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몸을 돌아본 날

2025년 4월 14일 월

by 박성수

오늘까지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다. 아침에 창문을 열어보니, 벚나무 가지 사시에 봄비가 떨어지고 있었다. 화려했던 꽃잎도 함께, 소리 없이 지고.

벽 쪽에 밀어두었던 실내 자전거를 전신 거울 앞으로 옮겼다. 안장에 올라 시속 10km 후반대에서 천천히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허벅지 근육이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선명한 윤곽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2~3분쯤 달리면 몸에서 수증기처럼 열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그때부터는 핸들에서 손을 떼고, 마치 달릴 때처럼 팔을 흔들며 페달에 속도를 붙인다. 속도는 20km 중후반까지 오르고,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열이 땀방울로 변해, 이마 위에 천천히 맺혀간다.


예전 운동 루틴은 하루는 달리기, 하루는 자전거와 상체 운동이었다. 하지만 심정지 사고 이후엔 달릴 수 없었고, 금 간 갈비뼈 탓에 상체 운동도 중단됐다. 그래서 그동안은 매일 걷기만 했다.


운동을 마친 뒤, 전신 거울 앞에 섰다. 허벅지는 여전히 단단했지만, 상체는 근육의 윤곽이 사라지고 있었다. 밋밋한 평지처럼 변해가는 어깨와 가슴, 팔 라인을 한참 바라봤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할 무렵, 상체 운동도 함께 시작했었다. 그러다 푸시업 횟수를 욕심냈다가 회전근개가 손상돼 1년 가까이 상체 운동을 쉴 수밖에 없었다. 작년 여름부터 다시 시작했고, 풀업과 푸시업, 복근 운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덕분에 몸이 변해가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거울 앞에선 조금씩 나르시시스트가 되어가던 참이었다.


올해의 버킷리스트는 하프 마라톤 완주와 바디프로필 촬영이었다. 지금은 잠시 멈춘 것일 뿐. 조금 쉬었다가, 루틴을 다시 복구하는 중이다. 운동은 결국 루틴이다. 반복은 몸에 새겨지고, 그 기억이 다시 나를 움직인다. 멈추지 않게 해주는 힘. 지금은 그 힘을 천천히, 다시 불러들이는 시간이다. 편하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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