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사랑
장애는 사랑하는데 도움이 될까? 평범했다면 사랑하지 않을 사람을, 장애가 있는 덕분에 사랑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런 사랑이 있다면, 그것을 깊이 들여다보면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장애는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순수한 호기심일지도 모르고, 멸시와 혐오 혹은 동정이나 연민일지도 모른다. 또 그것은 첫인상에서 외모와 태도만큼이나 커다란 비율을 차지해서 사람들은 무언가 물어보거나 자리를 피하거나 어색한 몸짓으로 도와주려고 할 것이다.
자리를 피하지 않는다면 점차 보이는 것들이 있다. 지금껏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어딘가 이상하고 잘못 작동하는 모습이나 켜켜이 쌓인 고통으로 체념이 드리운 낯빛, 유별날 정도로 짜증스러운 성격이 선뜻 다가갈 수 없도록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와 함께 있고 싶다면 그 마음은 분명 그저 신기하다거나 가벼운 마음은 아닐 것이고, 또 비단 동정과 연민만도 아닐 것이다.
장애인은 특별하지 않다. 왼손잡이가 왼손잡이용 물건을 사고 일을 할 때 주로 왼손을 쓰는 것이나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다양한 방법으로 그것을 피하는 것처럼 장애인은 자신의 고유한 리듬을 지닌다. 비록 아침 해와 새 지저귀는 소리를 온몸으로 맞이하거나 사람들 사이에서 한가롭게 산책하지 못할 수는 있어도, 살아남기 위해 홀로 생활 방식을 터득하고 살아간다. 그것은 말이나 말투에서, 몸짓에서, 생각에서 드러나 몸을 타고 흐르고 이따금은 놀랍도록 반짝이고 경이로워서 주변의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카나에의 말처럼, 장애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람의 무기이자 매력이 된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생물학적으로 최대 2년 정도라고 한다. 초기에 도파민과 엔돌핀, 페닐에틸아민 등 기분이 좋아지고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떨어진다. 감정적으로 받아들였던 것들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시작한다. 장애는 우리가 마땅히 챙겨야 할 배려이자 사랑의 표현 대상에서 책임져야 할 짐이 된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사랑하고 헤어지는 데 장애는 큰 장애물이 아닐지도 모른다. 감정에 앞서 다가올 책임과 의무가 아른거린다면 그것은 사랑의 정도의 문제다. 이동진 평론가가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에 대해 같은 의문을 던진 적이 있다. 조제에게 장애가 없었더라도 츠네오는 자주 찾아갔을까? 츠네오는 그녀를 동정하거나 연민하지 않는다. 장애는 조제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그녀를 온전하게 만들어주었고, 츠네오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사랑이 떠났을 때 역시 츠네오는 그동안 수행했던 책무에서 도망쳐온 것이 아닌 사랑에서 도망쳤을 뿐이다.
사랑에 관해서만큼 핑계대기 쉬운 것이 없다. 공부나 일이 바빠져서, 가족에게 사정이 생겨서, 단순히 시간이 없어서. 개중에는 진심으로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지금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둘러대는 말일 뿐이다. 장애는 사랑의 발단도 이별의 계기도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