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5일
5.84km, 1:21:03, 13:52, 79 bpm, 77.30kg
오늘은 반려견 슈가와 함께 걸었다. 슈가와 나서면 속도는 포기해야 한다. 냄새 맡는 걸 유달리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야 알 수 없지만, 어떤 냄새에 꽂히면 몸을 뒤로 젖히고 버티기까지 한다. 슈가가 마음껏 냄새를 맡게 두고, 나는 천천히 걸으며 풍경을 살폈다.
올해 벚꽃이 이상하다. 꽃망울은 예년처럼 가지마다 주렁주렁 맺혔지만, 정작 피지 못한 것들이 많다. 터질 듯 부풀어 오르다, 끝내 멈춰버린 꽃망울들. 어떤 나무는 꽃보다 꽃망울이 더 많다.
개화 시기에 일교차가 컸고, 이상 저온이 이어졌다. 그 영향인지, 나무에 봄이 제때 열리지 못했다. 꽃은 계절의 신호에 민감하다. 봄이 흔들리자, 꽃이 오다 말았다.
작년 가을, 징후는 이미 있었다. 가을이 시작되기도 전, 벚나무는 벌써 잎을 떨구기 시작했다. 여름에 광합성을 충분히 하지 못하면, 나무는 잎을 일찍 떨어뜨린다. 몸 안에 쌓아야 할 에너지를 채우지 못한 채, 다음 계절로 건너가는 것이다.
벚나무는 겨우내 저장한 힘으로 꽃을 피운다. 그 힘이 약해졌다면, 꽃망울만 남기고 멈추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기후변화는 나무의 신진대사를 흔들고,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스트레스를 준다.
못다 핀 꽃송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끝내 삼킨 말처럼 보였다. 열 달을 품고도 끝내 태어나지 못한 생명처럼, 피지 못한 봄이 나무에 맺혔다.
오늘도 마지막 구간에서는 500m를 천천히 달렸다. 심박수가 20 정도 올라가긴 하지만 몸이 많이 풀린 상태여서 심장에 주는 자극이 과하지는 않았다. 러닝을 멈추고 다시 걸으니 심박수는 곧 안정되었다.
몸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을 받을 때는 기분이 좋다. 오늘은 토요일. 여유가 있는 날. 기분이 좋아서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슈가와 함께 빽다방에 들렀다. 함께 마실 수 있는 미숫가루 음료를 시켜서 둘이 사이좋게 나눠 마셨다.
오늘 점심은 은행나무가든에서, 저녁은 집에서 순양이가 요리한 수육으로 먹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재료를 다듬고 설거지를 하면서 문득 든 생각. 심정지 사고 이후 달라진 것 중 하나는, 누군가를 위해 내가 직접 음식을 준비하는 데 익숙해졌고, 무엇보다 즐겁게 한다는 것. 비록 늦었지만, 내 삶의 가장 큰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