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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Oct 01. 2016

성장하는 사람들 이야기 (10)

같이 떠날래?


배고파.


관뚜껑이 쿵, 닫히고 어둠과 적막이 찾아들었다. 이제 장기의 모든 기능이 멈추고 숨이 끊어집니다... 여러분들은 이제... 돌아가셨습니다! 멀리서 들리는 진행자의 목소리. 그리고 그 순간 우린 모두 같은 생각을 했던거다. 엄청 배고파, 대체 몇시지. 꼬르륵. 조그만 관을 뒤흔드는 소리. 꽁꽁 얼어있었던 나는 그만 웃음이 터졌다. 그 어느때보다도 '살아있음'을 느낀 순간이었다.






여느때보다 반응이 뜨거워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을 담당한 스태프 H님과 N님에게 무한 감사.



'노아 Know-我'의 열번째 모임이었다. 무언가 뜻깊은 프로그램을 준비해보고 싶던 차에 마침 당산역에 위치한 효원힐링센터에서 하는 '임종체험'이 떠올랐다. 몇년 전부터 가보고 싶었지만 왠지 무서워서 미뤄두었던. 이번달부터는 스태프들 각자 한주씩 모임을 맡아 진행하였는데 이번 모임은 특히 H님의 색깔이 아주 잘 묻어나는 활기차고 열정적인 시간이었다. (처음에 주제를 '죽음'으로 희망했었는데 겁에 질린 내가 '삶의 의미'라는 워딩으로 바꾸어버렸다. 흐흐. 어둠이 싫어요.) 아기토끼같은 H님에게는 타고난 리더의 자질이 숨겨져 있는데 본인은 알런지. 갑작스럽게 많은 인원을 책임지느라 H님과 N님이 고생을 했는데 모두에게 좋은 경험이었다.



예상대로 되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상황도 사람도 내 마음마저도. 그러니 더 즐겁고, 그러니 '살아있다'고 느끼는거지.



전반적인 '임종체험' 과정은 이랬다. 카페에서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가 순서대로 영정사진을 찍는다. 베테랑 센터장님은 긴장으로 멀뚱거리고 있는 참석자들을 한시간동안 울리고 웃기며 말랑말랑 촉촉하게 만들어 놓는다. 영정사진-유언장 세트를 받아들고 천국의 계단을 통해 체험장으로 종종 올라간다. 백여개의 관과 간이테이블이 조르륵 놓여 있고 어둑한 실내에는 촛불조명 뿐이다. 그 이후는.. 어느새 유언장도 한페이지 빼곡히 쓰고 티슈도 한 통 다 쓰고 관 속에서 눈감았다 뜨고 나오니 시계가 한바퀴 반을 돌아 있었다는 그런.


너무 강렬한 경험을 하면 도리어 감정이 멈춰버리는 법이다. 너무 소중한 생각을 품게 되면 말 같은 걸로는 표현할 수 없는 법이고. 다같이 점심을 먹으면서도 이야기보다는 눈빛으로 통했고 집에 돌아가서도 한참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았던건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차곡차곡 쌓여간다.



나는 펑펑 울어버릴 줄 알았는데 울지 않았고, 계속 울지 않을 줄 알았는데 어느순간 펑펑 울어버렸다. 사는게 너무나 힘들다고 생각해서 전부 포기해버리고 싶었는데 그 이유가 다른 무엇도 아닌 외로움이라는것도 알게 되었고. 그럼에도 유언장에는 내가 죽고 나서 오래도록 아파하지 말고 얼른 잊어버리라, 고 꾹꾹 눌러쓰고 있었다. 사실은 겁나는게 무척 많은데 남들이 보고 있을 땐 괜찮은 척을 하는게 습관이란것도..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너무 개인적일지도 몰라 물어보지 못했다. 단지 바라는 것은 이 낯선 과정 속에서 자신이 묻어두고 지냈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기를. 함께했기에 즐겁게 통과할 수 있었던 과정 속에서 잠시나마 서로의 마음이 연결되었기를.






자세한 '임종체험' 프로그램 설명과 문의는 여기. http://www.hwhealing.com/








본 매거진에서 소개하는 모임은 '노아 Know-我'란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2016년 초 꽃향기 가득한 강남의 한 카페에서 독서모임의 형태로 시작되어 현재는 월 2~3회 서울 곳곳으로 떠나는 테마여행모임이 되었습니다.


여행의 목적은 낯선 환경과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 그리고 나답게 사는건 무엇인지, 삶의 작은 목표들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 함께 이야기 나누고 고민해보는 것.


한 테마에 8명이내의 소규모로 모집하고 있어요.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그대로 공감 받고, 서로서로 격려하며 지낼 수 있게요. 앞으로도 더 즐겁고 알찬 테마로 계속 진화해나갈거에요. 자연스럽게.


함께하실 분들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문의 또는 참가신청은 저의 페이스북메세지로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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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2016. 럭큐레이터. 1일 1책 1글을 행하며 나를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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