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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눈썹 Nov 24. 2022

멋은 바이브에서 나온다

'지은쌤의 30일 피아노 코드 반주'연습한지 5개월째. 한달만에 끝낼거라 처음부터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손에 붙을때까지 복습을 하다보니 시간이 오래걸렸다. 마지막장까지 이제 진짜 얼마 안남았다.


피아노 치면서 노는데 재즈명곡 <Llulaby of birdland> 을 쳐보고 싶어졌다. 왠지 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더듬거리긴 했지만 기분은 났다. 음악에 취해 신나게 치다 어느 부분에서 손이 잘 돌아갔다. 컨디션 좋은 날 술자리에서 방언이 터지는 듯. 해외를 몇일 여행하다보면 어느 날 식당에서 자연스럽게 주문을 하듯. 손이 유창하게 움직였다. 그 잠깐 순간 재즈의 화신이 빙의된 줄 알았다. 무대에서 피아노 치며 노래하는 날을 가끔 상상하는데 아직은 사람들 앞에 보여줄 실력은 아니라서 참아왔다. 소울은 만점인데 다양한 패턴이 손에 익게되면 조만간 피아노로 멋부리는 날이 올 것 같다.


공연장을 가보면 음정, 박자가 잘 맞는데도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사람이 있다. 반면 어떤 사람은 음정도 안맞고, 동작도 이상한 것 같은데 묘하게 빠져든다. 노래할때 관객을 설득하려고 작정을 하면 부담스럽고 오히려 더 집중이 안된다. 생각을 많이하는 것보다 그 순간에 빠져서 부를 때 멋이난다. 음악이 몸에 베어 자연스럽게 나올때 마음으로 감성이 전달된다.


수영을 하면서도 비슷한 장면을 본다. 수영인들은  안과 밖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수영복 입은 모습이 익숙해서 일상복을 입고 있으면 누가 누군지   알아본다. 내가 등록한 시간대에는 50 언니들이 많은데, 언니들은 물에선 자유자재로 움직이다 물밖으로 나오면 느릿느릿하다. 샤워장에서 만나면 어깨가 결려서 팔이 안닿는다고 수영복 벗는  도와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수영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확실히 배운 티가 난다. 벽을 차고 스타트할 , 25m 도착점에서 부드럽게 커브를  때도 그렇고. 멋은 돌발상황이 생길때 빛을 발한다. 배영하다가 실수로 반대편 레인으로 넘어갔을때,  사람과 살짝 부딪혔을때 허허 웃으며 일어날  보면 물을 관장하는 대왕같다. 똑같은 동작을 매일 매일 몇개월씩 하다보니 몸에 묻은 바이브다.


음악을 잘하는 것, 악기 연주 잘하는 것, 수영 잘하는 것도. 결국 전부 바이브의 문제다! 어차피 세계대회 나갈 것 아니니까. 익숙함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멋이 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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