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눈썹 Nov 08. 2022

문자메시지의 간편함

사람들과 대화할때 실제로 만나는 것이 제일 좋다. 그 다음은 문자가 좋다. 물론 전화는 3등이다.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면, 목소리 외에도 표정이나 몸짓으로 오해없이 소통할 수 있어 좋다. 문자는 대화를 하다가 잠깐 벗어나고 싶으면 잠깐 쉬었다가 마음이 진정되었을때 다시 대화할 수 있어, 내가 인식하는 상황을 쉽게 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이 점이 반대로 문자메시지의 단점이 되기도 한다. 문자는 세 가지 방법 중에 오해를 사기 제일 쉽고, 불편을 미루기도 쉬워, 일방적으로 소통이 이루어지기 쉽다.


최근에 일하면서 알게 된 분이 있다. 내가 전화공포증이 있다고 하니 '요즘에 전화 싫어하는 사람 많더라고요.' 하면서 자기는 일을 빨리빨리 처리하는 게 좋아서 문자보다 전화를 선호한다고 했다. 옆에서 겪어본 바로 그 분은 알고 싶은 게 있을때나 부당한 상황을 해결하고자할 때 전화를 잘 했다. 그런데 그 분은 당일에 회의 약속을 펑크낸 다음에는 동료들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사정이 있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문자 한 통을 남기고는 3일 뒤에 자기 작업물을 카톡방에 올리는 것으로 소통을 갈음했다. 불편을 미루고 싶은 마음이 컸을거다. 화를 참는 상대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싶어서 전화를 하지 않았겠지.


문자로 이별을 말하는 사람의 마음은 이보다 더 고약하다. 한때 사랑을 말했던 사람에게서 원망의 말, 실망의 말을 직접 듣고 싶지 않아서일거다. 결국 잠깐의 불쾌함을 피하기 위해 상대와 추억까지 퇴색시켜버리는 어리석은 마음이다.


전에는 용건이 끝나도 어떻게 끝맺을지 몰라 이모티콘을 보내며 서로 괜히 몇 통 더 주고받았다. 아니면 '이제 답장 안해주셔도 되요'하고 친절하게 문자하기도 했다. 최근엔 용건이 끝나면 마지막 문자에 답장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걸로 섭섭해하는 사람이 많은지 카톡에는 문자에 하트누르는 기능도 생겼다. 문자를 하다가 끊어졌는데. 어? 우리 이제 대화 끝났던가? 하고 톡방에 들어가면 하트가 눌러져 있을때가 있다. 처음 그 하트를 봤을때 기분이 좀 이상했다. 나름 배려한다고 누른 하트일텐데. 답장이 없다고 내가 오해를 할거라 생각하나? 우리가 그 정도도 이해못하는 사이인가? 그런 마음이 든다.


인스타그램에서 하트 누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스타그램 덕분에 유명인이든 주변인이든  거리가 비슷해졌다. 오프라인에서 친분이 없는 사람이라도 온라인 상으로는 하트만 누르면 간편하게 소통할  있다. 그리고 상대가 올리는 글을 못본  넘어가려면 얼마든 그럴  있다. 관심을 표현하면서 직접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아도 멀찍이 관계가 이어져서 좋은 점이 많다. 그런데 한편으론 렇게  겹으로 배려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기능이 과연 좋기만 한건가 싶다. 살다보면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을 수도 있고. 상대의 온도와 다르게 이쪽에서 너무 과하게 친근하게 굴다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들을수도 있는데. 자기도 자기 마음을  모르는 경우가 있어,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부담스럽다가도 다음 순간에 좋아질수도 있는데. 서로 너무 조심하니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이 오히려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록 나는 전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소통을 단절하고 싶지 않다. 모든 사람이 다 친절할수는 없다. 사과해야할 땐 사과하고. 미움받을땐 미움받고. 진솔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전화공포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