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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May 22. 2022

태      랑





그의 프로필 사진이 오랫동안 바뀌지 않는다

나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철마다 분위기에 맞는 사진을 골라

프사를 바꾼다

최소한 게으르지 않다는 은폐 엄폐종이다


에펠탑이 보이는 한가한 어느 카페에서 음료수에 빨대를 꽂고

패션잡지를  보고 있는 사진이 꽤 오래

세련된 옷매무새가 수려하고

적당한 절제의 표정이 매력적이다

오랫동안 나는 배경에 쓰인 에펠탑을 봐야 했다


나는 흑백사진을 리플릿 프로필 사진으로 올렸다

몇 년 전 겨울에 찍었던 노숙자 버전의 남루한 사진으로

복고풍 코스프레 했다

그는 이 사진을 캡처해 가지고 다니는 것 같다


우리는 서로의 프로필 사진으로 안부를 묻는다

변하지 않는 그의 프로필 사진을 보며 복잡한 심경을 읽기도 한다

어디서 무얼 하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상상하기도 한다


요리하는 모습,

핸드폰 조작하는 모습,

파스타 먹는 모습,

홀리데이 잡지를 보는 모습

벚꽃 흩날리는 나무 아래 모습,

속 개울가에서 탁족하는 모습,

단풍 속으로 걷는 모습,

눈발 속에 총총거리며 걷는 모습


그와 나는 한 번도

본 적도 얘기를 나눈 적도 없지만

어떻게 사는지는 음악처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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