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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눈썹 Dec 07. 2022

어떤 사람을 믿어야 할까?

2019년 4월7일, Dharamsala


어떤 사람을 믿을 수 있고, 또 믿을 수 없을까? 모든 것은 순전히 느낌을 따르는 수밖에 없다.


타지마할을 보러 아그라에 갔던 날. 아그라는 모래먼지가 자욱한 시골동네였다. 기차역을 내리니 시끌벅적 릭샤꾼들이 맞이했다. 짐을 들어줄까하고 접근하는 사람도 있었다. (호의를 베푸는 것 아님! 처음엔 말하지 않다가 나중에 짐 들어줬으니 수고비 달라고 함!ㅠ_ㅠ)


곧바로 타지마할을 둘러보았다. 명성대로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다. 밖을 나오자마자 또 호객이 시작되었다. 사람을 헤쳐가며 힘들게 식당을 찾아들어갔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학생처럼 보이는 릭샤운전수가 말을 붙였다. 어디로 가냐 물었다.

소음 주의! 릭샤 승차감 어떠신가요...

아그라 포트를 들른 후 아그라포트 스테이션에 내리겠다고 했다. 한참을 가다 길이 이상한 것 같아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보니 우리가 아그라 포트에 들른다는 걸 얘기안했다고 하면서, 그 코스를 추가할 경우 돈을 더 내라고 했다. 너무 가당치 않은 금액을 불렀기 때문에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우리는 처음에 다 말했다고 하며 돈을 추가로 낼 수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는 그대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요구를 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실랑이 하기 싫어서 그냥 내리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는 순박한 시골사람 같았던 얼굴을 확 바꾸어 위협적인 표정을 지었다. 순간 덜컥 겁이났다. 여기서 폭행을 당할지도 모르고, 당하더라도 우리 편을 들어줄 사람은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나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그냥 지금 내리겠다고 했다. 공포를 느끼면서 계속 갈수는 없었고, 피차 기분이 상한채 오늘 종일 같이 붙어있으면 그것 또한 불편할 것이다. 콩순이는 대범하게 싸울 기세였지만 내가 너무 겁에 질려있으니 더이상 다투지 않고 함께 내릴 작정을 했다. 불안감 속에 릭샤는 계속 달려 중간에 멈추기로 한 아그라 포트에 도착했다. 운전수가 부른 400루피에서 절반으로 200루피만 주고 내리겠다고 했다. 그 사람은 400루피를 꼭 받아야겠다고 했다. 자기가 싫으면 그냥 가도되고, 어쨌든 자기는 기다릴테니 유적지 둘러보고 다시 릭샤를 타러 오라고 했다. 운전수의 얼굴이 변하는 모습이 아직 생생해 더이상 그의 릭샤를 타고 싶지 않았지만, 옆에서 다른 운전수들도 이 친구 괜찮은 아이인데 믿고 돌아오라고 하며 힘을 보탰다.

타지마할은 정말 아름답기는 하더이다.. 그래도 아그라는 다신 가지 않을것 같습니다..

나는 유적지를 보는 둥 마는 둥하고 내가 왜 그 사람을 믿지 못하는지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그 사람이 정말로 중간에 들른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을 수도 있고, 불편한 상황이 있었지만 어쨌든 우리를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수도 있지 않는가? 그러나 공원밖을 나간 순간 역시나 그 사람은 사라진 채였다. 아까 옆에 있던 운전수 동료 말로는 갑자기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고 하는데, 어떤 말을 믿어야 할지. 타이어 펑크났는데 어떻게 이동한건지도 모르겠고. 한국의 상식이라면 그럴경우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해결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인수인계라도 할텐데 여긴 무법지대구나 느끼면서 허망해졌다.




여기는 다람살라. 저녁에 맥그로드간즈 시내에 있었다. 집에 가려고 검색하니 걸어서 45분이라고 하는데, 가로등도 없는 숲길을 가기가 힘들어서 택시를 탈까 하고 기웃거리는 중이었다. 그때 어떤 사람이 다가와 길 잃었느냐고 도와준다고 했다. 처음엔 택시기사인가 싶기도 했지만 나쁜의도로 다가오는 느낌이 아니라서 도와달라고 했다. 택시가 많이 다니는 스팟을 알려주고 택시를 잡아주려했다. 택시비가 비싸서 갸웃거리자, 한국사람에겐 큰 돈이 아니지 않느냐며, 돈 없으면 자기가 내준다고 말했다. 여기까지 보면 우리에게 해코지 없이 도움만 주었으니 좋은 사람이 맞는 것 같은데. 그게 맞는지 아닌지 확신하지는 못하니까 여전히 그 사람을 쉽게 신뢰하긴 어려웠다.


매일이 서스펜스 영화같다. 잠시 마음을 놓을라치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펑펑 터진다. '2시쯤에 만나~' 같은 말을 듣고도 충청도 사람은 2시 넘어서 도착하고, 경상도 사람은 2시 전에 도착한다는 농담처럼.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의 언어를 내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소와 사람과 차가 함께 뒤섞인 곳. 거리 곳곳에서 기도를 올리는 이곳. 어떤 눈을 가지고 보면 사람들의 마음이 제대로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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