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의 얼굴에 핀 웃음꽃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2025년 7월 6일. 일.

by 박성수

눈을 뜨자마자 날씨앱을 확인했다. 24도. 창밖으로 보이는 벚나무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걸 보니, 한여름엔 지금 이 시간이 달리기에 딱 좋다.


달리기를 하며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부상이다. 왼쪽 발목이 나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번엔 오른쪽 발바닥이 영 불편하다. 주말엔 장거리 레이스를 해야 되는데, 부담이 된다.


예방이 먼저다. 오늘은 달리기 전후로 스트레칭을 충분히 했다. ‘션과 함께’가 제작한 ‘운동 전 최고의 운동선수들도 추천합니다’ 유튜브 영상을 따라 하며 몸을 풀었다. 몇 가지 동작은 몸치인 내겐 여전히 어렵다. 괜히 우스꽝스럽게 보일까 창피한 마음에 뒤를 돌아봤는데, 다행히 주위엔 아무도 없다.


장딴지와 허벅지 뒤쪽, 햄스트링이 풀리자 발바닥의 불편함도 조금씩 사라진다. 몸은 다 연결되어 있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낀다.


집에서 천주교 성지까지 1km 남짓한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스트레칭을 하고, 성지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전주천 각시바위까지는 8분대 페이스. 스트레칭하듯 리듬을 타며 천천히 달렸다.


주말이면 상관면 소재지 입구에 있는 친구의 농장이 반환점이다. 한벽루까지 돌아오면 11km. 오늘도 반환점을 돌고, 정여립 생가터를 지나 전주천 제방 위로 이어지는 코스를 왕복했다.


예전엔 이 길에서 러너를 거의 마주치지 않았다. 내가 1년 넘게 변화과정을 지켜보며 놀라워하는, 70대 후반의 ‘할배 러너’ 말고는. 그런데 요즘 들어 비교적 젊은 러너들이 종종 보인다.


그동안은 아무 말 없이 무뚝뚝하게 지나쳤다. 나도 상대방도 인사에 인색하기도 했고, 세상 분위기가 타인에게 말을 거는 데 부담스러워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오늘은 마음을 달리 먹었다. 마주친 러너에게 먼저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넸다. 모두 얼굴에 꽃이 핀 듯 웃으며 화답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얼굴에 피는 ‘웃음꽃‘이라는 걸, 오늘 알았다.


달리기를 조금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나는 지금보다 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반환점을 돌고 나서는 속도를 서서히 끌어올렸다. 숲길로 접어드는 마지막 구간에선 상체를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있는 힘을 모두 끌어모았다. 5분대 페이스로 전력질주. 순간 최대 심박수가 170에 이를 정도로 심장을 밀어붙였다.


가끔은 이렇게 심장을 찢어야 한다. 그래야 줄탁동시처럼, 안에서 뭔가가 뚫고 나온다. 새로운 몸, 새로운 감각. 마치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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