

그토록 좋아하던 너에게 아무리 좋은 말을 듣고, 배려를 받아도 기쁘지 않다. 너의 눈은 나를 바라보고 있지만 너의 마음은 여전히 그녀를 향해 있음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내게 부드러운 말투로 사랑을 속삭이지만 마치 선생님의 호명에 국어책을 읽는 초등학생처럼 어색하기만 하다. 너를 좋아하는 내가 모를 리 없다. 


전보다 자주 만나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산책을 하지만 난 너와 더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너의 거짓말을 눈감아 주고 싶은데, 너를 향한 내 마음은 진심이라 쉽지 않은 일이다. 조용한 단골 카페에 앉아 노래를 듣는데 가사가 너무 와 닿아 눈물 한 방울 뚝 떨구고 너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다시 본다. 


소리 내어 환히 웃을 때도
그대 가슴은 울고 있는 걸 느끼죠. 
그런 그를 끌어안아 주고 싶지만
이런 내 맘 들키지 않기로 한걸요. 
원하고 원망하죠. 그대만을. 
내게 다가올 시간을 힘겹게 만드는 사람.
그대  지난날들을 그대의 아픈 얘기를
모르고 싶은걸. 
지금 그대는 빈 자릴 채워줄
누구라도 필요한 거겠죠. 
잠시 그대 쉴 곳이 되어 주기에
나는 너무나 욕심이 많은걸. 

As One - 원하고 원망하죠


이제 잊었다고, 나와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너의 거짓말' 그리고 그녀를 잊지 못한 너에게 보내는 '나의 진심'  

넌 아직 그녀를 잊지 못했으니, 다 잊고도 내가 좋다면 그때 돌아와. 

네가 여전히 그녀를 잊지 못했다는 다섯 가지 증거


1. 그녀의 이야기를 한다. 

나와 너의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너의 입에서 그녀의 이름이 나온다. 너무 자연스럽고 친근해서 나는 물론이고 너 자신도 놀란다. 아무렇지 않은 척 그녀에 대한 험담으로 무마하지만 난 알고 있다. 너는 여전히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너의 이야기에는 여전히 그녀가 있음을. 


2. 나에게 미안해한다. 

너는 내게 미안해한다. 나에게 좋아하니 한 번 만나보자고 말했지만, 만난 순간부터 미안한 일 투성이다. 심지어 예민하고 짜증스러운 하루를 보낸 자신이 미안하다. 좋아하는 사람에겐 투정을 부렸다고 미안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마워하고, 투정을 받아주지 않는 상대에게 서운함을 느낀다. 난 너에게 미안하지 않다. 투정을 부릴 수 없게 만드는 너의 거짓말이 서운할 뿐이다. 


3. 나를  낯설어한다.

우린 꽤 친한 친구였는데, 넌 날 낯설어한다. 오래 본 내가 낯선 게 아니라, 네 옆자리에서 그녀의 빈자리를 채우는 내가 낯선 것 같다. 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하던 이야기도  멈칫하며 눈치를 본다. 무의식 중에 애교를 부려놓고 내게 사과를 한다. 마치 전에 보낸 애교 섞인 메시지를 실수로 보내 놓고 "미안, 여친한테 보낸다는 걸..."이라며 머쓱해하던 네가 떠오른다. 


4. 감정 기복이 심하다.

넌 늘 감정이 평행선을 이루는 것 같아서 어른스러웠는데, 요즘 부쩍 우울해하고 부쩍 밝은 척을 한다. 새로운 모습에 마냥 기뻐할 수 없는 건 주체할 수 없는 그 감정이 나와의 관계에서 오는 감정이 아니라 그녀와의 지난 시간들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내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넌 여전히 그녀와의 시간에 살고 있구나. 


5. 지나치게 규칙적인 너의 연락 

아침에 일어나서 굿모닝, 저녁엔 잘 쉬라며  굿나잇. 퇴근 즈음 조심스럽게 '잠깐 볼까?'라고 묻는 너의 메시지, 야근 후 집에 가면서 짧은 통화. 칸트처럼 너무 규칙적인 너의 연락에 안정감이 들면서도 한편 형식적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잠들기 전까지 전화를 붙잡고 있었던 연인의 간절함을 나도 기억하는데, 자정이 되면 신데렐라처럼  굿나잇 메시지를 보내는 너에게 난 스케줄러 같은 거니?


너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너를 받아줄 순 없다. 너, 나 그리고 그녀 이렇게 셋이 함께 시작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너의 거짓말을 나의 진심은 받아들일 수 없다. 친구로 지내는 것이 어쩌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널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으니깐





*친구는 짝사랑하던 남자에게 고백을 받아 며칠을 기뻐했다. 그리고 엊그제 소주 두 잔을 마시고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내게 말했다. "그 자식, 거짓말 하는 것 같아." 두 사람 모두를 알고 있는 내가 친구를 대신해서 마음을 정리한다. 혼자서 소주 한 병을 다 비운 친구는 열심히 그녀석의 흉을 봤다. 맞장구를 치면 금세 그녀석을 옹호하고 나섰지만 그래도 여전히 서운한 건 있는 모양이었다. 울다가 웃다가 흉보다가 감싸는 그녀를 보며 애처로운 감정이 들었다. 그녀석을 혼내주고 싶지만, 그녀석의 지난 연애를 아는 나는 그냥 말을 아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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