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천천히 자라나는 나의 달리기

2025년 4월 13일 일

by 박성수

6.20km, 1:30:35, 14:36, 75 bpm, 77.60kg


기온이 뚝 떨어졌고, 바람이 차가웠다. 그래도 좋았다. 운동을 마칠 때까지는 햇볕을 받으며 걸을 수 있었고, 어젯밤 내린 비가 대기 중의 먼지를 씻어내 공기가 맑았다. 약간의 습도까지 더해져 공기 속엔 신선함이 감돌았다.


아내, 슈가와 함께 걸었다. 내가 다니는 코스는 오래된 동네와 가까워 노년층이 많이 이용하는데, 이렇게 오늘처럼 기온이 뚝 떨어진 날엔 사람들이 발길이 뚝 끊긴다.

한적한 구간에서 슈가의 목줄을 풀었다. 그 순간, 표정부터 달라졌다. 자유롭게 풀밭을 뛰어다니며 냄새를 따라 이리저리 바삐 움직인다. 그러다 풀숲에 코를 박고 한참을 킁킁거리거나, 갑자기 멈춰서 귀를 세우기도 한다. 자유를 만나자, 슈가의 몸에서 오감이 샘솟듯 살아났다.


어제부터 오른쪽 갈비뼈 부근에 가끔 미세한 통증이 느껴진다. 달리기를 포기할까 망설였지만, 조이는 느낌이나 압박감이 아니라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달리기로 했다. 어제 했던 상체 스트레칭 때문인 것 같다.

천천히 걷다가 4km 지점에서 7분 40초/km의 페이스로 1km 정도를 달렸다. 심박수는 그 순간 108까지 올랐지만, 전체 평균은 75 bpm.


일주일째 1km 달리기를 이어오고 있다. 날마다 속도가 오르고 있어 오늘은 의식적으로 속도를 내지 않으려 했다. 몸은 걷기에 익숙해졌고, 짧은 러닝의 감각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아직은 재활 러닝이다. 심장에 무리를 줄 만큼 속도를 끌어올리는 건 피해야 한다. 대신 다음 주부터는 달리는 거리를 500m 늘리려 한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속담처럼, 봄은 산천의 생명이 가장 왕성한 시기다. 벚꽃과 매화가 피고 지는 사이, 느티나무는 연둣빛 새잎으로 뒤덮였고, 감나무의 마른 가지에도 싹이 돋기 시작했다. 이달 말이면 산천은 초록으로 물들며 여름의 입구에 들어선다.

어젯밤부터 내린 봄비는 계절의 변화를 앞당기는 촉진제가 될 것이다. 계절이 바뀌고, 나무가 자라듯, 나의 달리기도, 천천히 자라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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