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살이 쿡쿡 쑤신다. 늙어서 그런가? 뭐만 하면 나이 탓이다.
바람 쐴 겸 창문을 연다. 참, 예전엔 빗소리를 참 좋아했는데. 축축한 바람을 맞으면서 비 내리는 풍경을 하염없이 내려다보곤 했다. 쏴아아… 그 속에 아스팔트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 슬레이트 지붕에 부딪히는 소리, 창문틀에 찧는 소리, 가끔은 이마에 톡 안기듯 내려앉는 소리. 이런 게 다 빗소리다.
어린 시절에는 비가 오면 뭘 하고 있든 쏜살같이 밖으로 나가서 지붕 아래 앉아 책을 읽었다. 뒤돌아서 책장을 훑어보니 그때 읽었던 책들도 색이 바래지 않은 채 그대로 꽂혀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지금 읽고 싶은 책을 찾아본다. 사라질 듯 말 듯 어렴풋한 추억을 붙잡으려고 애쓰면서, 어디서 읽으면 좋을지도 골똘히 생각하면서.
그제야 쿡쿡 쑤시던 게 뭔지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