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천 댁

by 시인 화가 김낙필




진통제를 달고 살던 제천댁

허리 복대 없이 밭일 못 가던 제천댁

밤새 끙끙 앓다 새벽녘엔 들로 나가던 제천댁이

숟가락으로 방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고 먼길 떠나셨네

외딴 산꼭대기 마을에서 홀로 화전밭 일궈 자식들 도회지로 출가시키고

혼자 평생 늙어 죽도록 밭 일하던 아지매

얼마나 아팠으면 그랬을까

이제 호미 놓고 쉬네


자식들이 뭔 소용이여

들기름 참기름 고춧가루 서리태 바리바리 가져갈 줄만 알지

에미가 굶어 죽는 줄도 모르는데


장사 치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논 밭 다 팔아 자식들이 나눴다던데


애달퍼라

제천댁은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밭에 개망초만 무성히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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