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4일
5.51km, 1:03:30, 11:31, 87 bpm, 77.25kg
하늘과 땅 사이, 색이 스며드는 시간이다. 푸르스름한 고요함. 아직 태양이 떠오르지 않은 하늘엔 짙지도 옅지도 않은 남색이 수묵화처럼 번져 있다. 위로 갈수록 색은 엷어지고, 동쪽 산 능선 아래로는 보랏빛 기운이 은근히 감돈다. 어둠과 빛이 교차하는 순간, 새들이 울기 시작하고, 세상은 서서히 깨어난다. 오늘도 나의 하루는 이 시간에 시작되었다.
며칠 전부터 걷는 속도를 11분대로 높였는데, 오히려 심박수가 낮아지고 있다. 미세한 변화지만, 내게는 의미 있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심폐 기능과 근지구력이 회복되고 있고, 몸이 다시 ‘움직임’에 적응해가고 있다는 증거다.
걷기 마지막 구간에서 며칠째 시도하는 300m 슬로 조깅을 오늘은 500m로 늘려보았다. 며칠 전 도전했을 때보다 심박수가 조금 낮아졌다. 같은 움직임에도 심장은 덜 힘들어한다. 흙을 밀고 올라오는 새싹처럼, 내 심장도 폐허 위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느낌. 그 심장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고 걸었다.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청명. 산과 들에 꽃이 피어나는 맑고 밝은 봄날. 며칠 전부터, 꼭꼭 싸맨 선물 보따리가 눈앞에서 펼쳐지듯 벚꽃이 피고 있다. 이 코스를 나는 2년 넘게, 거의 매일 아침 달려왔다. 그렇게 달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 길이 제철의 풍경을 매일 그린 365장의 세밀화처럼 보여주기 때문이다.
춘분과 청명 즈음엔 동백, 매화, 산수유, 목련, 그리고 벚꽃이 앞다투어 피어난다. 특히 길가의 벚꽃은, 연분홍 꽃망울이 하루가 다르게 조금씩 부풀다가 마침내 하얗게 피어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매일 지나는 사람만이 알아챌 수 있는 작은 변화. 나도 그렇게, 꽃처럼 다시 달릴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느리지만 틀림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