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사내

by 권눈썹

언제든지 다시 직장인처럼 일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을 해서 마음을 편히 먹고 있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다시 일해보니, 주 5일 9-6 근무는 정말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일자리 알아볼때는 꼭 일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니만, 일을 구하니 피아노 치고 기타 치고 글쓰고 하는 일상이 너무 소중했다는 걸 새삼 느낀다. 대부분의 시간을 돈 버는 일에 저당잡힌 나에게는 하루에 주어진 약 5시간의 자유가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온다. 일하는 내내 -오늘은 마치고 노래연습을 할까. 일기를 쓸까. 수영을 갈까. 친구를 만날까- 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했다.


일하면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난다. 오늘 방문한 어떤 민원인은 나에게 대뜸


"아가씨는 여기서 한 달 월급 많이 받죠? 내 지갑엔 돈이 없습니다."

이런 말을 했다. 민원과 전혀 상관없는 개인적 질문이라 당황스러웠고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 분이 가난한 것이 내 탓은 아니지만, 어떤 불운이 겹쳐서 혹은 처음부터 시작점이 불공정해서 그 사람은 벼랑 끝에, 나는 양지바른 평지에 있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불쾌함과 위협, 애잔함을 동시에 느꼈다. 그 분을 상대할 자신이 없어, 센터에서 가장 경력이 오래되어 산전수전 다 겪으신 직원 분께 연결해드렸다. 몇 분 뒤에 투닥투닥 신경전을 벌이며 목소리가 높아지고, 경찰을 불러야할까 고민하던 중 민원인이 센터를 빠져 나가며 마무리 되었다.


어떤 사람은 돈 벌기가 참 쉽다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돈 벌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한다. 둘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걸까?


헝클어진 마음을 풀어내려 힘차게 수영을 했다. 하루종일 괴로워도 일 마치고 수영을 배우러 가고, 늦은 밤 혼자 조용히 글을 쓸 수 있다면 그래도 꽤 낭만적인 삶이다. 사소한 고민거리들은 늘 머릿속을 떠돌고 있지만, 그래도 티 없이 웃을 때가 많다. 내가 부당한 일을 당한다면 언제든지 내 몸에 둘러진 끈을 끊어버릴 수 있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주도권은 다 내가 쥐고 있기 때문에, 지금 나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다지 큰 타격이 없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 나이는 많은 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