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눈썹 Mar 02. 2023

삶을 즐기게 하는 것은 사랑일 거에요

올 초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을 잘 받고 잘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조차 어색했던 내 입에서 이렇게 뻔뻔스러운 말이 나오다니?


나는 사람들에게 관심 받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뮤지션이라는 직업을 앞세워 매력적으로 연출한 여러 모습을 전송한다. 무대에 오르면 인사를 자주 받는다. '덕분에 위로받았어요. 감사합니다.' 듣고 싶었던 말인데 막상 고개를 들어 상대의 눈을 보기 어렵다. 내가 과연 이런 말을 들어도 될까? 꾸며진 모습이 부끄럽다. 무언가 바라지 않고 전하는 마음에 대해 보답할 방법을 잘 모르겠다.


작년엔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친구들의 생일을 그냥 넘어간 일이 많았다. 사랑이 1:1로 교환하는 것이라면 아무것도 받지 않아도 별로 억울하지 않을 정도이다. 그래도 고마운 친구들은 생일을 맞아 정성스러운 축하 메시지를 남겨주었다.


'늘 나에게 새 힘을 불어넣어주는 너!! 이 세상 하나밖에 없는 권눈썹! 이 세상에 태어난 걸 축하해!'


얼마 전에 아이를 낳은 친구의 문자였다. '올림픽 메달을 딴 것도 아니고, 음악방송 1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태어나기만 했을 뿐인데 이렇게 거창하게 인사받아도 될까?'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 '그냥 내 존재를 좋아해주는구나' 하고 이해가 되었다. 나는 네 출산소식을 듣고도 짧고 간단하게 메시지 보내고 말았는데. 무정한 사람아...ㅜㅜ


메시지를 보낸 사람들 가운데 평소 교류가 거의 없어 이름만 보고 퍼뜩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 이도 있었다. 이렇게 까마득한 인연이 되어버렸는데도 연락하는 마음은 무엇일까? 잠깐 생각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멋있어 보일까?'에 대해서만 내내 고민하며 살지만  사실 사람의 마음은 누가 멋있어서 끌리는 것도 아니고, 나를 좋아해준다고 꼭 동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마음을 나누는 것에는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박하게 살았을까 싶다.


삶을 버티는 것이 아닌, 즐기는 것으로 만드는 것은 사랑이 아닐까?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뭔가 성취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냥 사랑하면 된다. 사랑을 잘 주고, 잘 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2월은 허슬타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