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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Mar 02. 2017

담담하게 사는 사람들 이야기 (20-21)

네가 와준다면 좋겠어


서점을 서성이다 한 문구를 지나쳤다. 한 발 두 발 뒷걸음으로 돌아와 가만히 그 문구를 바라본다. "나한텐 아무도 안 와. 근데... 나도 안 가, 아무한테도." 의자에 동그마니 앉아 있는 고슴도치 한 마리. 그는 숲 속 동물친구들을 집에 초대하며 이런 편지를 쓰는 성격이다.


보고 싶은 동물들에게 
모두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어. 
고슴도치는 펜을 물고 뒷머리를 다시 긁적이고는 그 아래 이어 적었다. 
하지만 아무도 안 와도 괜찮아.

(톤 텔레헨, 고슴도치의 소원, 2017, arte, p.8) 



그럴 수도 있지. ... 안 그럴 수도 있고.(그림 출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2457873)



외로움을 보다 적극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 스무번째 모임, 혼자인 나에게 힘이 되어 주었던 책 속의 구절을 가지고 이야기 나누어 본 스물 한 번째 모임을 통해 '외로움'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스무번째 모임은 멘탈경험디자인 1인기업인 MUX의 대표 J님이 워크샵 형식으로 진행을 해 주셨고 스물 한 번째 모임은 독서모임으로 내가 진행을 하였다. 덕분에 이번 달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보다 원활한 운영이 가능했다.



J님이 준비해준 '내 마음의 응급처치ㅡ외로움' 워크샵. 우리가 외로움을 느낄 때 어떤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제일 많은 인원이 참석했던 스무번째 모임.



사실 「노아」에 참석한 분들은 고독과 관계 맺음 사이에서 자유롭게 춤추며 살아가는 건강한 자아의 소유자들일 확률이 높다. 따로 광고를 하거나 내 지인들을 초대하는 등의 홍보를 하지 않고 브런치, 페이스북, 입소문 등을 통해서만 작게 알리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새롭게 참석하시는 분들의 비율이 굉장히 높다.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아무런 신상정보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이런 모임에 선뜻 오겠다는 분들이라면 무척 용감하고 자신감 있는 사람들이란 게 내 생각이다. (물론 모임장인 나에게는 간단한 신상정보를 알려주셔야 한다. ;D )


처음 모임을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쑥쓰러움 때문인지 '모임에 초대하고 싶어. 그리 멋진 모임은 아니고, 언제까지 할 지도 모르겠어. 많이 오지 않아도 괜찮아.'란 얼토당토 않은 생각을 했다. 그 때 나는 아마 고슴도치 시기였던 것 같다. 지나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입은 상처에 가시를 잔뜩 세우고 웅크려 있던 시기. 스무번의 모임을 열며 그 가시들은 스르륵 녹아 사라져버렸다. 이젠 '용감한 친구들에게. 모임에 초대하고 싶어. 너한테만 말해주는건데, 정말 멋진 모임이고 네가 와준다면 계속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거야. 많이 많이 와줘!'라고 밝게 말할 수도 있다.



주로 놀고, 공부도 합니다. '나'에 대한 공부 말이에요.



카*오톡 등의 핸드폰 메신저가 유행하며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들이 급속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귀여운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으니 긴 메세지를 보내는 것도 촌스러운 일이 되었단다. 약속을 잡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 보다는 버튼을 몇 개 클릭해서 소식을 전하고, 왠만한 일은 그냥 혼자서 해치워버리는 똑똑하고 씩씩한 현대인들. 혼자 온 사람들로 가득 차있는 커피숍 한켠에서 이 글을 적으며 나는 '촌스러움'에 대해 생각한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보고싶어 못견뎌하고, 온 마음을 주었다가 다치기도 하고, 그럼에도 다시 사람을 믿고, 직접 만나 부딪히며 알아가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혼자서 무언가를 하기에는 어쩐지 외롭고 쓸쓸해서 함께할 누군가를 찾고,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을 제일의 가치로 여기는 그런 태도를 촌스러운 것이라고 한다면 나는, 그리고 우리 「노아」는 너무나 촌스럽다. 그런 자신이 어리석고 부끄럽게 느껴지는가? 외눈박이 나라에선 두눈박이가 비정상이라지. 아주 촌스럽고 어리석은 나의 이 모습 그대로 존재하고 싶다. 나답고 정답게, 살아가고 싶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을 했을 때 머리와 몸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의 여부이지요." 어느 일본 작가의 말.








본 매거진에서 소개하는 모임은 '노아 Know-我'란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2016년 초 꽃향기 가득한 강남의 한 카페에서 독서모임의 형태로 시작되었구요. 현재는 월 2~3회 다양한 장소에서 독서모임, 자기분석 워크샵, 골목탐방, 낭독과 글쓰기 등 여러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나답게 사는건 무엇인지, 나를 사랑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누구나 궁금할거에요. 지금의 선택이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지도 알고 싶을거구요.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나만의 기준을 하나 하나 세워나가다 보면 스스로 답을 찾아낼거라고 저는 믿어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긍정하고 격려하는 사람들과 함께 삶의 작은 목표들을 이루며 나가며 나만의 길을 만들어나갈 수도 있을거라구요.


한 테마에 10명이내의 소규모로 모집하고 있어요. 진솔한 대화가 오갈 수 있게요. 누구든지 오실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고 부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분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저희 모임의 가치는 '자기를 말로 표현해보는'데 있고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내 말에 귀기울여 주었기에 가능합니다. 그건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에요. 그러니 경청과 존중으로 보답할 수 있는 분들만 참여해주세요.


함께하실 분들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문의 또는 참가신청은 저의 페이스북메세지로 부탁드려요. :)

https://facebook.com/junekwon51










 


(C) 2017. 권윤경. 1일 1책 1글을 행하며 나를 배우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https://facebook.com/junekwon51

블로그-1 https://brunch.co.kr/@junekwon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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