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게 날아가는 새들의 연대

2025년 4월 11일 금

by 박성수

3.52km, 52:33, 14:54, 73bpm, 77.35kg


아침에 늦잠을 잤다. 알람이 울렸지만 몸이 무겁고 찌뿌듯해서, 조금 더 자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어젯밤에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려고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쌓인 피로가 덜 풀렸던 모양이다. 몸의 기초는 충분한 수면이다. 잠이 채워져야 아침 운동도 가벼워지고, 기분 좋게 나설 수 있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할 때 세운 원칙 중 하나가 ‘매일 달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날마다 몸의 상태가 같을 순 없다. 몸이 무거운 날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 그럴 땐 억지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조금 더 관대해지는 게 낫다. 처음엔 의지로 몸을 일으켜 운동을 나섰고, 그런 날엔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겼다. 하지만 총량의 법칙처럼 낮에 피곤이 쏟아지곤 했다.


몸을 이기려 하지 않고, 몸의 리듬에 맞춰 살아보려 했다. 그게 더 자연스러웠다. 리듬을 타니, 점점 더 쉽게 일어날 수 있었고, 달리기도 더 가볍고 재밌어졌다.

오늘은 평소보다 한 시간 넘게 늦게 출발했다. 그래서 전주천 제방길 대신 남고산성의 관우사당으로 이어지는 길을 택했다. 완만하게 오르막이 이어지는 산책길. 짧지만 달릴 수는 없는 길이다.

이 길의 가장 큰 매력은,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이어서 새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는 점이다. 늦잠을 잤을 때 종종 찾는 코스지만, 청아한 새소리가 듣고 싶어 일부러 걷기도 하는 길. 공기도 맑고, 마음까지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전주천 코스와 달리 교통 소음도 전혀 없다.


총 3.52km를 천천히 걸으며 몸을 풀었다. 평균 심박수는 73. 전 구간이 심박수 영역 1에 머물렀고, 오르막에서도 심박수는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회복의 흐름을 지키면서도 부드러운 호흡과 리듬을 느낄 수 있는 산책이었다.


오늘도 박새, 곤줄박이, 직박구리 등이 활발하게 울었다. 새들이 이른 아침부터 노래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방해하는 소음이 없으니 소리가 잘 퍼지고, 밝기 전이라 먹이를 찾기 좋고, 무엇보다도 세력권을 형성하려는 생존의 방식이다. 흔히 ‘노래한다’고 말하지만, 그 소리는 흥겨움이 아니라 삶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새들의 울음은, 그들의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신호다. 고단한 노동을 달래주는 새들의 노동요가 숲속에 흘러나왔다. 나는 그 노동요를 배경음악 삼아 천천히 걸으며, 내 삶도 조용히 어루만졌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오늘은 코스를 바꾼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회복이란,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몸의 감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오늘은 또 다른 풍경이 그 감각을 새롭게 깨워주었다. 이런 하루가 차곡차곡 쌓이면, 언젠가 다시 달릴 수 있는 날도 조금씩 가까워질 것이다.


사무실에 출근해 시민단체 사무국장이 보내온 카톡을 읽었다. 행정에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온 풀뿌리 지역신문사에 광고비 배제를 통보했다며, 시민들의 연대 광고를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작은 힘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3만 원을 보냈다. 얼어 있던 땅에 처음 풀잎이 돋듯, 새들의 노래가 마른 내 마음에 조용히 물길을 내주었다.낮게 날아가는 새들의 연대. 봄은, 이렇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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